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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천(竹泉) 소개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 반곡서원(盤谷書院)서편 인근, 녹반곡(麓盤谷)에 "죽천(竹泉)"이라는 샘(泉)이 있다. 샘 위에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달콤한 샘물이었다고 전한다. 반곡서원 터에서 귀양살이한 '송시열'선생이 생활하신 우물이기도 하지만, 뒤이은 김진규(金鎭圭, 文淸公 대제학)선생이 1689년에서 1694년까지, 이 샘에서 매일 노닐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수양했다. 이에 대숲 샘물, 즉 "죽천(竹泉)"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호로 삼은 계기가 되었다. 이 후에 많은 조선후기 학자들 사이에 "죽천(竹泉)"이 회자되면서 거제에 유배오신 분이나, 노론 계열 선비 학자들 사이에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였다. 거제부지 거제읍지 등에도 기록될 만큼 거제역사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거제 반곡서원 복원 時, 반드시 새로이 조성해야 할 거제의 문화유산이다. 현재도 전국 유학자(고전문학 관련자)들은 거제하면 "죽천(竹泉)"이 떠오를 정도로 그 의미하는 바가 크다. 죽천 소공원 복원 時, 김진규 선생의 죽천기(竹泉記)와 이이명(李頤命, 좌의정)의 죽천명(竹泉銘), 유배명시 등을 소개하여 멋진 유적지로 조성해야겠다. (반곡서원 서쪽 편 십수보 쯤). 김진규 선생 뒤 이어 유배오신 '김창집', '이이명(李頤命)', '신구(申球)' 선생 등도 이 샘물에 의지하여 자신의 신념을 지켜냈다. 또한 송시열과 김진규선생의 거제제자이자 거제유림으로서 반곡서원을 창설한, 윤도원(尹道元), 옥삼헌(玉三獻), 김일채(金一彩), 윤명한(尹命翰), 허유일(許愈一), 신수오(辛受五) 등이 공부하면서 몸과 마음을 정진하던 곳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거제의 학문이 샘물같이 쏟아 나왔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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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천(竹泉) [在盤谷書院之西十數步金文淸公謫時嘗遊於此名曰竹泉因以自號]
[거제시 거제면 반곡서원 서쪽 십 수보에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文淸公)이 귀양살이 할 시절에 일찍이 노닐었던, 대숲 샘물 "죽천"이라는 이름을 자신의 호로 삼은 계기가 되었다.] / 거제유배 기간 : 1689년~1694년
3. 김달보(김진규) 죽천명(金達甫竹泉銘) 해설
◯ 金達甫竹泉銘 김달보(김진규) 죽천명 (幷序 병서) 泉在巨濟 거제에 있는 샘./ 이이명(李頤命) 소재집(疎齋集).
