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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죽순을 읊다(筍賦)[幷序][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대나무는 진(晉)나라 때 왕휘지(王徽之)가 '차군(此君)'이라 일컬었고, 청색 바탕에 주옥처럼 아름답다고 '청랑간(靑琅玕)'이라고도 했다. 죽순을 '용손(龍孫)'이라 하며 '푸른 옥 묶음' 같다고 '창옥속(蒼玉束)'이라 부르기도 한다. 갓 돋은 죽순은 '금맹(錦繃)'이라 하는데, 백거이(白居易)는 죽순을 먹으니 열흘이 넘도록 고기가 생각나지 않았다한다.

김진규(金鎭圭) 선생이 1691년경 거제면 동상리 반곡서원 인근, 귀양살이한 배소 주위에는 대나무가 우거져있었다. "온 땅에 비단무늬가 있는 물소뿔이 돋아나 용모와 풍미가 뛰어나고, 비단에 염색한 갖옷을 휘날리며 웃통을 벗은 듯하고, 속 바탕이 티 없는 흰 빛이라 옥을 깎아 세운듯하다. 강직함과 덕을 갖추니 스승의 길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

"예로부터 죽순을 읊은 시가 많다. 그러나 대개 용모와 풍미가 뛰어나진 않았다. 우거하고 있는 집(동상리)에 대나무가 100여 그루 있는데 봄여름 오갈 때마다 그러한 뛰어난 죽순을 본다. 처음엔 싹이 돋아나는데 무릇 초목과는 본디 다르다. 얼마 안 되는 땅속에서 숨을 내쉬고 하늘을 뚫어 닿으니 겨울 절기에 이미 모습을 갖춘다. 그리고 마침내 다 자라게 되고 하루 만에 대숲이 우거졌다. 또한 대숲이 아름다워, 보려고 오질 않는 사람이 없다. 이에 군자의 덕에 견줄 만하다. 그 맛에 기뻐하는 자가 있어도 참으로 볼품이 없었겠는가. 범과 표범도 여기에 오면 갓 돋은 죽순을 좋아한다. 또 단지 겉모양으로만 판단 할뿐, 나는 거듭 찬탄하며 이러한 덕을 갖추었으니 사람이 어찌 식견이 없다 하겠는가? 시를 짓기 위해 준비하며 그 아름다움을 칭송한다. 이로써 칭송한 귤나무에 전했던 의로움에 합사한다.

땅의 신을 뒤로하고 하늘의 신령을 길러, 대나무로 죄다 태어났다. 가지를 뻗지 않으며 덩굴지지도 않고 죽순으로써 움만 돋아나온다. 무늬가 있는 물소뿔이 가득 찬 온 땅에서 갑자기 돋아나, 돌이 막고 흙을 메워도 막힘없이 떨쳐 나온다. 귀신이 모여 정성스럽게 물에 젖어 숨어 자라다가 자(竹尺)를 모아놓은 듯 마디사이를 줄여서 어두운 새벽에 어른 키 높이로 자라난다. 적게 힘쓰나 길게 자라나다 마치니, 굽지 아니하고 곧으며 특이한 언덕에도 똑바로 서서 솟아나 기대지도 않고 참 좋다. 비단에 염색한 갖옷을 휘날리며 웃통을 벗은 듯하며 속 바탕이 티 없는 흰 빛이라 옥을 깎아 세운듯하다. 안개비에 젖음을 모르나 더욱 정(淨)하고 깨끗하니 개암나무 수풀에 그늘을 덮고 높이 자라나 의젓하다. 구름의 기운을 떨치고 이미 품은 생각에 머리 숙이며 추위에 단련되었으며, 약하다고 보호함을 업신여긴다. 절대 밑동에 이르지 아니하고 똑바로 서서 목숨을 다해 지키며 명령을 받아도 배신하지 않고 강직한 마음으로 스스로 맹세한다.

