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전후의 풋풋한 선남선녀 43명이 거제시청의 새 식구가 됐다. 지난 5월 실시된 지방직공무원(9급) 시험을 거쳐 8월 30일 거제시에서 임명장을 받은 새내기 공무원들이다. 새내기 공무원은 지난 10년 46명, 지난해 11명, 올해 다시 43명을 받아 최근 3년 새 꼭 100명을 채웠다. 2000년대 초반 한해 평균 10명 안팎이던 신규임용에 비하면 꽤 는 편이다.

이들의 신규임용에 힘입어 현재 거제시 공무원 총수는 1064명으로 늘었다. 나라에서 정한 정원이 1009명인 점을 감안하면 50여명이 더 많은 셈이다. 그러나 육아 등을 이유로 휴직상태인 공무원이 전체 60명을 넘는다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거제시 공무원 충원은 아직도 배가고픈(?) 편이다.

이번에 들어온 새내기 43명은 남녀성비(남22명, 여21명)가 거의 같다. 지역출신 새내기도 10여명에 이른다. 남녀 모두가 건장한 체격에다 인물까지 출중하다보니 청 내에선 ‘물반 고기반’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돈다고. 뉴스앤거제는 이들 새내기 공무원 중 한 사람을 만나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공직자로서의 포부와 각오 등을 들어봤다.

▲ 거제시청 행정과 인사담당 부서 말석에 자리한 새내기 공무원 박성현 씨.

능포동 사는 거제토박이 박성현 씨
3전4기 끝 국가직․지방직 둘 다 합격

박성현. 82년생 개띠. 우리나이로 31살이다. 거제시청 행정과 인사담당 말석이 그의 자리다. 4일 오전 행정과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현 씨는, 군 입대 후 자대배치를 받아 이제 막 더블백을 풀고 있는 신병의 모습과 흡사했다. 적당한 키(175㎝)에 호감가는 얼굴 윤곽, 거기에 안경까지 끼고 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공무원스타일’이다.

성현 씨는 거제중 해성고를 거쳐 수도권에 있는 한국항공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태어난 곳은 밀양이지만, 세살 때 부친(경찰공무원)의 발령지를 따라 거제에 정착했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거제토박이다. 군 생활도 상근예비역으로 거제에서 근무했으니, 대학생활 몇 년을 빼면 삶의 전부를 거제에서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무원이 된 건 아버지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통해 직업인으로서의 공직자의 길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공무원 시험, 진짜 장난 아니었습니다. 공무원시험 준비는 4학년 때 부터 했지만, 3번을 내리 떨어졌어요. 3번째는 1문제, 그러니깐 0.5점차 정도로 떨어졌지요. 아깝게 떨어졌지만, 낙담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이때부터 강한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리고 올 5월 시험에서 도내 전체 차석으로 합격하게 됐습니다”

안경 너머 동그란 눈빛으로 시험과정을 설명하는 성현 씨는, 3전4기의 힘든 준비과정에서, 단 한번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분명했고, 비록 시련은 있었지만,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가는 성취감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의지‘와 ‘집념’이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국가직보다 지방직이 더 보랑있을 것 같아 지방직 선택"

▲ 거제시청 정원벤치에서 만난 박성현씨.

성현씨는 올 4월에 실시된 국가직(9급)과 5월 지방직 시험을 다 응시했고, 두 곳 다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기자와 만난 4일이 국가 직 시험 면접일이지만, 가지 않았다고 했다. 말단부터 시작하는 공무원으로서, 국가 직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지방 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보람되고 의미 있을 것 같아, 지방 직을 선택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하고, 고향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부차적인 이유라고 부연 설명했다.

임용시험 과정에서 느낀 특별한 감정을 물었더니 면접기준의 핵심 포인트를 짚어냈다. 성현 씨는 “필기시험 합격자는 정원보다 약간 더 뽑은 뒤 면접에서 걸러 내는데, 면접 탈락자 입장에선 굉장히 아쉬울 거라 여겼습니다. 면접기준 또한 궁금했고요. 지금 생각하면 면접기준의 핵심 포인트는 ‘인성’이 아닌가 합니다. 공직자로서의 인성, 조직원으로서의 인성, 사회인으로서의 인성을 눈여겨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수긍이 가는 기준이라 여겨집니다”

이번에 임용된 43명의 새내기 중 28명이 본청으로 발령 났다. 종전과 비교할 때 본청 발령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한다. 성현 씨는 본청 발령자 중에서도 요직중의 요직으로 꼽히는 인사담당 부서를 꿰찼다. 선배공직자들이 그에 대한 기대를 특히 많이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기대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공직사회의 인간관계가 고리타분할 것이라 짐작했는데, 전혀 딴판입니다. 주변 분들이 너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모두가 형 같고 누나 같고, 아버지 엄마 같은 사람들처럼 느껴져요. 아직 병아리 신세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주변분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 나갈지 되레 부담될 정도입니다”

"공직자로서의 포부? 아직 업무도 모르는데…"

공직자로서의 포부나 각오는 뭘까. 통상적인 질문인데도 성현 씨는 몇 번이나 질문취지를 되물으며 입을 떼지 않았다. 그리곤 “솔직히 아직 그런 것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아직 업무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포부나 각오를 얘기하기가 좀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기자의 우문(愚問)에 성현 씨가 현답(賢答)을 하고 있었다.

성현 씨는 현재 애인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조만간 애인을 만나 33살 쯤에는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함께 임용된 동기들이 많은데 그들 중 한사람을 골라 보지 않겠느냐는 농(弄)을 던졌더니, “부서업무가 익숙해지면, 당장 그 작업(?)부터 할 것”이라고 웃으며 받아 넘겼다.

성현 씨의 첫 월급날은 오는 20일이다. 첫 월급을 타면 뭘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뒷바라지에 고생한 부모님 선물을 사고, 할머니 용돈을 드릴 것‘이라는 정답만 얘기했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선물사고 용돈 드린 뒤, 돈이 남으면 친구들에게 한 턱 쏠 것이라고 했다. 꼼꼼하고 야무진 성현 씨다.

시청 정원벤치에서 얘기를 나눈지 한참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돌아서는 그에게 “내가 나이가 한참 많으니 이제부터 말 놔도 되겠네…” 했더니, “당연히 그래야지요”라고 한다. 붙임성도 좋은 친절한 박성현 씨다. 꼼꼼하고 야무지고 예의바르고 친절한 성현 씨, 화이팅! 
 

▲ 지난 8월30일 신규임용 공무원 43명이 시청 대회의실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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