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항매립반대대책위가 지난 9일 오전 해양수산부를 방문, 항만지역발전과장 등을 면담하고 있다.

“1만평 주차장? 어려운 문제다. 49층 앞 공원? 이건 더 어려운 문제다. 장평교통대책?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중곡동 교량 추가? 인도교 정도는 검토해보겠다”
고현항매립반대범시민대책위(위원장 배진구. 이하 대책위)가 해수부를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확인한 내용의 주 포인트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답은 없었다. 권민호 시장이 시장 직을 걸고 약속한 핵심 이슈들 대부분이, 해수부 말대로라면 단순한 ‘립스비스’에 그칠 공산이 높아 보였다. 거제시가 특단의 대안을 준비하지 않는 한, 업자이익만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조짐이다.

고현항매립반대대책위는 9일 오전 세종시 해양수산부를 방문, 정성기 항만지역발전과장(4급)과 김용묵 사무관(5급)을 1시간 반가량 면담했다. 고현항 사업의 전격적인 실시계획 고시과정을 되짚고, 1만평 주차장 등 거제시가 시민들에게 공언한 내용들에 대해 해수부의 실질적인 속내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이날 방문은 배진구 위원장을 비롯, 송만수 부위원장, 천용섭 장평지역위원장, 김두호 사무국장 등 4명이 동행했다.

1만평 주차장?
“지금 계획엔 없다. 지분참여사 합의 전제 시에서 구체적 내용 가져오면 검토”
대책위는 이날 실시계획고시에 따른 사업추진을 전제로 지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핵심의제 4개를 집중 거론했다. 권 시장이 시의회나 지역주민설명회 등에서 수차례 약속한 ▲구 도심 인접지역 1만평 주차장 부지확보, ▲49층 주상복합아파트 앞 공원화 ▲장평지역 교통대책 ▲중곡동 상권회복을 위한 차량교행 교량 추가설치 등이었다.

1만평 주차장과 관련, 대책위는 “권민호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시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이다. 이게 안 되면 고현항 매립사업의 공공성 확보는 낙제점에 가깝다”며 “권 시장은 구도심과 가까운 곳에 부지를 마련한다고 공언했는데, 해수부에선 이부분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느냐”는 요지로 물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김용묵 사무관은 “현재 실시계획에는 별도 주차부지 1만평은 없다. 권 시장이 수차례 시민들에게 약속했다는 건 알지만, 항만법상 이를 수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났다. 그러면서 “1만평의 주차부지가 굳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명분을 만들 수 있다”며 “이 필요성을 토대로 지분참여사 전원이 합의하고, 거제시가 주차장의 위치 및 면적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가져오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묵 사무관의 말을 되짚어보면 1만평 주차장의 필요성을 먼저 (해수부에게)설득하고, 그런 다음 지분참여사가 공용지로 내 놓은 것을 합의한 뒤, 거제시가 구체적인 위치나 면적을 정리해 제출하면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지금처럼 구체적 절차나 안도 없이 말로만 떠든다고 결코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강조한 셈이다.

49층 앞 공원화
“주차장 확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사실상 불가능한 일”
49층 주상복합아파트 앞 공원화 약속은 거제시 입장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김용묵 사무관은 “고현항재개발사업은 해수부가 발주하는 국가사업이다. 국가사업이 지자체 행정행위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며 “설령 권 시장이 사선제한규정을 피하기 위해 49층 앞 공원화를 약속했더라도, 그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다. 거제시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김 사무관은 특히 “이미 그 주변은 롯데자산개발이 선수금제도를 활용해 선점한 상태다. 이미 공시도 이뤄졌다. 그 땅을 롯데자산개발에서 내놓으려 하겠느냐”며 “1만평 주차장도 어려운 문제지만, 49층 앞 공원화는 주차장 보다 훨씬 더 어려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김 사무관은 다만 “거제시가 시민들에게 한 약속이라 어쩔 수 없다면 1만평 주차장 부지문제와 같이 지분참여사 및 이 땅을 선점한 롯데자산개발이 우선 합의하고, 거제시에서 구체적인 위치나 면적을 적시해 제출하면 해수부에서 검토는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장평지역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디큐브백화점 앞을 총7차로로 계획했다.

장평지역 교통대책
“현 해안도로변 7차선으로 계획돼 큰 문제 없을 것”
삼성조선을 끼고 있는 장평은 지금도 출퇴근시간이면 전 구간이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는다. 여기에 오비방면에서 고현항을 가로질러 장평으로 빠지는 차량까지 가세할 경우 상시교통대란은 불 보듯 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장평동 주민설명회에서 “오비쪽에서 진입한 차량은 양지초교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었다.

실제는 어땠을까. 실시계획에는 장평 호텔입구에서 장평오거리 방향이 아닌 디큐브백화점쪽으로 차량동선을 잡았다. 다만 이 도로가 당초 알려진 5차로가 아닌 7차로로 계획돼 있다는 점을 새로 확인했다. 이를두고 정성기 과장은 “7차선 도로면 차량흐름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장평 교통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업지 밖이라 구체적인 계획을 잡을 수가 없다. 세세한 내용은 추후 거제시가 자체적으로 입안할 문제”라고 말했다.

중곡연결 교량 추가설치
“좌우 높낮이 달라 교량설치 힘들지만, 인도교 정도는 검토 중”
실시계획에는 중곡동과 고현항매립지를 연결하는 교량이 현재의 크루즈선 선착장 방향 단 한 곳 뿐이다. 이렇게 되면 차량동선이 중곡동을 피해가게 돼 중곡상권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중곡방향 중간지점에 추가교량 설치를 주문했다.

이에대해 해수부측은 “고현항사업지 매립높이와 기존 중곡시가지 높이의 표고차가 상당하다. 기술적으로 교량설치가 매우 까다롭다”며 “당초 계획에는 오비와 고현항사업지를 연결하는 교량이 현 한내진입로 삼거리 부근이었으나 이를 중곡동 크루즈선 선착장 부근으로 당겨 중곡동 접근성을 높였다. 여기에다 사업지와 중곡동과의 연계를 위해 중간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인도교 설치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삼성게스트하우스 앞에 위치한 물량장 이전을 강하게 주문했으나, 해수부관계자는 “물량장은 현재로선 달리 갈곳도 없다”며 “일단 계획된 대로 시설물을 설치하고 시에서 중지를 모아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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