   
 
아~ 대나무여, 비록 어리지만 덕을 곧 갖추었도다. 자랄 때에는 많은 스승 중에도 특히 뛰어난, 강직한 곧음이 훌륭하니 여우나 미꾸라지에 견주리오. 글 또한 본질에 있어 천천히 노는 듯 만나 어지러우나 추하지 않고 버드나무 따라가듯 하다. 벼룩으로부터 재목이 되어 명예를 가까이 하고 뜻을 한결같이 다하니 마을 정려문과 닮았다. 번잡함은 물론 아름다움에는 판이하게 비할게 없고 생겨난 모든 만물 중에 그 처음 존재하는 것이다. 생각건대, 대나무는 풀로서 유달리 완고하게 살아간다. 어리석은 백성은 왜 탐욕을 즐기고자하는가? 이리가 깔고 있던 풀을 베어내고, 배불리 먹은 뒤 억지로 남긴다.

어떤 선비가 외로운 길에서 벗하며 아침저녁으로 지팡이를 잡고 서책을 공부하였다. 글로서 나의 견식을 넓히며 절(節)로서 붙들어 가까이 하여, 스승의 길을 스스로 터득하니 외롭지 않다."

[古之咏筍多矣 而槩不越乎風味與形貌 寓舍有竹百餘竿 每當春夏之交 見其筍焉 自初萌 固異乎凡卉 蓄氣尺寸之內 參霄貫冬之節已具 而及其長也 一日而森然 而又衆美莫不集 玆可以比德於君子矣 彼味之是悅者誠陋矣 至若虎豹錦繃之喩 亦只貌取而已 余重歎其德之如此而人莫識焉 爲作 賦而備頌其美 以附頌橘之遺義]

[后祗毓靈竹斯生兮 不條不蔓筍以萌兮 文犀滿地突爾出兮 石壅土塡奮莫遏兮 蓄神涵精能晦養兮 蹙寸攢尺㫚仞丈兮 繇短迄長直不骫兮 特峙逬立挺不倚兮 緗縹之裘纈以裼兮 內質精白若玉削兮 霧雨蒙浥逾淨潔兮 榛莽荒翳儼卓發兮 拂雲之氣低已抱兮 凌寒之操弱可保兮 一折不蘖立守死兮

受命靡貳介自矢兮 嗟君雖幼德則具兮 養以時出類莘傅兮 挺然必直比狐鰌兮 文且有質合騫游兮 溷亦不汙柳可希兮 材成於蚤顔庶幾乎 志壹以終閭髣髴兮 紛兼衆美逈無匹兮 凡物之生在厥初兮 惟君於卉生固殊兮 蚩氓奚識饞嗜欲兮 芟薙狼藉憑果腹兮 憗遺一士伴離索兮 朝夕撰杖討簡策兮 文以博我節以扶兮 近自得師道不孤兮]

대나무는 한 시간에 2~3cm 꼴로 자란다. 대밭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대나무가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고들 한다. 한 번 결정된 대로 곧게 자라고, 자라는 중간에 잘리면 그 자리에서 자라기를 멈춘다고 하니, 그야말로 성질 한번 대쪽 같다.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어린순으로, 20~30cm 자랐을 때가 가장 맛있는 때다. 한 밭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모두 30~40cm 땅 아래에 뿌리가 연결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자라는 죽순의 종류는 1천5백여 종에 이르며, 우리나라에는 그 중 3종류의 죽순이 재배된다. 가장 먼저 나오는 맹종죽(孟宗竹)은 일본에서 들여왔는데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까지 자라고 이후에는 분죽이, 그리고 5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왕죽이 나고, 7∼10월에 꽃이 원뿔꽃차례로 피고, 이삭열매가 11월에 익는다. 거제 맹종죽은 밑동 지름이 20㎝ 정도인 죽순용 대나무다. 우리나라 맹종죽의 80%이상이 거제에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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