[物固有廢於前而顯於後者。人亦有舍乎彼而取乎此者。是豈但偶然而已。盖似有數存焉。今夫天下之淸者。宜莫如水。植物之奇者。亦莫如竹。從古好修之士。舍此宜無取焉。嘗怪屈左徒盛稱衆芳以自况。如江蘺杜蘅之倫。詳矣。獨無一語及於此君者。至欲吸沆瀣漱正陽。以保其淸澄。殊不知酌淸泉之可易求。夫以屈子之賢明。遺其奇而取其微。舍諸邇而慕諸遠。一何謬也。况楚之南。固多石泉 與幽篁。行吟澤畔。必日接于其目也。而忽焉而不顧。獨使山鬼飮而處之。二物者永抱終古不遇之恨。豈非所謂數也。其或有相待者耶。抑其意以爲物之淸奇芳潔者。吾且一擧而盡取之。後之人不幸而羇於世者。將何所賞心焉。姑且遺之。以附史闕文之義歟。是亦未可知也。雖然。有能察其苦心。擴其所未發者。是千古而朝暮也。]
[ 만물은 본디 이전 것은 못쓰게 되면 뒤에 것이 나타나고, 사람도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함인데, 이 어찌 우연한 일이라 하겠는가? 대개 무슨 일이든 운수(運數)가 있는 듯하여, 지금 저 천하가 맑다고, 마땅히 물 같다 하지 말고, 식물이 특이하다하여 대나무 같다 하지 말라. 예로부터 뛰어난 선비가 좋아하다 버리면, 여기서 취할 바가 없다. 좌도의 직책을 맡고 있는 굴원이 괴이하게도 여러 꽃을 매우 칭찬하며 자신과 비교하였다. 강리(江蘺) 향초(香草)같은 무리에 대하여 자세하게 칭송했다. 어찌 한마디 말도 없는데도 대나무와 함께 한밤중 이슬을 마시고 햇빛으로 양치질 하고자 하는가. 그 맑고 깨끗함을 지킴으로써.. 특히 맑은 샘물에서는 쉬이 구한 술을 마시는 줄도 알지 못하니, 저 굴원의 현명함에 그 기묘함을 버리고 미묘함을 취하며, 가까운 것은 다 버리고 먼 곳의 것만 그리웠구나. 오로지 어찌 사리에 맞지 않은지.. 하물며 우거진 남쪽에는 진실로 돌샘이 많고 그윽한 대숲이 함께 있다. 못가에서 시를 읊고 다니다, 오로지 그 눈으로 햇살을 응대하니, 홀연히 돌아보지 않게 된다. 오직 산 귀신만이 호흡하며 살고 있다. 두 가지는 예부터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한을 품었으리라. 이른바 (세상)이치가 아니겠는가? 아마도 상대하는 자가 있어, 문득 맑고 기특하며 아름답고 바른 몸을 만들기 위한 뜻이리라. 나는 또한 일거에 모두 다 취하게 되었으나, 후세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세속 사람에게 얽매이게 된다. 장차 즐거운 마음이 어디에 있겠는가? 잠시 남겨 놓은 역사서에 따르면, 빠진 글귀가 의로운 것이다. 이 역시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유능하게 살피고 고심하여 아직 발현되지 않는 자로서 자리를 넓혀보니, 무릇 오랜 세월 동안 아침과 저녁이었구나(生과 死).
[주] 강리(江蘺) : 굴원이 지은 이소경(離騷經)에 “강리와 벽지로 옷을 해 입고, 가을 난초 엮어서 허리에 둘렀노라. 강리와 벽지는 모두 향초(香草) 이름이다.
[達甫謫海中。得一泉寓居。其下泉源出石竇。味甚甘洌。泓淨觱沸。旱亦不枯。其上。又有脩竹數千莖。大冬常靑。達甫對竹飮泉。翛然若有相契者。悠然似忘其憂。名其泉曰竹。仍取以自號。爲文以記之。能道竹之節泉之德。用自勖焉。盖其好之也。不在聲色臭味之間。亦將托心期於歲暮者也。嗟乎。使屈子果能長年度世。其必莞爾於子矣。凡物之遇不遇。有時。彼水與竹而又何恨。余與達甫。各拘異島。縱不能共賞水竹之勝。旣感物之顯晦若有數。又嘉達甫之能好其所可好者。作詩以寄之。俾銘其泉石上。銘曰]
