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 초기에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논란과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통합'이 한동안 선거정국을 이끌어 왔으나, 세월호 사고가 갑자기 터지면서 전국의 선거판을 송두리째 침몰시켜 버렸다. 정책대결 역시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구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몇가지 정책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 이행 등 가족 복지정책 강화에 집중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생활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그것이다.

새누리당이 현재까지 내놓은 대표적 지방선거 공약은 노인, 가정주부, 청년에 대한 복지정책과 '건강한 지방자치'를 표방한 지방재정 건전화 정책이다.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은 독감 예방주사를 무료로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치매 '원-스톱 상담서비스', '치매예방ㆍ재활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의 노인복지 정책 등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까지 총 9개의 국민생활비 부담경감 시리즈를 제시했다. 교통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무제한 환승정액제,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통신3사 와이파이 무료개방, 교복 학교구매 의무화, 공공 산후조리원 확충방안, 대학교 입학금 폐지, 주거급여 대상 확대, 장례비 부담 경감책 등을 내놨다.

하지만 양당은 추가적인 공약을 내야 함에도 세월호 참사 이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몇 의원들이 안전을 강화하는 법안들을 발의하는 정도에 그칠 뿐, 더 이상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게 정치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본격적인 선거전이 전개되더라도 세월호 참사 원인과 책임공방이 이번 선거의 주요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지역 선거판도 중앙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지켜보고 있다. 물론, 당이나 정책선호도 비해 인물별 선호도가 표심을 좌우하는 지방선거 특성상 중앙 차원의 정책 실종이 그대로 지방선거에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역별 특화·세분화된 정책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대결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경선전에서 몇차례 홍역을 치른 새누리당 입장에선 입을 다물면 그만이나, 조직력 등에서 상대적 열세인 야권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눈치없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가는 아직 민심이 세월호 참사에 쏠려있고 사회적 추모분위기가 좀체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 자칫 예상치 못한 역풍으로 선거를 망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무능한 정부뿐만 아니라 이를 떠받쳐온 여당은 물론, 국가적 안전망을 허술하게 다뤄온 야당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국민적 인식이 표로  나타날 수 있다는데 깊은 고민이 있다. 세월호 참사 초기 야권 지도부가 엉거주춤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거제시선대위는 지난 3일 성명을 내 당 소속 변광용 시장 예비후보가 무소속 후보 등과 '원샷 단일화'를 제안한데 대해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동참하는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단일화 공방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데 대해 사과한다”며  시민들께 머리를 숙이고 해당후보에게 자제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세월호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수 없는 만큼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선거운동 방법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과 3일 연 이어 새누리당 공천확정자 및 거제당협은 ‘검소하고 조용한 선거’를 표방하고 나섰다. 실행에 어느 정도 옮길지 모르지만, 예년 선거처럼 길거리에서 도우미들의 현란한 율동이나, 차량에 고성능 확성기를 달고 시끄러운 노래나 연설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정당이나 후보들의 선거운동도 새누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무소속 후보들은 딴판이다. 오히려 현재 선거정국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사회적 분위기상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지역표심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무소속을 비롯한 지역 일각에서는 지난번 새누리당 시장후보 경선 여론조사 결과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 3명이 얻은 지지율 72%는 도저히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출마가 거론되는 거제시장 예비후보 전원을 여론조사 문항에 넣은 것도 문제지만, 무소속과 야권후보들을 합쳐 고작 28%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월호 여파도 있는데 민심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소속 후보들의  이런 계산이 실제 선거에서 얼마만큼 표로 이어질지 속단키 어렵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이 앞으로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수습하고 틀어진 민심을 얼마나 다독이느냐 여부에 따라, 지역표심의 향방도 예측할 수 없이 요동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고현동의 한 시민(58.자영업)은 "지금까지 선거때마다 여권을 지지해 왔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와 정부의 무능하고 한심한 대응을 지켜보면서 가족들과 함께 마음을 바꿨다. 주변 친구들이나 몇몇 지인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유튜브 화면 캡쳐>

서영천 기자  syc68711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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