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근원지인 대한민국, 지역 문화마케팅도 빠르게 진화한다. 최근 가을여행 중 감동한 곳은 춘향전의 고향 전북 남원과 효석문화제를 하는 강원도 평창이다.

▲ 남원 광한루, 국악뮤지컬 '가인 춘향'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예향 남원시가 성춘향과 이몽룡의 첫 만남, 광한루를 배경으로 야외 수상무대를 만들어 공연한다. '사랑'의 영원한 고전인 춘향전과 판소리 동편제의 문화유산을 접목해 체류형 문화관광 상품으로 마련한 국악 뮤지컬 '가인 춘향' 야외 공연은 감명 깊었다. 문화부 지원을 받아 전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전라북도와 남원시가 기획한 '한옥 자원활용 야간 상설공연'은 실경산수 뮤지컬이라 좋았다.

창극과 뮤지컬의 장점을 섞어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국악 뮤지컬 '가인 춘향'은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뮤지컬의 빠른 전개와 활기찬 율동, 구체적이고 친숙한 서사 등을 융합하여 극적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춘향전의 신분을 초월한 러브스토리가 시작되었던 광한루와 오작교라는 현장성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과거여행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 강원도 평창 '효석문화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라는 이효석 소설가의 '메밀꽃 필 무렵'은 자연친화적이고 향토색 짙은 서정적 소설로 시적인 문체로 그려낸 달밤 메밀꽃밭을 걷는 칠십 리는 환상적이다. 가산 이효석 소설가의 대표작 배경이자, 작가가 나고 자란 강원도 평창의 봉평은 해마다 9월이면 들녘을 덮는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메밀의 고장이다.

허생원과 성씨 처녀가 사랑을 나누었던 물레방앗간과 장돌뱅이 허생원과 동이가 지친 당나귀와 함께 쉬기 위해 드나들던 주막인 충주집이 재현된 축제장, 이효석 생가, 이효석문학관, 문학정원 등을 소요유하고 이효석문학상 시상식과 문화예술 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메밀꽃 필 무렵의 문학축제로의 여행에서 압권은 달빛은 없었지만, 인공조명이라도 '한국 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밤길'이라는 하얀 꽃이 흐트러지게 핀 메밀밭을 소설 속처럼 걷는 밤 마실 체험이었다.

수구초심이라는데 문중 조상님들 묻힌 선산이 있고 필자가 언젠가는 묻힐 고향, 경남 진주의 남강유등축제와 서울특별시 청계천에서 하는 서울등축제의 모방 논쟁은 씁쓸하다. 관광객이 다시 찾게 하는 지역 문화마케팅은 창조적 상상력과 지역 정체성, 문화적 예술성의 조화이다.

▲ 베로나 페스티벌의 오페라 '아이다(AIDA)'

 
뮤지컬과 오페라로 몇 번이나 보았지만 '아이다'와 '토스카' 등을 보기 위해, 유럽여행 중 프랑스 파리에 호텔을 잡아놓고도 야간열차를 타고 가 개고생(?) 하며 노숙까지 감수한 적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이탈리아 베로나 원형경기장 '아레나'에서 하는 예술축제와 혁신적 무대미술과 감독의 재해석된 연출력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야외 수상무대의 오페라 페스티벌 때문이었다.

"축제는 왜 하는가?"를 자문해 보고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승부하라! 대중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무이 차별화가 답이다.

▲ 브리겐츠 페스티벌의 오페라 '아이다(AIDA)'

 
영원한 사랑의 무대인 남원 광한루와 오작교에서 시작된 이도령과 성춘향의 사랑. 봉평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물레방앗간 하룻밤 사랑. 단 하루도 천 년인 사랑! 천 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천년지애(千年之愛) 도시마케팅을 위한 기획력과 상상력을 갖춘 '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진정한 창조경제는 요원한가?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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