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이다. 겨울하늘은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가을이 남기고간 정겨운 눈요기 감이 있다. 감나무 가지 끝에 함초롬히 남은 ‘까치밥’이 그것이다. 까치밥은 일년내내 감나무 가지 사이에서 목이 쉬도록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 까치들의 노고를 생각해서 남겨둔 감이다. 그러나 실은 사람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 저절로 남게 된 감이 더 많다. 요즘 시골엔 일손이 모자라서 멀쩡한 감까지 그대로 가지에 남아 까치들에게 잔치상을 차려주고 있다. 그 감들은 마침내 서리를 맞고 꿀 같은 홍시로 변한다.

‘거제 대봉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으로 거제시 하청면 덕곡리 해안마을이 있다. 이곳에 가면 반쯤 말라서 마치 먹기 좋을 만큼 말랑말랑한 곶감을 싸게 살 수 있다. 해안 마을 아이들은 입동이 지나고 감나무에 서리가 내릴 즈음 즐거운 수난을 만난다. 장대 끄트머리를 쪼개 사금파리를 괴어 넣고 까치들과 까치밥 홍시 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서리를 맞아 꿀 홍시가 된 그 감들은 까치 좋은 일 만 시키도록 놔 둘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 마저 까치 편 을 들어서 아이들을 나무란다. 어렵사리 딴 홍시를 마구 집어먹는 아이들은 그날 저녁 뒷구멍이 막혀 고생을 하기 일쑤다.

이런 추억담을 되새기면서 해안마을에 가면 까치밥과 곶감 맛 이 한층 깊게 느껴질 것이다. 해안마을 일대 앵산 에서 나는 감은 완전 무공해 야생감이다. 씨 발라낼 걱정이 없어 이 없는 사람이 먹기에 좋다. 한국의 토종 감 가운데 꼭 홍시로 먹어야 기가 막히며 맛난 감이 있다.

앵산 자락에서만 나는 대봉감이 그것이다. 빨갛게 잘 익은 대봉감은 곶감으로도 만든다. 옆에서 보면 하트모양으로 예쁘게 생겼는데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주로 홍시로 만들지만 보통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후 11월에 들어서서 수확 하는데 빨갛게 익은 대봉감이 연시로 변해 물러지기 전에 수확을 마쳐야한다.

크기는 어린아이 손바닥보다 약간커서 손에 꼭 쥘만하다. 손안에 거꾸로 쥐고 밑 꼭지를 딴 뒤 생달걀 마시듯 들여 마시면 된다. 어찌나 단지 감 쥬스 를 마시는 듯하다. 씨는 없거나 한 둘 뿐이다. 대봉감은 모양도 예쁘다. 빠알간 볼에 하얀 분가루를 바르고 수줍어하는 새색씨 를 닮았다.

해안 마을이장 이석문씨(64세)는 이 대봉감과 함께 일생을 함께 해왔다. 그는 손이 닿는데 까지 대봉감 을 따서 쌀독 속에 넣어두고 겨우내 손님맞이로 쓴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사람이 입맛을 다시기도 전에 까치들이 다 입가심을 해버려 나무엔 별로 남은 게 없다.

해안마을에는 또 하나의 별난 과일이 있다. 앵산 자락의 중심부에 있는 10만 여 평의 유자단지는 한때 거제단위 유자수확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풍년을 거듭해왔다. 올해도 태풍 볼라벤 이 해안마을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노랗게 익은 유자나무가 탐스럽게 널려있다. ‘황금물결바다’라는 표현이 적절 할 것 같다.

땅심이 좋은 해안마을엔 이 땅의 토양이 준 ‘자연의 선물’에 한 농민의 지혜로운 발견과 정성이 덧붙여져 이루어낸 유자와 치자밭. 가지가 휘어 질만큼 단감이 달린 감밭. 양쪽 길가에 분홍과 빨강의 코스모스를 한껏 휘날리며 마을 안쪽으로 뻗은 산책로... 덕곡 해안마을의 가을은 그렇게 흐뭇하게 익어가고 있다.

여행정보
< 맛집 >
거제를 찾는 여행객들이 즐겨먹는 계절 음식 중에 굴 구이가 있다. 먹기 좋게 세척한 굴을 통째로 불에 익힌 후 장갑을 끼고 칼을 이용해 까먹는 재미가 솔솔 하다. 거제도 어디서나 맛 볼수 있는 음식이지만 특히 하청 굴구이마당(055-635-2717)집이 잘하는 곳을 소문나 있다. 하청 덕치고개에 있는 곰솔마루((055-637-3353)도 권할만하다. 닭. 오리전문음식점으로 유명한 이 집은 주인의 손맛이 남다른데 20여 가지의 한약재와 전복. 문어. 꽃게를 넣어 끓인 오리 황제 탕 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숙박>
여관이 없는 하청면에는 아름다운 펜션이 즐비하다. 특히 해안마을 인근에 있는 거제 승마S펜션(055-632-3366)은 뒤로는 망산, 앞으로는 시원스런 석포바다가 펼쳐져 있어 조망이 좋으며 승마체험도 가능하다.

<특산품>
1)하청면 덕곡리 해안마을에 위치한 10만 여 평의 유자단지는 자녀들과 함께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올 수 있는 여행지이다. 한울타리농원(010-4852-5154) 윤씨농원(055-636-6516) 이평원씨 농원(010-9488-2610)에 가면 봉옥(홍시): 15Kg 1박스 3만5천원. 단감: 15Kg 1박스 3만5천원. 유자: 10Kg 1박스 3만5천원~4만원에 구입 할 수 있다. 2)국내 최대의 굴 가공 공장이 있는 하청면 대일 수산(055-633-9366)은 굴 직판장을 운영한다. 전화주문 가능하며 전국에 택배로 배송

▲ 손영민

<가는길>
거가대교 관포IC에서 지방도로를 타고 장목방향으로 간다. 장목삼거리에서 하청방향으로 길을 잡아 면소재지로 들어가 경남산업고 쪽으로 우회전. 해안도로를 따라 10분쯤 가다보면 해안마을 농장의 모습이 보인다.

글: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사진: 우덕근 /한국 프로인상 사진 추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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