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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호 시장 당선자에게 바란다[칼럼]손영민 /칼럼니스트

   
 
내가 어린시절 자장면은 엄마 따라 시장 나왔다가 엄마를 졸라야만 먹을 수 있었던 고급 중에서도 아주 최고급 음식이었다. 동생과 함께 엄마를 따라 장에 나오면 어김없이 중국집 앞에서 실랑이를 벌리곤 했다. 엄마는 조금만 참았다가 집에 가서 밥 먹자고 달래다가 결국은 늘 사주시곤 하셨다.

그러나 엄마는 자장면을 드시지 않았다. 매번 중국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허급지급 급히 먹던 우리에게 단무지만 집어주곤 하셨다.

초등학교 5학년 때던가, 그래도 철이 좀 들었다고 어릴 적처럼 엄마를 붙잡고 조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중국집 앞을 지나며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는 그것이 오히려 마음이 아프셨는지 웃는 얼굴로 말씀하셨다.

“한 시간이나 버스를 기다리기가 지루하지? 자장면 사줄까?”
나와 동생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중국집으로 앞 다투어 들어갔다. 늘 앉던 자리에 가서 앉고는 동생이 익숙하게 말했다.
“아저씨, 자장면 두 그릇이요.”
나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엄마도 먹자. 엄마가 한 번도 안 먹어봐서 그렇지 자장면 맛있어. 오늘은 세 그릇 시키면 안돼? ”
“아니야 엄마는 됐어”
“그러면 우리가 같이 한 그릇 먹을 테니 한 그릇은 엄마가 드세요”

엄마는 이제 우리 아들이 철이 드는구나 싶으셨는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내가 엄마 앞으로 한 그릇을 놓아 드리자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씀하셨다.
“둘이 먹고 있거라. 엄만 일 볼게 있어서 마저 보고 올게”
엄마가 나가시는 모습을 보며 정말로 그런 줄만 알았다. 엄마는 정말 자장면이 싫은 줄로만 알았다.

몇 년 뒤 중학생이 된 나는 엄마하고 시장을 나왔다가 친척 아주머니를 만났다. 마침 밥 때가 되었으니 점심을 사겠다며 호의를 베푸시는 아주머니를 따라 들어간 중국집에서 나는 자장면 한 그릇을 맛있게 비우는 엄마를 보았다. 순간 맛있었던 자장면이 가슴에 꽉 메여오는 느낌이었다.

최근에 읽은 책 ‘마음이 따뜻해지는 88가지 행복이야기’속에 들어있는 얘기 한 토막이다. 그때의 철없던 어린이들이 이제는 엄마에게 마음 놓고 자장면을 사드릴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고 기뻐한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랬던 우리가 다시 자장면 한 그릇도 마음 놓고 먹지 못한 어머니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가야만 한다.

원래가 우리는 단 한 번도 여봐란 듯이 잘 살아본 적도, 마음 편히 살아본 적도 없는 나라였다.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와 “진지 잡수셨습니까?”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살아오던 우리였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었고 어린이들에게 기탁한 꿈이 있었다.

해금강 테마 박물관에서 10여 년 동안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선보였던 전시물중의 하나인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가 그처럼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것은 단순히 가난했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만이 아니었다.

세상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는 두 어린이 옆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어머니 인형 옆에는 이런 ‘이 원수’의 동시가 적혀 있었다.

‘달달달...어머니가 돌리는 재봉틀 소리 들으며 저는 먼저 잡니다. 책 덮어 놓고 어머니도 어서 주무세요. 네? / 자다가 깨어보면 달달달 그 소리. 어머니는 혼자서 밤이 깊도록 잠 안자고 삯 바느질하고 계세요./ 돌리시던 재봉틀을 멈추시고 “왜 잠깼니? 어서 자거라”

외풍이 센 추위를 이기려고 옷을 껴입고 밤늦도록 재봉틀을 돌리시면 서도 어머니는 조금도 서럽지가 않았다. 그것은 어린 아들 딸이 어른이 되는 날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어린이들이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된 지금, 또 다시 우리는 살림을 걱정해야할 만큼 쪼들리게 됐다. 그러나 어머니가 이겨낼 수 있던 가난을 우리가 못 이겨낼 까닭이 없다. 우리는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희망의 상실이다.

우리가 권민호 시장 당선자에게 바라고 있는 것은 하루아침에 우리 거제 경제를 되살려주는 신통력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모두가 보고 따를 수 있고,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도록 해주기를 바랄뿐이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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