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동 소재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

“희망복지재단이 양대복지관을 운영할 능력이 있기는 한가요?”
25일로 예정된 거제시·옥포종합사회복지관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복지업무에 정통한 모 인사가 기자에게 되물은 말이다. ‘운영능력이 있느냐’는 이 반문은 기관사무의 명운을 업무특성과 능력 법적요건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거제시장의 의중만 우선되는 최근의 ‘불통행정’ 폐해를 가장 정확하게 짚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제시는 25일 오후 거제시·옥포종합사회복지관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양대 복지관 운영법인(시설장(관장) 내정자 명시)을 최종 선정한다. 심의는 법인의 적격성, 시설장의 전문성, 시설운영의 전문성, 법인의 재정능력 및 책임성, 지역사회와의 협력적 관계조성 능력, 면접 등 6개 항목을 평가한다.

21일 마감된 위탁운영자 모집 결과 양정동 소재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은 현 위탁운영자인 대한불교조계종과 희망복지재단이 응모했고, 옥포종합사회복지관은 희망복지재단이 단독 응모했다. 단독응모도 심의를 벌여 ‘최고 최저점수’를 제외한 평균 70점을 얻지 못하면 부적격자로 처리돼 다시 모집한다. 결국 운영 실적이 없는 희망복지재단이 두 곳 다 응모한 셈이다.

수탁자선정위원회는 ‘6인 이상 9인 이내’로 구성되며 부시장이 당연직 위원장이 되고, 공무원과 시의원, 시에서 선임한 지역인사들로 채워진다. 사실상 거제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거제시가 이 같은 조건을 이용해 시가 출연한 희망복지재단에 두 기관을 위탁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의회의 의견(1개법인 1개기관 위탁)을 무시하고, 조례규정(사회복지관 운영조례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공모도 하기 전 법제처에 시가 출연한 기관에 위탁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질의하는 등의 행보가 이에 해당한다.

양정동 소재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을 개장 때부터 맡아 지금까지 탈 없이 운영해 오던 조계종재단은 25일 심의에서 정당한 이유없이 응모에 탈락할 경우 종단차원의 법적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있다. 특히 조계종재단측은 거제시의 양대복지관 통합운영 방침을 두고  “복지 분야 민간위탁 취지를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발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거제시가 자신들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있다고 보는 재단측은  "통합운영은 명분이고, 실제는 거제시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미운털 때문일 것”이라고 항변했다.

▲ 거제시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조례 제4조 3항. 거제시는 시의회의 '1개법인 1개기관 위탁' 조건부 동의를 무시한채 모집공고에 한 법인이 두 곳 다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수탁자선정 과정의 가장 큰 문제는 관련 법률의 미준수가 꼽힌다. 거제시는 ‘거제시 사회복지관 운영조례’ 제4조1항 ‘사회복지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에 위탁 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희망복지재단의 응모를 허락했다. 희망복지재단이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위탁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거제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조례’ 제1조(목적)에는 ‘시가 출자·출연한 기관이 아닌 법인’이라고 민간위탁 참여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조례 2조1항에는 ‘민간위탁이란 각종 법령 및 조례, 규칙에 규정된 시장의 사무 중 일부를 시 조례에 따라 설립되고 시가 출자·출연한 기관이 아닌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 맡겨 그의 명의와 책임 하에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고 명시했다. 말하자면 희망복지재단은 거제시가 출연한 법인이기 때문에, 위탁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거제시가 근거로 내세운 사회복지관 운영조례 4조3항에는 ‘복지관의 위탁기준 및 방법, 위탁계약, 시설의 관리운영 및 지원에 관하여 이 조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사회복지사업 관련 법령 및 거제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조례에 따른다’는 규정이 있다. 사회복지사업 관련 법령은 희망복지재단이 비영리법인임을 이유로 위탁운영이 가능하지만, 민간위탁촉진 조례로는 시가 출연한 기관이기 때문에 위탁운영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거제시는 조례에 표기된 ‘및’을 앞 뒤 다 적용받는 ‘and'로 읽지 않고, 둘 중 하나만 적용하는 ’or'로 읽고 있다. 어법의 상식을 망각한 자의적 해석이다. 결국 시는 희망복지재단을 위탁자로 선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례에 필요한 항목만 적용해 위탁업무 선정을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 거제시 사획복지관 운영조례. 제4조3항의 '및'을 and로 해석하지 않고 'or'로 해석했다.

