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더민주당 거제위원회와 천일기업 사태 사내대책위관계자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더민주 거제지역위 변광용 위원장은 "천일기업 박 모 대표가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돌발 기성금(급작스레 발생한 물량에 대한 중간정산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십 수억 원의 지급을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극심한 '단가 후려치기' 및 돌발 기성금 미지급 등 문제가 양대 조선 협력사들의 공통적 애로사항으로 언제든 제2, 제3의 천일기업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성금을 다 주었기 때문에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삼성중공업은 협력사 관리부실의 원초적 책임과 단가 인하로 인한 협력사 경영압박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삼성중공업이 원청사로서 사태 조기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천일기업 사태 비상대책위원회 측 관계자는 "물량팀 70여 명을 포함해 총 260여 명의 임금 및 퇴직금 27억여 원이 체불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실태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중 천일기업 소유 재산과 박순 대표 사재(私財)를 합해도 13~14억 원밖에 감당이 되질 않는다. 이대로 가면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나 다름없는 13~14억원의 체불임금은 고스란히 떼일 판”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원청인 삼성중공업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삼성중공업의 전향적인 자세를 거듭 촉구했다.

더민주 거제지역위는 앞으로 조선 협력사들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와 연계해 협력업체 납품단가에 대한 정밀 실사를 계획 중이다. 또 돌발 기성금에 대한 실상과 미지급 여부에 대한 정밀실사도 중앙당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변 위원장은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위원들이 조만간 현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회신을 받았다"면서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환경노동위가 거제를 방문해 ‘현장 국정감사’를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일기업 사태는 삼성중공업 사내하청업체인 천일기업이 지난 7월 31일 자로 폐업과 회사 청산을 통보하면서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 약 27억여 원을 지급하지 않아 촉발된 것으로, 이 회사 직원들과 가족, 노동단체 등은 지난 17일 오후부터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수백명 고용업체서 후불성 임금 미적립 이해 안돼
삼성중공업, '나쁜선례' 이유 사태해결 나서기 힘들 듯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사 천일기업 폐업에 따른 체불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 사태는 지난달 중순 천일기업 박순 대표가 직원들에게 회사정산을 통고할 때부터 예고된 재앙이었다. 회사정산 소식을 들은 근로자들이 협력사 사무실로 몰려가 퇴지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자 박 대표는 기성금 정산 및 사재출연을 통한 문제해결을 약속하며 이들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막상 7월31일 폐업이 이뤄지자 잠복된 문제점들이 돌출하기 시작했다. 사내 대책위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표는 자신의 사재를 출연해도 전체 미지급금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지 이제는 “할만큼 했다. 그래도 안되는데 감옥가면 될 것 아닌가”라는 식의 배짱을 내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해당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 8월9일 노동청에 박순 대표를 임금체불로 고소했고, 8월중순에는 대책위 명의로 박 대표와 그의 아들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혐의로 창업지법에 고발한 상태다. 17일부터는 해당 노동자와 가족, 거통고하노위 등이 가세해 삼성 정문앞에서 철야 농성을 일주일 넘게 진행중이다.

천일기업 박순 대표는 몇 년 전 김한표 국회의원의 후원회장까지 맡을 정도로 잘 나가던 기업인이었다. 회사 돈 25억원을 빌려 아파트사업에 투자할 정도로 사업수완도 좋아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사운영이 어려워 폐업까지 하면서도 회사에서 빌린 25억원도 갚지 않았다고 한다. 기업인이 본업부다 정치권에 발을 걸치고 비 전문분야까지 문어발식 영역을 확장하다 망한 대표적인 예로 보인다.

박순 대표의 재산이 실재로 얼마쯤 되는지는 알길이 없다. 이와관련, 대책위관계자는 “회사를 정리하기 전 재산을 얼마나 빼돌렸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수사를 통해 나오겠지만, 현재로선 드러난 재산이 크게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 재산을 다 출연하더라도 다른 채권자들의 빚을 일부 정산허면 우리가 받아야 할 돈의 절반정도가 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원청인 삼성중공업에 그 책임과 문제해결을 따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상시고용인원을 수백명이나 쓰는 회사에서 퇴직금 등 후불성 임금을 적립하지 않는 경우는 해당 협력사도 잘못 이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원청의 책임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원청과의 연대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후불성 임금까지 포함한 기성금을 모두 지급한 상태에서 폐업한 회사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까지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의 원칙 없는 개입 또한 불필요한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발을 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더민주당 거제위원회가 국회 환노위를 통해 중재하고 거통고하노위 등이 개입하는 과정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베인 체불임금과 퇴직금은 이디로 떼일 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내몰렸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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