▲ 17일 오전 시청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길종 도의원.

▲ 동부 오망천교 인근에 설치된 반대대책위 임시 컨테이너. 주민들은 현재 이곳에서 동부 본도로를 진입하는 석산 덤프트럭 운행대수를 체크하고 있다.

동부 산양 우회도로 개설에 따른 예산(도비) 지원문제를 두고 통합진보당 이길종 도의원(거제1선거구)과 한남일보의 공방이 양측의 감정대응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은 통진당 차원의 기자회견과 한남일보 지면 사고를 통해 법적대응을 예고하는 등 대응수위도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양측 공방의 대략은 이렇다. 한남일보는 지난 7월25일자 1면 ‘도의원이 숙원사업 예산집행 막아’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주민숙원사업이던 산양우회도로 개설에 따른 도비지원을 두고 지역구 출신 이길종 도의원이 되레 예산지원을 못하게 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보도가 나가자 이길종 도의원과 통진당 거제시위원회는 즉각 반박성명을 발표하고 ‘산양우회도로 예산은 주민민원 우선 해결을 전제로 상임위에서(건설소방위) 보류요청 한 것인데, 앞뒤 정황은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 펼치는 전형적인 편파보도’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성명서와 별도로 언론중재위에 한남일보 측의 정정보도와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경남언론중재위는 지난 9일 양측관계자를 출석시킨 가운데 조정회의를 열었다. 중재위는 양측의견을 토대로 반론보도문 조정안을 마련, 양측의 동의를 얻었고, 한남일보는 중재위 조정에 합의한 반론보도문 권고 내용에 따라 지면신문과 인터넷홈페이지에 이를 게재했다.

이로써 일단락되는 듯 했던 양측의 공방은 반론보도문이 게재된 다음날(14일), 한남일보 지면 ‘사고’를 통해 ‘언론중재위 심의결과 한남일보의 보도에 잘못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고, 따라서 성명서 발표를 통해 근거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길종 도의원과 통진당 거제시위원회에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요지의 형사고소 및 손배소청구 방침을 발표했다.

언론중재위 조정합의에 따라 공방이 일단락 된 줄 알았던 이길종 도의원과 통진당측은 이에 다시 분개했고, 17일 시청브리핑 룸 기자회견을 통해 ‘한남일보의 본질왜곡 편파보도’를 비난하고 역시 법적 맞대응과 함께 ‘민의우선 활동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통진당경남도당 박선희 부의원장과 김은동 거제시위원장, 통영거제환경련 박광호 의장, 윤준수 동부석산반대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일부 동부주민들도 참석해 동부채석단지 측의 행태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남일보 측은 이길종 도의원 행태에 대한 비판기사를 연일 계속해 쏟아내고 있다. 아직 실질적인 법적조치는 착수하지 않았으나, 자문변호사 등의 의견을 토대로 조만간 법적대응에 들어간다는 내부방침은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길종 도의원과 통진당 측 역시 한남일보의 법적조치가 있을 경우 당 차원의 맞고소를 통해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 이길종 도의원 기자회견장에 참가한 동부주민 서홍규(78)씨가 기자회견 말미에 발언권을 얻어 동부석산 개발에 따른 산양천 오염실태를 설명하며 석산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뉴스분석]

실익없는 감정싸움, 왜 시작했고 확전시키나
한남일보, 무리한 대응 되레 ‘역풍’ 맞을 수도

한남일보 보도로 촉발된 이길종 도의원과 한남일보와의 공방이, 쟁점내용에 대한 실체적 접근보다 말꼬리 잡기 식 감정싸움으로 전개되는, 매우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감정싸움은 양측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그런데도 양측 공방은 그치질 않고 있다. 더 이해못할 일은 언론중재위 조정이후 느닷없는 법적대응을 예고한 한남일보의 강경모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우회도로 도 교부금은 잔여분 2억원
이번 공방의 핵심쟁점인 산양우회도로 개설공사를 먼저 짚어보자. 동부산촌~오망천교를 잇는 길이 1㎞ 폭11~15m 왕복 2차로인 산양우회도로는 지난 2010년 6월 착공돼 올 말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 공정율 85% 정도로 포장과 신호등 설치 같은 마무리 작업만 남아있다.

이 도로개설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36억원(보상비 19억원, 공사비 17억원). 이 중 도비가 20억원, 시비가 16억원이다. 현재 공정율 85% 상태에서 사업예산 대부분은 연차사업으로 소진한 상태며, 문제가 된 도비는 마지막 남은 2억원이다.

이길종 도의원은 지난 7월 말 정례회 상임위(건설소방위) 심의과정에서 마지막 남은 2억원에 대한 지원보류 의견을 개진했다. 석산반대주민대책위 관계자 등이 이 의원을 찾아와 동부주민 956명이 연대서명한 건의서를 전달하며 도로개설 중단을 위한 예산지원 보류를 요청했고, 이 의원은 이 요청을 받아 상임위에서 ‘예산은 책정하되, 민원이 해소된 뒤 집행하자’는 조건부 의견을 개진했다. 상임위도 이 의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예산을 책정하되, 민원을 감안해 집행할 것’을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이를 예결특위에 넘겼다.