달보(김진규)는 바다 안(거제도)에 귀양가서, 한 샘물에 우거했다. 그 아래 샘물의 근원인 돌 틈에서 나와, 맛이 심히 달고 맑았다. 깊은 물이 깨끗하게도 솟아오르며 용솟음쳤다. 가물어도 마르지 않았고, 그 위에 수죽(시릿대)이 수천 개가 있다. 추운 겨울에도 항상 푸르니, 달보는 대나무를 대하고 샘물을 마시며, 재빨리 이와 같은 상념을 맞은 것이다. 유연히 그 근심을 잊은 듯하였다. 그 샘물의 이름을 말하길 "죽천"이라 하고 자신의 호로 삼았다. 문서에다 기록하고는, 대나무의 절개로 스스로 도를 수행하고 샘물의 덕을 깨우치고, 스스로 힘써 행하였다. 그래서 좋아하는 바가 되었다. 소리, 색깔, 냄새, 맛의 차별이 없는 곳이다. 단지 한해가 또 저물어 가, 마음을 여기에 의지하며 기약하니, 아 슬프도다. 굴원으로 하여금 우연히 오랫동안 세상을 살았다면, 아마도 백성으로써 빙그레 웃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만물은 (알아주는 이를)만나고 못 만남에는 때가 있는 것이다. 저 샘물과 대나무 또한 무슨 한이 있겠는가? 나와 더불어 달보는 각기 다른 섬에 귀양 살은 까닭에, 비록 샘물과 대나무의 뛰어난 경치를 함께 즐길 수 없었지만, 이미 사물에 느끼는 현달함과 은둔함이 이와 같이 손꼽을 정도다. 또한 달보는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그 본래의 자리를 진실로 좋아하는 자이다. 시를 지어 보내어, 그 샘물 돌에다 새긴다. 명(銘)에 말하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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鉅浸渾涵。氣味皆醎。中洲一泉。獨擅其甘。南州篁竹。 賤若荊楚。泉上千竿。貴得其所。凡物萬殊。各肖其類。惟泉與竹。特拔其萃。不江不海。匪木匪卉。易稱其冽。詩歌有斐。不有君子。其何能識。天遣吾人。於焉取德。發其幽潛。裨我孤貞。兩美相合。處困愈亨。淸流漱根。韻雜簫笙。微風送月。影碎空明。念子此時。神瀜意釋。離騷朗誦。響出金石
["온통 물에 가득차고 크게 잠기듯 하며, 맛과 냄새가 두루 짜고, 강 가운데 생긴 모래톱에 샘물 하나 있는데, 어찌 멋대로 맛이 좋은가? 남쪽 고을엔 대나무 숲을 가시나무같이 천히 여긴다. 샘물 위 대숲에 알맞은 자리를 귀히 얻으니, 세상 만물이 다 다르다. 각기 그 무리는 닮았는데, 오직 샘과 대나무는 특히 뭇 무리보다 빼어나다. 강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며,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니구나. 그 맑음을 쉬이 말하지만, 시문학에도 문채가 있다한다. 군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어찌 알 수 있으랴. 하늘이 나를 떠나보내 어느새 덕(德)에 의지하니, 그윽이 숨은 덕행이 드러나게 되었고, 우리는 곧은 지조의 외골수인지라, 아름다운 두 사람이 결연을 이루었도다. 곤경에 처해도 더욱 형통하였고, 맑게 흐르는 물에다 뿌리 채 양치질하니 피리와 퉁소소리가 섞여 산들바람에 달을 보낸다. 맑은 물에 비친 달그림자 부서질 때 그대 생각나는데, 뜻을 푼 깊은 물속 귀신이, 굴원의 이소경을 낭송하니 금석(金石)에 울려 퍼지누나." ]
● 이이명(李頤命) : 1658년(효종 9)∼1722년(경종 2).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지인(智仁) 또는 양숙(養叔), 호는 소재(疎齋). 세종의 아들 밀성군(密城君)의 6대손으로, 영의정 경여(敬輿)의 손자이자 대사헌 민적(敏迪)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의주부윤 황일호(黃一皓)의 딸이다. 작은아버지 지평 민채(敏采)의 양자로 들어갔다. 1680년(숙종 6) 별시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여 홍문관 정자로부터 벼슬살이를 시작하였다. 