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문화
월인천강(月印千江) 리더십과 문화 부보상김형석 /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암사슴의 몸속에는 똥이 있고, 누에의 몸속에는 비단이 있다.”

속세에서 해탈한 어느 스님은 십팔자득국(十八子得國)처럼 파자도 아닌 오묘한 천기누설로 단순무식한 여행자의 추리력과 상상력을 면벽하게 한 선거의 계절. 장고 끝에 ‘뽕밭’이라는 지정학적인 답을 얻었지만, 그 유력 대통령 후보의 대선 불출마로 헛심만 쓴 불혹의 사내.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으로 미래권력 대진표가 가시화될 즈음 ‘길 위의 작가’와 경북 청송여행을 떠났다.

   
▲ 소설 '객주', '홍어'의 배경이 됐던 청송의 진보장터를 방문해 부보상과 장돌뱅이의 애환이 서린 추억을 되새기는 김주영 소설가와 한동수 청송군수.

‘푸른 솔’이란 아름다운 이름의 국제 슬로시티, 청송(靑松)의 지역 문화마케팅은 ‘도토리 키재기’가 아닌 차별화로 독창적으로 진화 중이다. 대하소설 ‘객주’의 배경이자 김주영 소설가의 고향인 청송군은 객주문학마을, 객주테마파크 조성과 문학제, 문학교실, 장터기행, *부보상길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문학관광’에 올인 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공세에 밀린 장터는 이미 설 자리를 잃었지만 전통장터의 문학적 의미와 ‘문화예술로 전통시장 활성화(문전성시)’를 위한 세미나. 그리고 청송5일장 체험, 사행시 짓기 대회, 한국장날한마당 공연, 주왕산, 송소고택, 외씨버선길 걷기 등을 관광했다.

금수강산을 걸으며 읽는 스토리를 좋아하는지라 중국 주나라 주왕의 망국지한 전설이 있는 주왕산 트레킹. 달기약수로 만든 맛집에서 백숙을 먹으며 엉뚱하게 주지육림 고사의 경국지색 요부 ‘달기(妲己)’를 떠올리는 등 사색 속으로 유람하다 찬경루(讚慶樓)에서 현비암(賢妃巖)을 마주했다.

   
▲ "황하강의 물을 들이마시고 태산을 갈아 뒤엎겠다." 천하제패를 염원한 주왕의 겸인지용은 당나라에 패해 머나먼 타국으로 도망와 일장춘몽으로 끝난다는 전설의 주왕산 절경. [사진 제공: 청송군청]

전북 순창 강천산처럼 음기가 강하다는 주왕산의 정기 때문인지 청송은 황후화(皇后花)가 핀 땅이다. 시조의 묘가 풍수적 명당이라는 조선 명문가 청송 심씨는 왕비 3명, 정승 13명을 배출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부인이며, 왕권과 신권이 피비린내 나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의 계유정난에서 승리한 세조의 어머니인 소헌왕후 고향이다. 왕비가 되었지만, 아버지 심온은 외척의 발호를 경계한 태종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아들들은 골육상쟁을 벌인 딸과 어머니로서의 운명. 과연 명당발복인가?

“내 자손들은 대대로 박씨와 혼인하지 마라.”

정적 좌의정 박은의 무고로 사사되기 전, 소헌왕후 아버지 심온의 유언. 이 대목에선 이탈리아 베로나의 도시마케팅이 떠오른다. 허구인 셰익스피어 희곡의 배경지인 베로나는 줄리엣 집, 무덤 등을 만들어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가 되었다. 세종대왕의 왕자 8형제가 어머니를 위해 지은 찬경루에서 현비암을 바라보며 상상력을 전율했다. 가문의 싸움으로 비극적 사랑을 낳은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어 현비암을 친환경 야외무대로 하여 실경산수 뮤지컬 하나 만들기 좋은 명당(?)이었다.

   
▲ 자살률 세계 1위. 경쟁과 탐욕의 물질만능 풍조 속에 정부, 기업, 학교, 가정 등 모두가 '경쟁력' 타령뿐인 인간성이 상실된 경제대국 코리아! 그래서 '그래서, 결론은 사랑이다'고 외친 용전천(龍纏川)의 현비암.

성공한 예술가를 만나면 재미와 정보가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네!” “거짓말은 내가 전문인데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더 잘하는 세상!” 청송의 전통시장, 역사 유적지 등에서 김주영 소설가는 걸쭉한 입담과 창의적 이야기로 문화답사 일행들에게 웃음꽃이 피게 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많은 푸른솔 고장에서 장돌뱅이처럼 소요유한 ‘길 위의 인문학’ 2박 3일. 12월 대선에서 국민 다수에게 웃음을 주는 세종대왕 같은 애민애족, 불인지심의 지도자 도래도 생각했다. ‘덤, 흥, 정’이 있는 전통시장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처럼 ‘다양성과 공생의 어울림 공동체’ 대한민국을 다시 복원하는 시대정신을!

그리고 21세기 비단길, 지구촌으로 뻗는 실크로드를 만드는 ‘누에’는 문화와 IT를 접목한 창조적 리더십이란 답을 얻었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을 건너 대륙으로 가는 길, ‘문화 부보상’들이 문화적, 경제적 영토를 넘나들게 하는 *‘월인천강(月印千江) 대통령’을 기다린다.

“어두운 밤, 달빛은 일천 강을 차별 없이 골고루 비추네.”

   
▲ 객주문학관광테마타운 사전 붐 조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 장날 한마당'은 소설가 김주영, 구효서, 박상우, 권지예, 이현수, 시인 김민정, 화가 최석운, 이인 등과 일반인들이 함께 했다. [사진제공: 킹콩인러브]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 부보상(負褓商): 보부상(褓負商)은 일제의 잔재로 억상이간책략(抑商離間策略)으로 변칭한 왜곡 명칭. 조선의 태조(太祖)가 중상육성정책(重商育成政策)으로 하사한 옥도장(玉圖章)에 ‘유아부보상지인장(唯我負褓商之印章)’이 있듯 부보상이 올바른 명칭. 부상은 상품을 지게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판매하는 등짐장수를, 보상은 상품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 다니면서 판매하는 봇짐장수. 1929년 조선의 총독부가 보부상(褓負商)이라 고쳐 부르면서 지금까지 그대로 굳어져 왔음. 보부상은 일제가 박은 쇠못이고 부보상이 한국의 뿌리인 고유명사.

* 월인천강(月印千江):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차용. 월인천강지곡은 1447년에 세종대왕의 왕명으로 아들 수양대군(首陽大君)이 어머니 소헌왕후(昭憲王后)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석보상절(釋譜詳節)’을 지어 올리자 세종이 석가의 공덕을 찬송하여 지은 노래. ‘월인천강지곡’이란 ‘달의 빛이 일천 강을 비추듯 자비로운 부처님을 칭송한 노래’라는 뜻으로, 상·중·하 3권에 500여 수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와 아울러 훈민정음으로 표기된 한국 최고(最古)의 가사(歌詞).
 

뉴스앤거제  nng@daum.net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앤거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 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