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Walking)족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올해 거제여행은 부산-거가대교가 아니라 대전에서 버스를 타는 코스를 택했다. 내리자마자 기분이 좋았다. 자전거, 오토바이가 흉물로 방치되는 현상이 거의 사라진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이 다른 해보다 더욱 알찬 것이라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한문공부를 하고 있어 거제에 대한 역사와 지리, 문화 등을 꾸준히 공부하여 왔기 때문이다. 거제 지인들이 선물한 ‘거제도유배고전문학총서’, ‘거제지명총람’ 등이다.

특히 시간 날 때 마다 <거제유배고전문화총서>를 들여 다 보았다. 유배 온 조선선비들이 짓는 노래와 글(詩와 書)이 거제의 山水산수를 소재, 주제로 한 것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玲瓏岩底水 영롱암저수 / 영롱히 흐르는 바위 아래 물
幾歲閉荊榛 기세폐형진 / 몇 해나 가시덤풀에 덮혔나
疎鑿雖人力 소착수인력 / 샘을 판 것은 사람의 힘이지
虛明亦爾眞 허명역이진 / 텅비어 밝은 것은 너의 본성
至平能鑑物 지평능감물 / 지극히 평정해 사물을 비추고
不畜故無塵 부축고무진 / 쌓아 놓지 않아 티끌이 없고
來往時抔飮 내왕시부음 / 오가면서 때로 움켜서 마시니
還如太古淳 환여태고순 / 태고적 순수로 돌아가듯 하네
- 石泉 돌샘 / 李荇 이행(1478-1534)

거제의 동식물자원과 산수자원의 보고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연구성과가 귀중한 작업의 산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았다. 거제의 詩經시경이라 할 수 있다.

시경 詩經은 중국고전 四書三經중 하나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노래를 모아논 책자이다. 3,000여 편이었던 것을 공자가 311편으로 간추려 정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늘날 전하는 것은 305편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시경을 공부하는 까닭은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小子 何莫學夫詩 (소자 하막학부시) 너희는 왜 시를 배우지 않느냐? 詩可以興 可以觀 (시가이흥 가이관) 시는 사람을 일으키게 하고, 인정과 세태를 관찰하게 하며 可以群 可以怨 (가이관 가이원) 무리 지어 어울리게 하고, 잘못을 원망하게 한다 邇之事父 遠之事君 (이지사부 원지사군) 가깝게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게는 임금을 섬기는 도리를 배울 수 있으며 多識於鳥獸草木之名 (다식어조수초목지명) 새나 짐승, 풀과 나무의 이름도 많이 알게 하느니라 ”라고 했다.(論語 陽貨)

거제도유배고전문학총서(巨濟島流配古典文學叢書)는 문학은 기본이고 거제에 대한 역사, 문화, 생활, 지리, 과학, 학문 등 學際間 연구의 출발이고 토대가 되고 있다. 거제의 옛것에서 오늘과 미래를 찾아 나설 수 있는 바탕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경기의 후퇴로 거제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럴수록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法古創新 법고창신이 필요하다. 유배 온 옛사람들이 거제를 둘러보면서 쏟아낸 노래와 글을 일반 시민들이 편하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작업이 뒤따라야 겠다. 코스별 답사, 주제별 소책자 발간 등 할 일이 수 없이 많다.

거제도유배고전문학총서를 보면 볼수록 정말 보배롭다. 알면 알수록 거제의 미래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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