1686년 사헌부의 집의로 있으면서 문과중시에 병과로 급제하여, 이듬해 1월 강원도관찰사에 특제(特除)되기까지, 홍문관의 박사·수찬·교리 응교, 사헌부지평, 사간원헌납, 이조좌랑, 의정부사인 등을 역임하면서 송시열(宋時烈)·김석주(金錫胄) 등의 지원 아래 이선(李選)·이수언(李秀言) 등과 함께 노론의 기수로 활약하였다. 그리하여 강원도관찰사로 나간 지 8개월 만에 승정원의 승지가 되어 조정에 돌아오는 남다른 승진을 거듭하였으나, 1689년 기사환국을 당하여 영해로 유배되었다가, 뒤이어 남해로 이배되는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유배생활 5년 만에 이른바 갑술옥사가 일어나 호조참의로 조정에 돌아온 뒤, 승지를 거쳐 1696년(숙종 22) 평안도관찰사로 탁임(擢任)되었지만, 늙은 어머니의 병을 칭탁하여 극구 사절하고 강화부유수로 나갔다. 그러다가 2년 만에 대사간이 되어 돌아왔으나, 이번에는 형 사명(師命)의 죄를 변호하다가 다시 공주로 유배되고 말았다. 이듬해 2월 유배가 풀리기는 하였으나, 2년 동안 기용되지 못하고 있다가, 1701년 예조판서로 특임되었고, 이어 대사헌·한성부판윤·이조판서·병조판서 등을 역임하다가, 1706년 우의정에 올랐다. 그리고 1708년 숙종의 신임을 한몸에 받으면서 좌의정에 올라 세제(世弟: 뒤의 영조)의 대리청정을 추진하다 실패하여 다시 남해로 유배되기까지, 15년 동안을 노론정권의 핵심적 존재로 활약하였다. 이 동안 숙종의 죽음으로 고부사(告訃使)가 되어 연경(燕京)에 갔을 때, 독일신부 쾨글러(Ko“gler, I.)와 포르투갈신부 사우레즈(Saurez, J.) 등을 만나 교유하면서 천주교와 천문, 역산에 관한 서적을 얻어가지고 돌아와 이를 소개하였던 것으로 전한다. 1721년(경종 1) 세제의 대리청정이 실현되려다가 실패하자, 이를 주모한 김창집(金昌集) 등과 함께 관작을 삭탈당하고 남해에 유배되어 있던 중, 목호룡(睦虎龍)의 고변으로 이듬해 4월 서울로 압송, 사사(賜死)되었다. 공주에 우선 안장되었다가, 1725년(영조 1) 복작되면서 임천 옥곡(玉谷)에 이장되었고, 영조의 지시로 한강가에 사우(祀宇)가 건립되었다. 저서로는 시·문을 엮은 《소재집》 20권 10책이 전하고, 또 《양역변통사의 良役變通私議》와 《강역관계도설 疆域關係圖說》·《강도삼충전 江都三忠傳》 등이 있다. 시호는 충문(忠文)이다.
5. 竹泉記(죽천기) 대나무 숲속 샘물 기록 / 김진규(金鎭圭) 거제유배 중에,,
장소 : 읍치 동쪽 계룡산내 녹반곡 마을 대숲 샘물. 반곡서원 서쪽 십수보 쯤.
人言嶺海病人 泉不善也 裳郡在海中 固惡地 而地少泉 掘川畔 引流而汲 水雜泥滓 飮之多病 地故尤以惡稱
[소문에 영남 바다에 병자가 많아 샘물이 좋지 않다네. 상군(거제)은 바다 가운데 있어 아주 싫은 곳이다. 작은 샘물이 있는 땅으로서 하천을 파내 경계를 이루고 길어 올려 물을 댄다. 진흙탕에 섞긴 물을 마시니 병이 많다. 땅이 고로, 더욱 나쁘다 말한다.
邑治東鷄龍之麓盤谷之村 有泉焉 源發篁竹裏 伏出石間 味甘而色瑩 夏冽而冬溫 飮之少病 北人謫此 必傍泉而寓 適不病而還 皆謂泉之功 泉故益以善聞 余來南 親戚憂之 以泉爲諗 途聞泉爲先謫者所有 心不能無恨 及至移去 遂得寓焉 私喜 幸自語 庶可免死瘴癘 已而病作 竊恠之 問土人曰豈泉昔善而今不善歟 何人不病而吾病也 土人曰子病屬耳 (屬耳垣墻) 安知果爲瘴癘 第竢之 久當知泉之善不善 余聞而猶疑 病間杖而往觀 脩竹叢然而蔭 淸泉滃然而流 余逍遙其間 倚竹而憇 循泉而步 忽爽然謂土人曰 嚴冬卉木皆凋 惟竹能不枯 亢旱陂池皆涸 唯泉能不渴 以節固而本有也 可謂不改其德者矣 人之有患難 猶竹之冬泉之旱也 士平居毅然自許 及當患難 不喪所操者鮮 其有愧於竹與泉多矣 苟能善養其志氣 如竹之固其節 如泉之有其本 則 死生且不能動 疾病固不論也 夫然則斯泉也 功止於勝瘴癘 德足以行患難 泉果善歟 今余欲行患難而未能 方將慕泉之德 奚暇以病不病 論善不善也
