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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로 치명적 병에 걸린 감나무, 그리고 창조경제[문화칼럼]김형석/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그대를 아프게 한 지 백 년이 지났건만 사꾸라(벚나무) 꽃잎 날리는 봄비 아래에선, 아직도 아픈 사내. 남북 평화공존의 보루인 개성공단 폐쇄 문제로 무책임한 식자우환을 앓는 뉴스를 잊고자 전북여행 중, 부안 내소사 가는 길. 전나무 숲길에서 피톤치드에 의해 암에 걸린 것 같은 흉한 몰골의 감나무를 본다. 그리고 150년 아름드리 전나무가 인간의 간벌에 의해 태풍에 쓰러진 이유를 문화관광해설사 설명을 듣다 창조경제를 생각한다.

   
▲ 전나무 피톤치드의 공격으로 결실의 '까치밥' 대신 '부처님 오신 날' 초록색 연등을 매단 감나무. 피톤치드는 러시아어로 '식물의'라는 뜻의 '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cide'가 합해서 생긴 말.
 
"창의적 인간, 창조형 사람이 되자."라며 예술경영과 문화마케팅의 길을 지향하지만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부조화로운 신기루 같은 통섭을 한 예로 풀어보자. 산삼 배양 특허기술로 잘 나가는 중소기업 여사장인 지인의 소개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그분을 만났다. 박물관인지? 미술관인지? 구분이 안 되는 그분의 사무실에서의 인연에 대한 에피소드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 스토리 1.

" 미술계 모임에 참석했다가 한 화가를 만났어. 자신이 폐병에 걸렸는데 가난한 처지이니 도와달라는 거야. 당시 25만 원(현재 4천만 원 상당 가치)을 병원 치료비로 지원했지. 어느 날, 병이 완쾌된 화가가 사무실로 찾아왔어. 리어카 가득 자신의 그림을 싣고... 댓가를 바라고 후원한 것이 아니라며 사양했어. 어려우실 텐데 그림을 팔아 생활비에 보태라고..."
"그 화가의 성함이?"
"박수근."

박수근 화백은 대한민국 근현대화가 중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가의 작가이다. 호당(1호는 엽서크기) 가격이 수억 원을 호가하며, 독특한 마티에르가 화강암 질감의 한국적 그림이라며 그를 평가하고 발굴한 건 외국인이다.

   
▲ 가을 산골에서 채취한 나뭇잎과 폐목으로 만든 친환경적 작품들. '작업의 반(半)은 자연의 솜씨'라는 이재효 작가의 경기도 양평의 창작스튜디오에서 '그의 손을 거치면 일상의 평범한 물건도 예술품이 된다'는 생각을 함.
 
* 스토리 2.

" 조지타운 대학 졸업 후, 외국출장이 잦아 매년 비행 탑승시간이 항공기 조종사 비행보다 많을 거야.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데 한번은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갔어. 호텔 로비에 마음에 드는 큰 조각작품이 있어 유심히 감상했지. 작품 안내판을 보니까 '코리아(KOREA)'로 적혀 있더라고. 지독하게 가난했던 내 조국이 한류 문화를 주도하고 명품 예술계도 진출하는 세상이 된 게 매우 기뻤지..."
" 회장님, 그 조각품...... 제 작품입니다."

함께 동석했던 이재효 조각가의 말에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모두가 반색했다. 목금석화(木金石火)로 자연을 탐하는 작품들의 이재효 조각가는 미술에서 글로벌 한류를 주도하는 대표적 아티스트 중 한 명이나 그도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고 국내에 소통되었다.

   
▲ 서울 모임의 인연으로 양평 이재효 작업실을 찾은 박동선 회장(우). 이재효 조각가(중). 좌측은 '이라크 공사현장 때문에 방탄복을 입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애국자'라는 생각을 한 한국가스공사(KOGAS) 김명남 중동 본부장.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이른바 '코리아 게이트', '박동선 스캔들'로 한국과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분과의 우연과 필연이 교차한 만남 이야기다. 역사적 진실이야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다니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고, 어릴 때부터 예술교육으로 도자기와 그림에 관심을 두게 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비정치적 유쾌한 만남이니 오해하지 말자.

미술계에는 "눈 있는 놈은 돈이 없고, 돈 있는 놈은 눈이 없다."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있다. 현대 미술사의 한 거장은 '피카소 상술'로 생전에도 호의호식했지만, 왜 불후의 명작을 남긴 대다수 예술가는 시대와 황금과 불화하며 곤궁과 고독에 지쳐 쓰러졌을까? 작년, 글로벌 히트를 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만약 행정이 개입했다면 가능했을까?

창조경제도 결국은 사람이다! 국내여행을 다녀보면 땅은 서울시 크기보다 크지만, 기초지자체 군민 인구가 3만 명 전후인 시골에 공무원이 1000명. 10%라도 관리형 공무원들을 창조형이나 기획형 행정가로 바꾼다면 어떨까?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영국 문화예술 정책의 근간 '팔 길이 원칙'은 알지만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 간벌로 태풍에 쓰러진 150년 산 전나무를 보며 사색한다. 100년도 못 사는 사람들이, 인간을 위한 인본주의가 생명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은 아닐까?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위를 버리고 자연의 치유력에 맡겨야 한다. 인본주의가 아니라 이제는 생명주의!

불문(佛門)으로 가는 길, 상생의 숲이 아니었다! 전나무가 생존 전쟁으로 뿜어내지만, 인간에게는 유익한 피톤치드(phytoncide)로 상처투성이로 흉측한 감나무. 생명의 다양성이 넘치는 자연에서 공생하며 잘 살아왔는데, 무지로 편애한 인간의 손길 때문에 뿌리 뽑혀 넘어져 있는 전나무. 추운 겨울나기 날짐승도 배려해 감을 다 따지 않고 나누었던 우리 민족의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까치밥'의 감나무가 병든 것을 보며 대중의 무지와 시대에 버림받고 요절한 수많은 예술가의 초상을 연상했다.

   
▲ 김형석/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국제 경쟁력을 가진 창조적 마이다스의 손, 이재효 조각가가 *'고용계수'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보다 높다. 그의 작업실에는 10여 명이 일하고 있으니 창조경제에 맞는 예술가 아닐까? 박근혜 정부의 독창적 역발상과 진정성 있는 창조경제 실행으로, 메디치 가문이 있어 르네상스 문예부흥을 꽃 피운 시절처럼 문화융성이 도래할까?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 고용계수(coefficient of employment , employ coefficient , 雇傭係數):
생산을 10억 원 늘릴 때 신규 노동 인력을 몇 명이나 추가로 취업시킬 수 있는가를 수치화한 것으로 산업의 고용 흡수 능력을 나타낸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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