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선거 36대37이 2차에서 또 51대52로 갈렸다.

무효표 1표를 둘러싼 갈등 끝에 결국 재선거가 치러진 양정동 양정마을 통장선거에서 또다시 1표차로 승부가 갈리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마을 이·통장 선거에선 전례를 찾기 힘든 극적인 승부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마을 대동회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무효표 1표에 대한 논란으로 마을 통장을 확정짓지 못했던 양정마을주민들은 우여곡절 끝에 9일 오후 2시 마을회관에서 통장 재선거를 실시했다.

특히 이날 선거에는 수양동사무소에서 투표용지와 투표인명부 등을 직접 갖고 왔고, 투표인과 명부를 일일이 대조하며 말썽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했다. 투표인은 1차 대동회 때(74명) 보다 훨씬 많은 총106명의 세대주가 참여했다. 투표는 1차 때의 작대기나 실명적시가 아닌 투표용지에 붓 뚜껑으로 기표하는 통상적인 방식이었다.

▲ 마을회관 보드판에 명시된 개표결과. 두 후보 간 시소게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뒤이어 시작된 개표는 마을회관 칠판에 후보간 득표수를 바를 정자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득표계산이 거의 끝날 무렵 흑판에는 두 후보의 이름 밑에 바를 정자가 각각 10개씩 그어졌고, 1·2번 후보가 똑 같이 거기에 각기 하나씩 더 그어졌다. 남은 표는 1표. 두 후보측 지지자의 입이 타 들어가는 그야말로 박빙의 시소게임이었다.

운명의 마지막 1표는 결국 2번후보의 손을 들어줬고, 개표장은 탄식과 열광으로 뒤범벅 됐다. 1차에서 36대37로 갈린 승부는 2차에서 51대52로 또 갈린 셈이다. 시골마을 통장선거에 이같은 극적 효과가 있으리라곤 어느 누구도 예상못한 결과였다. 1표의 승부에도 패자는 기꺼이 승자의 손을 들어줬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했다.

선거를 참관한 동사무소관계자는 “시골마을 통장선거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진수를 보여준 선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9일 선거에서 마을 통장으로 당선된 신모씨는 11일 오전 동사무소로부터 정식 임명장을 받고 통장업무를 시작했다.

이선미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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