[읍치 동쪽 계룡산에 녹반곡 마을이 있는데 샘이 그곳에 있다. 참 대나무 속에서 발원하여 바위틈에서 살포시 샘물이 솟는다. 맛이 달고 색이 투명하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물을 마시니 병이 줄어든다. 이곳에서 북인 중앙 유배자는 오로지 샘물 옆에서 머물며 적당히 병이 걸리지 않고 돌아오곤 한다. 모두가 다 샘의 공치사를 말하니 샘이 이런 이유로 유익하고 좋다고 소문이 났다. 내가 남쪽으로 오니 친척이 근심하여 샘물을 알려 주었다. 길가 샘이 소문나, 먼저 귀양 온 자들의 소유라고 한다. 심적으로 어찌 할 수 없어, 미워하지 아니 하겠느냐. 딴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마침내 여기 샘에 위탁하기에 이르자 나는 기뻐서 바로 말이 나온다. 거의 무더위 장려(유행성 열병)로 인한 죽음은 면하였으나 나중에 병이 생겨 남몰래 의심스러웠다. 물어보니 토착민이 말하길, 옛날에는 샘이 좋았는데 이제는 좋지 않다한다. (이러니)어찌 사람이 병이 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마음의 병이 되었다. 토착민(거제민)이 말하길, "당신의 병은 귀에 붙어있다". (벽에도 귀가 있다는 말과 같이 경솔히 말하는 것을 조심하라.) 어찌 유행성 열병을 다스리기 위한 일을 알고 있으랴? 차례를 기다리다가 오랫동안 좋던 좋지 않던 마땅한 샘을 알고 있다하여 소문을 들으니 오히려 주저된다. 병을 앓는 동안 의지하여 가서 보니 시릿대(수죽)가 우거져 그늘이 생기고 맑은 샘이 용솟음치며 흘러간다. 나는 그 사이에 슬슬 거닐어 돌아다니다 대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샘 주위를 돌다가 걷는다. 갑자기 환해진다. 그런 것을 일컬어, 토착인(거제민)이 가로되, "추운겨울에는 풀과 나무가 모두 시들지만 비록 대나무는 능히 마르지 않습니다." 오랜 가뭄에 방죽 못도 다 마른데 오직 이 샘만이 물이 마르지 않는다. 절개가 굳어 단단한 것은 본디부터 있는 근본이라 그 덕이 있는 자가 고치지 않는다면 어떠어떠하다고 할 만하다. 사람에겐 (누구나) 근심과 걱정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대나무는 겨울에 샘이 가물어도(절개가 굳어 단단하다) 선비는 평상시 의연하며 스스로 넉넉할만하게 여긴다. 마땅히 근심과 걱정이 함께 하지만 위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지조를 지킨 자는 곱고 신선하다. 이에 대나무와 더불어 샘이 아름다워 수줍음이 생긴다. 진실로 그 의지와 기개로 훌륭하게 자라나니 이 같은 대나무는 그 절개가 굳고 단단하게 되었다. 샘도 그 근원에 있어서 이와 같다 즉, 죽고 사는 것에 또한 흔들림이 없으며 질병에 한결같아서 논하지도 않는다. 대저 그러하니, (바로)이 샘이도다. 장려(유행성 열병)를 이긴 공을 만류하더라도 근심과 걱정을 행하여도 덕을 품는다. 샘물은 마침내 편안하니 좋구나. 이제 나는 할 수 없이 근심과 걱정을 보내고자 한다. 이제 곧 은덕을 베푼 샘을 그리워 할 것이다. 병이 나든 안나든, 어느 겨를에 좋던 좋지 않던 간에 훌륭함을 언급한다.]
