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남부면 도장포 마을 맞은편 해상암벽에 부딪치는 파도. 이곳 바람은 사람이 그냥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세찼다.

28일 오후 2시30분 현재 볼라벤의 중심기압이 수도권 인근 해상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지금까지 거제지역에 끼친 피해는 28일 새벽 장목에서 발생한 일시적 정전이 사실상 전부다. 거제지역은 27일 오후 4시를 기해 태풍경보가 발령됐고, 28일 오후 2시30분 현재까지 경보발령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지금까지는 극히 미미한 피해에 불과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거제는 초 난리였다. 정부가 태풍 볼라벤을 역대 최고수준의 초강력 급으로 지목했고, 북상하면서 세력도 계속 커지고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003년 매미 당시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모두가 단도리에 나섰다.

양대조선은 오후들어 사실상 정상조업을 중단하고 도크내에 있던 선박의 육상고정 작업에 들어갔고, 내해에 있던 배들도 전부 안쪽으로 피항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태풍경보 발령에 따라 거제시 900여 공무원 전부도 비상대기 상태에서 밤샘 근무를 해야했다.

시는 주요 해수욕장 내 시설물 등을 모두 철거토록 했고, GK해상조합측과 거가대교 통행제한도 검토하는 단계까지 가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전부 다 동원했다. 거제교육지원청도 관내 62개 초중고와 공사립 유치원 등 모든 학교에 대해 28일 휴교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볼라벤의 중심기압이 서남부를 벗어나 중부까지 올라갔는데도 거제지역에 분 바람의 최고풍속은 초속 16m를 넘지 않았다. 밤새 간간히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은 아침이 되면서 좀 더 강해졌지만, 당초 예상한 초속 30~40m에는 얼씬도 못했다.

최고 300㎜의 집중호우가 예상되던 강수량은 이틀(27~28일) 내린 비를 합해도 지역별 평균 20㎜에 불과했다. 지역 내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사등 지역도 기껏 31㎜에 그쳤다. 양대조선소 내 선박피해도 전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검토됐던 거가대교 차량통제도 통제기준인 '초속 25m의 강풍이 5분이상 지속되는 상황'에 크게 못미쳐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거제지역은 매미 당시의 크레인 전복 등과 비교하면 태풍 축에도 못 끼이는 싱거운 태풍이었다.

유일한 피해는 28일 새벽 0시40분 장목에서 발생한 정전사고 였다. 한국전력 경남본부에 따르면 이날 정전은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2만2900볼트 고압선을 건드리면서 장목일대 1823가구가 일시적 정전사고를 일으켰다. 그러나, 고압선 구간개폐기 연결장치(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한 역송전)가 곧바로 가동되면서 불과 3분 뒤에 1400여세대는 다시 전깃불을 볼 수 있었고, 긴급 출동한 수리반의 복구작업이 끝난 새벽 2시09분에 나머지 300여 세대도 정전 1시간여만에 정상화 됐다.

시 방제과 관계자는 “과실 낙과 등 아직 농작물에 대한 정확한 피해집계가 안돼있고, 바람도 여전히 강하게 불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다만, 당초 정부가 예측한 태풍규모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상황 취재를 위해 오전 남부일대를 둘러보는 와중에, 바람의 언덕 맞은편 남쪽해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서 그대로 맞기 힘들 정도로 세찼다. 해상에도 집채 보다 큰 파도가 해상암벽에 연신 부딪쳤다. 기상관측 결과 28일 오전 7시09분  남부 인근 대매물도 내 순간풍속이 초속 33.8m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순간풍속 25m 정도면 사람이 서 있기 곤란한 상황이고, 30m를 넘으면 지붕 등이 날라간다.

▲ 학동 고개 도로펜스 위를 감은 칡넝쿨 잎사귀가 세차게 부는 바람에 북쪽 방향으로 쏠려있다.

▲ 텅빈 학동 해수욕장. 방파제와 부딪치는 파도가 제법 사납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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