조례에서 정한 거제시의회 의견을 무시한 것도 문제다.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조례 제4조 3항은 ‘자치사무를 다시 위탁하고자 할 때는 위탁기간 만료일 90일 전에 위탁여부에 대해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따라 거제시는 지난 9월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 ‘거제시·옥포종합사회복지관 민간위탁운영을 위한 동의안’을 상정했다. 동의안의 요지는 양대 복지관을 통합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시의회는 심의를 통해 ‘개별 법인의 양대 복지관 위탁’을 조건으로 동의안을 가결했다. 말하자면 ‘1개 법인에 1개 기관을 위탁하라’는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거제시는 위탁운영자 모집공고에서 ‘신청법인은 1개 또는 2개의 종합사회복지관 수탁운영 신청이 가능하다’고 공고했다. 거제시의회의 의견을 정면 묵살한 것이다.

거제시의회의 의견묵살은 지난 8월 거제시가 법제처에 의뢰한 자문에서도 나타난다. 당시 거제시는 “거제시가 출연한 법인인 희망복지재단에 사회복지시설을 위탁하려면 시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가”라는 요지로 물었다. 법제처는 답변에서 “시 출연기관에 위탁하더라도 복지관운영조례 제4조3항에 따라 민간위탁조례(4조3항)를 적용해 시의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시의회 동의를 받지 않으려면 복지관 운영조례 4조3항을 삭제하거나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요지로 답했다. 그런데도 거제시는 시의회의 조건부 동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례개정도 하지 않은채 희망복지재단 위탁운영을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 지난 8월 거제시가 법제처에 질의했던 시 출연기관인 희망복지재단에 복지관을 위탁할 경우 시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느냐는 요지의 질의내용과 답변.

공정치 못한 위탁절차도 도마에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민간위탁의 경우 공공분에 해당기관 관련 조례와 민간위탁관리조례를 함께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유독 복지관 공고에서만 이를 명기하기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위탁절차진행 주무부서인 주민생활국장이 희망복지재단 이사로 등재된데다 회계과정은 감사까지 맡고 있는 상황에서 거제시 위탁절차 진행에 거제시 출연기관이 공모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희망복지재단이 단독 응모한 옥포복지관의 운영공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옥포복지관 내 정원은 총22명. 이 가운데 정규직으로 꼽히는 복지사는 6명이고 나머지는 전부 임시직이다. 경남도 감사 지적에 따라 내년부터 해양개발관광공사에서 제척되는 옥포복지관은 복지사 거의가 재단소속에 따른 처우 등을 걱정하며 공사로 복귀할 의향을 비치고 있다. 특히 옥포복지관을 지금껏 끌어왔던 이상영 관장도 희망복지재단으로 적을 옮겨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 시설장으로 내정돼 있는 상태다. 복지기관에서 1~2명의 복지사만 빠져도 공백이 만만찮은데, 관장을 비롯한 복지사 대다수가 빠져버리면 운영공백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희망복지재단이 거제시복지업무의 콘트롤 타워로서의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복지사각지대 지원과 장학금지원 등을 이유로 2012년 설립된 희망복지재단은 1년 넘게 전담직원도 없이 운영돼 오다 지난해 겨우 직원3명으로 꾸려지고 있는 신생법인이다. 법인으로서의 기본업무 역량도 부족하다는 평도 받는다. 특히 이달 중순 열린 시의회에서 남해안 이사장은 “실제 업무는 거제시에서 다 한다”는 폭탄발언도 했다. 조직 내 유일한 전문가로 꼽히던 오미옥 교수의 이사직 사임, 현 재단사무국장의 옥포복지관 관장 내정 등 인력의 이탈 및 돌려막기 식 행동으로 볼 때, 컨트롤 타워기능은 커녕 기본업무조차도 함량미달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복지분야 민간위탁 취지훼손은 물론 전문성에 대한 이해부족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의 450여개 사회복지관과 300여개가 넘는 노인·장애인복지관의 90% 이상이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여개가 넘는 지자체 중 같은 유형의 복지관을 한 법인에 위탁하는 경우는 광역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이는 사회복지서비스의 특성상 전문 사회복지법인에 위탁함으로써, 서비스의 전문성과 효과성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상호조정과 연계를 통해 주민들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거제시는 단지 행정관리의 효율성을 마치 복지서비스의 효율성으로 해석하고, 두 개의 복지관 통합운영을 주장하는 것은 민간위탁 본연의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전국적 추세와도 역행하는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복지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시점에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행정은 그나마 이룩한 성과도 까먹는 우를 범하게 된다. 거제시의 민간위탁 절차진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계종재단 관계자는 "21세기는 복지시대라 할 만큼 지방정부 운영에 복지영역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지자체가 이를 다 소화해 낼 전문성이나 예산이 뒤따르지 못하기에 사회법인 등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라며 "민간위탁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개별 법인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질높은 서비스를 진행시키는 것인데도 이를 행정의 효율성으로 재단하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라고 한탄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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