土人曰美哉言也 人之善泉也 非所以知泉之善也 子之善泉也 乃眞知泉之善也 君子之善物也 以德不以功 子旣善其德 盍名而章之 //余曰泉固善矣 配德於竹而後盡善 乃名之曰竹泉 因以自號 又係之詩而自勖曰 維竹之猗猗 比吾之志兮 挺然而自持 維泉之沄沄 比吾之氣兮 浩然而長存 維疾與死 聖賢亦然兮 吾 又何責乎泉水 維竹有節 維泉有源兮 與之閱寒暑而無斁
[토착인(거제민)이 말하길, "맛이 좋다" 하는구나. 사람들이 좋은 샘이라 하니 좋은 샘에 대해 아는 바가 아니라 당신들이 샘을 좋게 사용하니 비로소 훌륭한 샘을 진실로 알리게 된 것이리라. 군자의 선물(훌륭한 물건)이다. 공적으로서가 아니라 은덕으로.. 당신들(거제민)이 이미 그 은덕을 좋게 여기니 명성을 모아 글(문장)을 쓴다. // 내가 말하길, 이 샘은 참으로 훌륭하다. 대나무에서 덕을 베푸니 귀양살이가 고맙다. 그리고 이후에 선함이 끝이 없어 이에 그 이름을 일컬어 "죽천"이라 했다. 이로 인하여 나의 호를 (죽천이라 지었다). 또 시를 이어 묶어(죽천집) 스스로 힘써 노력하여 가로되, 대나무는 우거지고 나와 견주어 그 마음의 본심이 대단하고 뛰어나 훌륭하니 스스로 얻게 되었다. 샘은 광대하게 흐른다. 나와 견주어 (보아도) 그 기세가 대단하고 물이 거침없이 흘러 길이 나아가리라. 질병과 죽음을 생각하면, 성현도 또한 마찬가지로다. 우리가 또한 어찌 샘물을 나무라겠는가? 생각하니 대나무는 절개가 있고 샘에는 근원이 있도다. 더불어 추위와 더위(사계절)를 겪어보아도 싫지(질리지) 않도다.]
● 작품 해설 : 저자 김진규는 1689년~1694년 거제로 유배와서 거제시 거제면 읍치 동쪽 계룡산내 녹반곡 마을 대숲 속 샘물에서 귀양살이의 근심과 걱정을 씻어냈으며, 또 샘물의 발원지인 참 대나무 숲과 시릿대(수죽: 화살에 사용하던 대나무)숲에서 샘물과 대나무의 굳고 단단한 기개와 절개를 찬양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곧은 지조를 지키며 또한 덕을 베푸니 군자가 이와 다들 바 없다고 표현한다. 샘물은 그 근원이 있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맛이 좋고 겨울엔 따뜻함과 여름엔 시원함을 주어 질병을 막아준다며 그 은덕을 칭송한다. 대나무의 그 선(善)함과 기개에 감탄하여 자신의 호를 "죽천(竹泉)"이라고 지은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이로 인해 그 기록을 남겼다. 또한 위의 글 내용 중, 유배인들도 순서가 있어, 먼저 온 유배자가 샘물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면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17세기에 거제현의 읍치가 현 거제면(서상리) 일대라 중앙정부의 관리들이 유배 올 시에는 대부분 거제면 명진리 동상리 일대에 정배되어 귀양살이를 했다. 김진규선생의 모든 거제 유배 작품을 살펴보면 대체로 거제면 일대를 자유로이 다니면서 생활했음을 알 수 있으며. 또한 거제 토착민과의 접촉이 빈번하여 거제현으로부터 통제와 감시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 거제도와의 인연에 의한 글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저자의 모든 작품에 언급 된 바를 분석해 보면 귀양살이 한 곳은 동상리 반곡서원 인근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거제도 유배문학에 이행(李荇 1506년), 정황(1548년~1560년), 김진규(金鎭圭 1689년) 세분이 가장 많은 글과 작품을 남겨 '거제유배문학 대표적인 3인'이라 할 수 있다. 거제면 녹반곡(골) 대나무 숲속 내 샘물을 "죽천(竹泉)"이라 명명하여 표지석을 세우고 널리 알려 대나무와 샘물의 그 아름다운 모습은 물론, 김진규의 유배 작품 "죽천기"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6. 죽천 샘물에서 지은 명시(名詩)
1). 김진규(金鎭圭)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1658~1716년) 선생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며 송시열(宋時烈)의 문인으로 1689년 거제면 동상리 반곡 골짜기로 송시열(宋時烈)선생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귀양살이 했으며, 그 뒤를 김창집 선생이 뒤 따랐다. 1694년 갑술환국으로 서인이 재집권하자 복권되어 서울로 올라갔다. 선생은 문장이 뛰어났으며, 전서 ·예서와 산수화 ·인물화에 모두 능하였고 거제의 반곡서원(盤谷書院)에 배향되었다. 거제유배 時, 약 24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1). "견화유사(見花有思)" 꽃을 보니 생각나네.