그러나 7월29일 열린 예결특위는 거제시의 요청과 공공도로 개설의 시급성 등을 감안해 해당예산을 그대로 편성해 본회의에 넘겼고, 다음날 열린 본회의에서 그대로 가결됐다. 경남도는 도의회 심의내용을 근거로 거제시에 예산지원 사실을 통보했으나, 아직까지 집행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에서 예산집행에 따른 조건을 달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한남일보의 최초보도는 도의회 상임위의 예산심사가 있을 무렵에 나왔고, 결과적으로 해당상임위의 예산집행 보류 결정은 몇일 뒤 열린 예결특위에서 뒤집어 졌다. 결국 한남일보 측 보도가 우회도로 예산집행 보류를 주장한 이길종 도의원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된 보도였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 17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윤준수 석산반대대책위원장이 우회도로 개설중단 요구에 따른 부연설명을 하고 있다.

한남일보와 우회도로와의 상관관계는?
산양우회도로는 1,2차 구간으로 나눠 추진한다. 현재 진행중인 산촌~오망천교 구간은 1차구간이고, 오망천~유천(연담)까지가 2차구간이다. 이 도로는 처음엔 주민숙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동부채석단지가 들어서면서 숙원사업이 민원으로 변질됐다. 동부채석단지와 동부주민들과의 민원이 계속되면서 결국 법정분쟁으로 비화됐다. 마을주민 956명이 연대서명한 도로개설 중단 민원도 제기됐다.

석산 덤프트럭의 동부 본도로 진입과 관련, 법원은 지난 2010년 판결에서 ‘다니지 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주민들은 이에 근거해 덤프트럭 진출입을 막았다. 그러자 석산 측이 일부 주민의 동의를 받아 다시 항소했고, 법원은 지난해 말 ’민간인이 차량진출입을 막는 건 위법‘이라고 판결, 다시 석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반대대책위 주민들은 현재 법원에 별도의 ’마을관통도로 통행금지가처분신청‘을 한 상태에서 오망천교에 임시막사를 설치하고, 덤프트럭 진출입 상황만 체크하고 있다. 동부채석단지 측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덤프트럭 진출입을 시키고 있지만(하루 10대 안팎) 말 그대로 가시방석이다. 상당수 차량을 남부 쪽으로 우회시키지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석산입장에선 산양우회도로가 하루라도 빨리 뚫려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의 눈치를 덜 볼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동부채석단지의 이 절실한 염원에 누군가 재를 뿌렸다. 이길종 도의원이 민원임을 들어 해당상임위에서 예산보류라는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석산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지만, 도의원의 의정활동을 대놓고 따질 처지도 못됐다. 이때 홀연히 나서 이길종 도의원을 비난한 것이 한남일보 보도다. 지금까지 주민민원에는 귀를 닫았으면서도 도의원의 의정활동은 정면에서 비판하는 용기를 냈다.

한남일보는 왜 이같은 복잡한 민원전쟁에 ‘백마탄 기사(?)’를 자임했을까. 그것은 동부채석단지와 한남일보의 연관관계를 고려하면 금새 이해가 된다. 동부채석단지와 한남일보는 같은 계열사 형태의 사실상 한 식구나 다름 없다. 동부채석단지 사주가 곧 한남일보 사주다. 한남일보의 발행인(편집인 겸함)은 동부채석단지와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그를 그 자리에 앉힌 사람은 한남일보의 사주 즉 동부채석단지 사주다. 결국 한남일보의 보도는 동부석산 측이 하고 싶은 말을 한남일보가 대신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 이길종 도의원

언론중재위 조정합의 해놓고 또 2라운드?
이길종 도의원과 한남일보와의 공방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중 하나가 언론중재위 조정합의 후 벌어지는 2차 공방이다. 통상 언론중재위 조정에 합의하면 지금까지의 불화는 그것으로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 양측 모두 더 이상의 비방도 자제하는 게 대체적인 상식이다. 언론중재위 조정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합의를 하지 않으면 되고, 그때 중재위는 ‘조정불성립‘ 결정을 내린다. 법정공방은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한남일보는 언론중재위 조정에 합의하고, 반론보도문을 게재한 다음날 성명내용을 문제 삼으며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한남일보가 법적조치에 들어갈 작정이었다면 언론중재위 조정에 합의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언론중재위 조정에 합의하지 않는다고 달리 법적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조정불성립 그것으로 끝이다. 이해당사자는 중재위 조정으로 문제해결이 안된다고 판단해 법정싸움을 벌이게 된다.

한남일보는 언론중재위에서 이길종 의원의 반론권만 인정했을 뿐, 당초 요구한 정정보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중재위가 사실상 자신들의 손을 들어준 결과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는 중재위 역할론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중재위는 말 그대로 양측의 주장을 중재하는 곳으로, 확정판결을 내리는 사법기관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중재위 조정은 정정보도와 정정 및 반론보도, 반론보도로 요약된다. 이번에 합의한 조정안은 반론보도문이다. 중재위는 이 보도문의 문안과 글자크기, 지면게재 위치 등을 세세히 적어 양측의 합의서명을 받았다. 그런점에서 한남일보 측의 '반론보도문은 단지 지면을 빌려 준 것일 뿐'이라는 주장은 '중재위 합의취지를 정면 위반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지각 있는 상당수 시민들이 양측의 자제와 확전중지를 주문하는 것도 이 같은 중재위 합의가 선행됐기 때문이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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