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옆 주차장 진출입 도로 지목은 '답'
지난 78년 지정된 도시계획도로 불구 장기 미집행으로 방치

소유주, 개인사유지 이유로 상가 진출입 차단 펜스 설치
상가건물주 "30년 사용하던 도로 이제와서 통행료 요구는 황당" 반발

법조전문가, 민사문제와 별도로 지주행위는 형사상 '일반교통방해죄'해당 견해
거제시가 부시보상 해 도로기능 회복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인 듯

“수십년 전 만들어진 고현 시가지 한복판 이면도로의 현재 지목이 ‘답(논)’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30여년 전 도시계획도로 선만 그어놓고 지금까지 방치한 결과입니다. 예산이 없어 구간도로의 완전개설이 어려웠다면, 이미 만들어져 있는 도로만이라도 정상적인 행정절차(토지보상)를 진행했어야지, 이걸 30년 가까이 미루다 보니, 결국 이런 사단이 나는 것 아닙니까”

도시계획도로 지정만 해 놓고 개설을 미룬 장기미집행도로가 결국 화를 불렀다. 경매과정에서 도심 한복판 이면도로 부지를 매입한 지주가, 주변 상가들이 통행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가 이용객의 진출입을 차단하는 펜스를 설치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통영에 거주하는 정모(60)씨는 지난해 말 경매물건으로 나온 고현동 820-1 일원(경남은행 옆) 약560여 평을 우여곡절 끝에 지주와 협의, 올 초 약32억여 원에 매입했다. 유모(52)씨 형제 소유였던 이 땅은 유씨 형제가 10여년 전 부터 지금까지 도심상가 고객들을 상대로 사설주차장을 운영하던 곳이다.

문제는 경남은행과 옆 상가건물 사이에 나 있는 진출입 도로(820-12 약80평. 1978년1월18일 도시계획도로 지정고시). 뒤쪽 주차장은 지목상 주차장으로 돼 있었지만, 진출입도로는 지목상 도로가 아닌 여태껏 ‘답’이었다. 그러자 유씨 형제로부터 이 땅을 함께 매입한 정씨는, 이 도로가 개인사유지 임을 들어 경남은행은 물론 옆 상가건물주 유씨에게 별도의 통행세(월150만원)를 요구했다.

정씨의 통행세 요구에 경남은행 측은 정씨의 대출금리를 조정해 주는 선에서 합의를 봤으나, 유씨는 정씨의 통행세 요구가 ‘황당하고 뜬금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정씨는 지난달 27일 유씨 상가 남쪽방향 진출입을 차단하는 철제 펜스를 쳤고, 이 과정에서 유씨와 충돌했다.

유씨 상가에 입주한 의류점과 치과 고객은 남쪽 방향으로 드나들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사람하나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철제펜스가 쳐 지자, 유씨측이 펜스 쇠사슬을 끊어버렸고, 정씨가 재물손괴 혐의로 유씨를 경찰에 신고한 뒤, 아예 펜스를 철제 막대 빔으로 재시공하는 등 감정싸움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토지소유주 정씨는 “거제시가 진출입도로를 매입하면 정상적인 도로가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엄연한 개인사유지다. 때문에 이 땅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은행이나 상가에서 당연히 통행료를 내야한다”며 “통행세를 내지 않을 경우 철체펜스를 철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단호한 태도다.

이에 반해 건물주 유씨는 “35년전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돼 여지껏 도로로 활용해 왔는데, 이제와서 개인사유지 임을 들어 통행세를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씨가 펜스를 쳐 상가 입주자들에게 영업피해가 올 경우 이에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유씨는 특히 “거제시가 도로지정만 해 놓고 30년이 넘게 방치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생긴 만큼, 기 개설된 도로만이라도 하루빨리 토지보상을 마무리 해 정상적인 도로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관계자는 “도심속 장기미집행 도로가 한둘이 아니다. 지주와 마찰을 빚고 있는 문제의 도로는 현재 확보된 예산이 없어 당장 보상협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장확인을 통해 사인간 분쟁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조정한 뒤, 추후 관련예산을 확보해 도로부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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