梅花半落杏花開 매화꽃 반쯤 지니 살구꽃 피고
海外春光客裏催 바다 멀리 봄빛은 나그네 마음 재촉하네.
遙憶故園墻北角 멀리 고향의 우리 집 담 북쪽 모퉁이
數株芳樹手曾栽 내가 심은 몇 그루 나무도 꽃 피어났으리.
거제도에 봄날이 돌아 왔다. 매화꽃이 막 지고 살구꽃이 피는, 찬란하고 화사한 봄빛은 바닷물결에도 닿아 살랑살랑 반짝인다. 멀리 고향집 정원에도 거제도처럼 꽃이 활짝 피기를 소원한다. 선생의 마음속엔 돌아 온 봄처럼, 다시 고향집에 돌아가고픈 희망과 설레임, 그리고 조바심을 함께 표현한 노래이다.
(2). "야경(夜景)" 밤의 경치
輕雲華月吐 달을 토해내는 가벼운 구름,
芳樹澹煙沈 꽃나무는 맑은 안개 속에 잠긴다.
夜久孤村靜 밤이 깊어 고요한 외딴 마을,
淸泉響竹林 맑은 샘물소리 대숲을 울리네.
밤의 경치를 읊은 서경시(敍景詩)이다. 고요히 비추는 달 빛 아래, 밤늦도록 선생은 홀로 느끼는 바를 소탈하게 묘사해 놓았다. 달을 지나는 엷은 구름, 밤안개가 낮게 걸친 향기로운 숲, 외딴 거제면 동상리 골짜기의 적막감에 낮에는 잘 들리지 않던 죽천(반곡서원 서편 십 수보에 있는 샘물) 샘물 소리 까지도 청아하게 들린다. 거제도의 밤늦은 풍경이라 그런지 한층 정겹게 느껴진다.
(3). "주면(晝眠)" 낮잠
卯酒餘醺午睡濃。아침술에 취기가 남아 낮잠을 달게 자는데
離離簷影落窓櫳。드리운 처마 그림자, 격자무늬 창에 떨어진다.
一聲山鳥驚幽夢。한 가락 산새 소리가 그윽한 꿈을 깨워,
起看西峯夕照紅. 일어나 바라본 서산 봉우리, 저녁노을 붉었으랴.
이런저런 생각에 밤새 잠 못 이루다, 아침나절에 먹은 술에 취기가 생겨 잠시 방안에 누웠다가 잠이 든다. 그러다 초가집 바깥에서 둥지로 돌아가는 시끄러운 산새소리에 벌떡 일어나 초가집 격자무늬 창을 열어보니 벌써 서산에 해는 기울고 하늘엔 온통 붉은 노을이 가득하다. 달콤한 지난 세월이 모두 한바탕의 일장춘몽이듯, 깨어보니 덧없는 부귀영화였다. 위 시의 산새소리는 선생이 유배당한 사건인 기사환국을 의미하며, 거제도로 유배와서 뒤늦게 깨닫는 순간 이미 인생의 황혼기가 되었음을 비유하고 있다.
거제에서 선생은 슬픔과 어려움 괴로움을 토로하면서 이를 억제하려고 노력하되, 유배현실을 개인의 일로 한정하지 않고 국가와 가족의 문제와 연결시켜 범주를 확장하고 있다. 현실적인 층위에서 일어난 가족 전체의 일과 내면화의 방법을 가족으로 정서를 전환한 것이다. 거제에서 적은 많은 시편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매개 대상을 통한 내면화로 남긴 많은 한시들의 바탕이 가족의 유리로 인한 번민이 깔려 있다.
남해도로 유배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의 서포 김만중은 김진규의 삼촌이다. '당시에 김만중 뿐만 아니라 김만기의 큰아들 김진구는 제주에 유배되었고 둘째 조카 김진규는 거제도로 유배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셋째 조카 김진서도 진도로 유배가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대단한 집안이구나 하고 생각될 수 밖에 없다. 그네들에게 두려운 것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불의를 보고도 못 본척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이야 이렇게 의지가 강한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말이다. 거제유배기간은 1689년~1694년이며 배소는 거제면 동상리 반곡서원 부근이다.
