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기 불황으로 계속되는 적자행진을 하고 있는 거제지역에는 예년과 달리 추석명절 분위기가 매우 쌀쌀하다.

지난 2013년 추석 때 삼성과 대우 양대 조선소는 거제사랑상품권 69억4000여원어치를 구매, 전통시장을 비롯한 상인들은 풍성한 한가위를 보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000억여원 적자를 공시한 데 이어 대대적인 감사와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구조 조정에 나서고 있다.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이 여파로 지난 2013년 추석 때 거제사랑상품권 46억3980만원 상당을 구매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 추석에도 거제사랑상품권을 구매하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삼성중공업이 있는 장평동 일부 식당과 상가를 제외한 인근 지역은 매출액이 반토막 나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상가 주인들은 “예전에는 조선소에서 구입한 거제사랑상품권으로 직원들이 각종 명절 선물을 구입하면서 1주일 정도 매출액이 평소보다 50%가량 늘어났으나, 삼성중공업 경영난으로 2년째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 거제 대우조선해양 전경.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대의 적자행진에도 불구하고 2013년 추석 때 23억350만원, 2014년 22억3970만원, 올해도 22억원 상당의 거제사랑상품권을 구매하는 등 회사와 노조가 변함 없는 지역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 인근 6개 동지역 상가나 식당의 상품권 가맹점주들은 ‘반짝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옥포중앙시장 상인들은 “지역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시에서 거제사랑상품권을 발행했지만, 대형마트로 몰려가 생계가 나날이 힘들어져 걱정이다”고 말했다.

최근 임금협상을 끝낸 양대 조선소들의 현장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는 겉모습일 뿐이다.

내부적으로는 수주 감소 등에 따른 적자 행진이 계속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 갈등 등으로 위기의식이 크게 자리 잡은 상태다.

조선업계의 어려움은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해양플랜트 수주 감소, 중국·중동의 설비 증대 및 자급률 상승, 미국 셰일가스 확대 공세 등의 영향이 크다.

해양플랜트 분야는 국내 조선업계가 충분한 기술 없이 덤볐다가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공기 지연에 따른 손해가 불가피해졌고, 이는 경영난으로 직결됐다.

외국인 선주감독관들은 “한국의 조선소들은 불모지에서 시작, 비싼 교육비를 지불하면서 해양플랜트 분야의 기술축적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이 기술력을 앞으로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는 해양플랜트 수주량에 걸려 있다.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고, 조선소가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남신문 이회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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