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경기 불황으로 작업이 중단된 거제시내 한 조선 협력사 공장.

지난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거제시 연초면 오비일반산업단지 내 장한기업. 11개 협력사 대표들이 원청회사를 살려보겠다고 협의한 지 20여 일이 지난 17일, 기자가 현장을 찾았다.

◆오비산단 ‘썰렁’= 장한, 대아 등 4개 기업이 입주한 오비일반산업단지 안벽(岸壁) 주변에는 2014년 이전만 해도 양대 조선소로 수송 차례를 기다리던 완성된 조선블록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이날 바지선만 안벽에 대기한 채 주변 야드에는 단 한 개의 블록도 없었다.

장한 관계자는 “오비일반산업단지에 공장 문을 연 지 5년이 지났으나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4개 동 공장 내부를 둘러보니 철판을 절단하고 수송하는 작업자 몇 명만이 간간이 보였다.

경기가 좋을 땐 하루 근로자 300명 이상이 일하던 곳에 겨우 50여명만 작업하고 있었다.

썰렁한 공단은 조선경기 불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장한보다 한 해 뒤에 사등면 두동에서 공장을 옮겨온 대아기업 2개 동 공장에는 근로자 30~40명만이 블록 용접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 2014년에 200여명에 달했던 근로자가 지난해부터 일감이 크게 줄면서 50여명이 그나마 일감이 있을 때 교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

길 건너 2개의 기업은 일감이 없어 거의 공장을 놀리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공장을 신축하면서 은행에서 대출한 막대한 부채를 갚아낼 여력이 없어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내산단도 마찬가지= 인근 한내일반산업단지 내 10여 개의 협력사들도 양대 조선소에 20여 년간 납품해 왔지만 최근엔 일감이 50% 이상 줄었다.

한내일반산업단지 안벽 주변 야드엔 예전 같으면 10개 이상 블록이 있었지만 이날은 블록 1~2개만 보였다.

이곳엔 한때 10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근무해 공단이 활기가 넘치고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감이 줄면서 근로자들이 줄줄이 떠나 300여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공단 대중식당엔 손님 ‘뚝’= 공단 내 식당 관계자도 “근로자들이 줄어 식당 운영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하루빨리 조선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 주변 식당이나 상가 사정은 공단 내 식당과 같은 처지다.

중국음식집 주인 B씨는 “2014년까지만 해도 점심과 저녁 시간에 하루 200~300명씩 찾던 근로자들이 2015년 초부터 크게 줄어 20~30명밖에 안 된다. 인건비와 월세 주기도 벅차다”며 “폐업을 하고 시내로 이사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460여 협력사 2년째 고전= 양대 조선소 불황의 여파로 사내 협력사 260개사와 사외 협력사 200여 개사 모두가 2년째 고전하고 있다.

양대 조선소 신조선박톤수신평가지표(CGRT)를 보면 삼성중공업은 2013년 263만6000CGT, 2014년 215만5000CGT, 2015년 162만3000CGT로 집계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231만3987CGT, 2014년 419만7785CGT, 2015년 231만5278CGT로 집계돼 양대 조선소 모두 2015년에 사내외 협력사 배정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외 협력사의 경우 고난도 기술력을 요구하는 해양플랜트 물량 중 90%가 사내 협력사에 배정돼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

6개 기업이 20년 넘게 협동화로 공단을 경영해 온 사등면 성내공단 C대표는 “지금까지 양대 조선소의 불황이 닥칠 때마다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배정된 물량의 단가를 10% 이상 삭감해 왔다”면서 “그 고통을 근로자들과 함께 나누며 겨우 이끌어 왔는데,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더 이상 버티기가 힘이 든다”고 호소했다.

앞서 양대조선소는 지난 2011년부터 협력사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해 각종 지원 정책을 펼치며 대중소기업 간 기업공생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다.

기술이전, 특허 출원, 인재육성, 경영교육, 분기별 동반성장 간담회 등 다양한 분야의 간접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외 협력사들에게는 수혜폭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 협력사 대표들은 “조선 불황의 타개책을 찾고 싶지만 기업 특성상 공장설비 모두가 조선기자재 생산 위주인 데다 육지에서 먼 거리에 있어 업종전환이 어렵다”며 “조선경기 회복만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 경남신문 이회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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