● 김진규(金鎭圭) : 본관 광산. 자 달보(達甫). 호 죽천(竹泉). 시호 문청(文淸). 인경왕후(仁敬王后)의 오빠. 송시열(宋時烈)의 문인. 1682년(숙종 8) 진사시에 합격, 1686년 정시문과에 갑과로 급제하였다. 이조좌랑(吏曹佐郞) 재직 중, 1689년 기사환국으로 남인이 집권하자 거제도(거제면)에 귀양갔다. 1694년 갑술환국으로 서인이 재집권하자 지평(持平)에 기용되었다. 이듬해 소론 남구만(南九萬)으로부터 척신으로서 월권행위가 많다는 탄핵으로 삭직되었다. 1699년 동부승지(同副承旨)로서, 송시열을 배반한 윤증(尹拯)을 공박하여 소론과 대립하였다. 대사성 ·이조참판을 거쳐, 1706년 병조참판에 이르렀다. 소론의 집권으로 유배되었다가 풀려나와, 1710년 대제학을 지내고 공조판서를 거쳐, 1713년 좌참찬(左參贊)이 되었다. 김진규 선생은 다른 사람이 가진 기개와 학술을 한 몸에 모아 지니고 있었던 인물이었으나 그가 타고난 학파와 가문의 영향 속에서 숙종 당대의 격렬한 당쟁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따라서 그에 대한 평가는 바로 숙종 당대의 정치적 평가와 직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선생은 검소하고 준법정신이 뛰어 났지만 시기심이 많고 각박하며 편안한 기색이 없었다. 당시 시대 상황이 선생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한 문장에 뛰어났고 전서 ·예서와 산수화 ·인물화에 모두 능하였다. 거제의 반곡서원(盤谷書院)에 배향되었다. 문집에 《죽천문집》, 편저서에 《여문집성(儷文集成)》, 작품으로 글씨에 《강화충렬사비문(江華忠烈祠碑文)》 《대헌심의겸비문(大憲沈義謙碑文)》 《증지평이령비문(贈持平李翎碑文)》 등이 있다. 유배기간 동안 많은 거제의 지리 문화를 기록하고 사랑해 주신 김진규 선생께 삼가 존경의 념(念)을 바치는 바이다.
2). 송시열(宋時烈)선생/ 거제 반곡서원 배소.
송시열(宋時烈)선생은 그의 나이 73세 때인 1679년 3월 25일에서 1680년 5월15일까지 거제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거제에서 선생은 성리학적 보편주의 예학의 정신에 입각하여 예(禮)를 다스려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했다. 선생의 높은 덕(德)에 거제사람들이 감화되고 교화를 받아, 이 후 거제반곡서원이 창건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거제는 유학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1679년 거제도에서 그의 손자 송주석과 함께 ‘주자어류’를 집중적으로 교감하여, 그 가운데 주자 문인들의 뒤섞인 기록을 정돈하고 번거롭고 중복되는 내용을 산삭하며 류에 맞게 문목을 재분류하여 편집하였다.
◯ 기성(岐城) 죽천 샘물에서
羣山如畫海迢迢 모든 산 그림 같고 바다 아스라하니 姑射仙人若可招 고야선인도 불러올 것만 같아 却恐衣裾塵土在 문득 옷자락 진토에 있음 두려워 汲泉淸濯此三朝 샘물에 사흘 동안 깨끗이 빨았네.[주]고야선인 : 신선을 말한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묘고야(?姑射)의 산에 신선이 있는데 살결이 옥설(玉雪) 같고 예쁘기가 처녀 같으며 곡식을 안 먹고 바람을 마신다.” 하였다. 거제도 풍경은 신선이 노닐 것 같이 아름다우나 선비의 정신(옷자락)이 진토에 더러워진 것 같아 깨끗한 샘물(죽천竹泉)에 씻으면 나아질까? 생각하며, 자신의 굳은 의지를 다짐하고 있는 한시(漢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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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소폭 승진 인사 단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