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산사태와 관련, 권민호 거제시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을 뇌물죄 및 뇌물공여약속죄로 고발한 시민단체연대협 지찬혁 노재하 씨가 고발장 접수 전 대검찰청 앞에서 고발장 관련 내용을 들어보이고 있다.

현산사태는 행정행위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단순한 행정소송이, 해당기업의 이해타산과 거제시의 월권적 재량행위가 가세하면서 형사사건으로 번진 케이스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한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현산사태 수사에 지역정치권이 촉각을 세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검찰수사
시민단체연대협이 지난달 4일 서울 대검찰청에 고발한 특가법상 뇌물죄(권민호 거제시장) 및 뇌물공여약속죄(현산 정몽규 회장 및 박창민 대표)는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위치한 용산구 관할인 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담당검사 구승모. 특수 및 공안업무))가 맡아 수사 중이다.

고발장 접수 후, 한 달가량 침묵하던 검찰은 그사이 자료검토를 마친 듯 7일 오후 2시 통영거제환경련 지찬혁 사무국장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벌인다. 지 국장은 이달초 검찰의 출두통보를 받고, 고발장 접수를 전후해 각 기관에 질의 또는 정보공개 요청해 모은 자료일체를 갖고 이날 아침 서울로 향했다.

검찰은 지 국장의 고발인 조사 후 곧바로 거제시청 담당 공무원을 불러 참고인 진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의 소환도 예상된다. 피고발인인 권민호 거제시장과 현산 정몽규 회장 및 박창민 대표의 소환은 수사막바지 단계가 돼야 이뤄질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까지의 수사속도로 볼 때 이들의 소환은 추석 전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감사원 감사
시민단체연대협의 같은 날 감사원에 청구한 특별감사도 시작된다. 감사원은 최근 고발인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감사요청과 관련한 해당감사관이 배정됐고, 빠르면 8월초부터 예비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통고했다.

그러나 8월초 휴가일정과 맞물리면서 감사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으나, 8월중순부터는 감사원의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시민단체연대협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만 “7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조사내용이 중첩되는 감사원 감사는 잠정 보류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며 “감사원이 검찰 쪽에 수사상황을 확인한 뒤 본 감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 시의회 현산특위 활동

▲ 시의회 현산특위 회의에 증인으로 참석한 관계공무원이 특위에 제출키 위해 들고온 관련서류철.

비공개로 진행되는 특위활동은 오는 9월초께 활동이 거의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9월초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 특위활동결과가 보고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 조사가 중첩되면서 특위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특위보고서는 더 늦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기풍 특위위원장은 "수사권이 없는 특위활동은 일정부분 한계가 있지만,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행정행위 절차에 대한 잘잘못을 땨질 것"이라며 "현재 비공개 방침을 정한 이상 세세한 얘기를 할수는 없지만, 9울초에는 특위활동 결과에 대한 가시적인 성괍물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산사태 수사향배 따라 정치적 파장도 클 듯

현산사태의 핵심은 ‘행정소송 승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거제시가 왜 행정처분(입찰 참가제한 5개월)을 무리하게 경감(5개월→1개월)시켜 줬느냐’하는 점이다. 행정처분 경감을 대가로 현산에서 70억원 상당의 공익사업비 부담을 시에 약속했다면 뇌물공여약속죄가 되고, 권 시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뇌물죄가 된다는 것이 시민단체연대협의 주장이자 고발 이유다.

시민단체연대협의 고발 배경이 된 형법 제130조 ‘제3자 뇌물제공’ 조항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몇 년 전 경기도 안성시장이 관내 골프장 건설업자에게 북한동포돕기 공익사업에 수억원을 기부토록 했다가, 이 죄명으로 고발돼 1심에서 징역3년을 실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시장 직을 사퇴한 후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현산의 행정처분 경감조치 과정에서 오간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70억원 상당의 공익사업 지원약속도 이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법조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그 이유로 거제시가 소송까지 진행되던 행정행위를, 그것도 대법원 승소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스스로 재심의를 열어 처분을 경감시켜 줬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거제시의 경감처분이 결과적으로 해당업체에 무려 1조원이 넘는 반사이익을 얻게 했다는 점도 이같은 약정설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검찰이 거제시와 현산의 사례를 형법 제130조에 규정된 제3자 뇌물제공으로 판단한다면, 현산측의 제의를 최종 승인한 권민호 시장이 직접적인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성시장이 갔던 길을 그대로 재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안성시장의 경우 시의 공익사업에 건설업체의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빚어진 반면, 거제시는 행정처분 경감조치에 따른 공익차원의 지원을 스스로 약속해 왔다는 점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사례라는 반대논리도 만만찮다.  검찰수사 결과가 그래서 더 주목된다.

▲ 7월말 열린 시의회 현산특위 5차회의 현장.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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