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로 접어들면 거제도에는 산 낙지가 선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의 대표음식중의 하나로 자리 잡은 조방낙지 전문점들이 칠천도 갯벌로부터 황포만 일대의 갯벌에서 잡힌 낙지를 가장 즐겨 쓴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황포 앞바다 갯벌에 사는 어민들은 이 때 잡히는 낙지를 빈궁했던 시절 밀가루 수제비와 함께 끓여 끼니를 때웠다. ‘봄 쭈꾸미, 가을 낙지’라는 속담처럼 그만큼 예부터 가을의 낙지는 제철음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낙지는 고단위 스테미너 식품이자 그냥 삼켜도 탈이 없을 정도로 소화가 잘되고 강정제로 알려진 타우린이 풍부하다. 그래서 옛말에도 며느리가 아들을 낳으면 낙지미역국을 딸을 낳으면 쇠고기 미역국을 끓여 준다는 말도 전해오고 있다.

정약전의 저서 ‘자산어보’에서는 “낙지는 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고 좋으며 회와 국 및 포를 만들기에 좋다. 이것을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 낙지 서너 마리를 말라빠진 소에게 먹이면 금방 힘을 얻는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요즘은 예전 같지 않아 낙지 값이 금값이다. 드비치 골프장에서 빤히 보이는 황포 갯벌에서 잡은 가을낙지 한 마리에 6000원이다. 가을 낙지가 그만큼 귀해졌다는 이야기다. 산란기인 6~7월, 무더위로 수온이 올라가고 환경파괴와 가뭄 등으로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거가대교 개통 이후 수요가 늘면서 고대구리를 통한 싹쓸이 조업까지 등장했다.

‘고대구리’란 저인망 어업중 소형기선 저인망을 말하는데 불법어업중의 하나이다. 배 두척이 끄는 쌍끌이와외 달리 한척에 무거운 납을 매단 그물을 묶어서 깊은 바다를 훑듯이 쓸어간다.

깊어가는 가을, 거제바닷가엔 ‘귀한 몸’이 된 제철낙지를 맛보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낙지요리하면 사람들은 외도에 인접한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먹거리촌을 먼저 떠올린다. 항구를 따라 형성된 수십여개의 횟집들이 모두 낙지를 간판에 내걸고 있다.

낙지회에 낙지국인 낙지연포, 갈비를 넣고 함께 끓인 ‘갈낙탕’ 등을 팔고 있는데 그중 구조라맛집(055-681-1371)이 유명하다. 그러나 멀리 갈 필요 없이 장목 수협위판장에 가보자. 장목수협위판장에 가기 위해선 낙지어장이 있는 황포 선착장에서 출발해 드비치 골프장을 끼고 황포해수욕장을 지나는 해안도로를 경유해야한다.

장목수협위판장, 즉 장목 선창가는 그 도로 골목 안에 있다. 선창가 포장 난전에 가면 평상을 차려놓고 산낙지에 막소주를 파는 노점상도 즐비하다. 큰 낙지는 토막쳐서 먹지만 가을 낙지는 나무젓가락에 통째로 둘둘말아 참기름장을 듬뿍 찍어 한입에 먹는다.

이곳에서 만난 낙지 노점상 할머니는 “예전에 이맘때 같으면 낙지가 하도 흔해 오뉴월에는 큰 낙지는 개도 안먹는다는 말이 돌았다”고 설명한다.

가을낙지의 매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박속 낙지탕’이다. 박속 낙지탕이란 말 그대로 탕의 재료를 낙지 외에 박의 하얀 속살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거제에서 박속 낙지탕으로 가장 유명한 집은 연초우체국 앞에 위치한 춤추는 낙지식당(055-634-0803)이다. 이 식당은 10년간 낙지요리만 전문으로 해온 낙지점문점이다. 음식이름은 생소하지만 조리방법은 너무 쉽다.

박속을 나박김치 모양으로 저며 넣고 파와 마늘을 대충 썰어 넣은 다음 물을 붓고 바글바글 끓을 때 산낙지를 몇 마리 넣는 것이 전부다. 낙지가 빨갛게 색깔이 변하면서 완전히 국물이 우러나면 먹기 좋게 즉석에서 가위로 썰어주는데 소스에 찍어 먹는 낙지맛이 일품이며 막힌 속을 확 풀어주는 시원한 국물맛은 압권이다. 가끔 먹물이 터져 국물이 시커멓게 물들지만 그 나름대로 별미다.

특히 거제일대의 낙지는 다른 지역 낙지에 비해 다리가 굵고 실하다. 삶으면 외려 부피가 커지는데 육질도 부드럽다. 탕을 다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밀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여 주는데 박속에서 우러나는 물과 시원한 낙지국물이 어우러져 땀을 뻘뻘 흘리며 먹어도 더운 줄을 모른다. 탕 가격은 1만5000원 정도 받는다. 칼칼하고 얼큰한 맛을 더 좋아한다면 고추와 바지락을 넣고 바지락 낙지탕을 끓어내는 칠천도나룻터횟집(055-633-9190)도 꼭 들러 볼만한 집이다.

<여행정보>

▲ 손영민 /칼럼니스트

*숙박*
거가대교 장목IC에서 빠져 드비치 골프장방향으로 해안도로를 타면 가을낙지로 유명한 황포 선착장에 닿는다. 황포 선창가는 뒤편 드비치골프장도 유명하지만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더 명성을 얻고 있다. 인근의 황포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220m, 폭30m의 백사장으로 장목면 소재지에서 송진포를 지나 황포마을 풍유골에 있다. 백사장은 활대처럼 굽은 모양이며 까치섬에 가로막혀 파도가 잔잔해 호수처럼 느껴진다. 숙소는 거제도 황포해상펜션(010-2694- 8277)이 황포해수욕장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가장 적합하다. 밤새 창문으로 파도소리가 철썩이고 아침에 잠을 깨면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해수욕장주변 민박집들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낙지 이야기(거제수협 제공)*
낙지의 수컷은 여덟 개의 발 중에서 오른쪽에서 세 번째 발이 생식기로 되어 있는데 그것을 암컷 몸에 깊숙이 집어넣으면 잘라져서 들어가게 된다. 속이 들어간 생식기에서 오랫동안 계속 정자가 나와서 수정 하게 된다. 그런 것을 모르고 발이 일곱 개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낙지를 먹다가 혹시 세 번째 다리가 없는 놈을 보면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생각하면 된다. 그 세 번째 다리에는 독소가 들어있어 혈관을 확대 시키는 작용도 한다. 옛 본 초서를 보면 낙지는 위장을 튼튼히 해주고 허리에도 좋다고 한다. 낙지는 새우. 게. 조개등을 잡아먹기 때문에 보양효과도 기대된다. 조개를 잡아먹을 때 보면 조개가 입을 벌렸을 때 낙지란 놈이 조개 속에 무언가를 집어넣는데 조개가 뚜껑을 닫아도 틈이 생겨 그사이로 발끝을 집어넣어 속의 알맹이를 빼먹는다.

글 /손영민(칼럼니스트)
사진 /우덕근(한국 프로인상사진 추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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