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저녁 고현사거리에서 유세활동을 벌이고 있는 선거 운동원들(박종훈 교육감 후보)

6·2 지방선거가 20일 점화됐다. 선거운동 첫날 지역언론사 공동주관 시장후보 토론회에 이어 21일부터 석가탄신일이 겹친 황금연휴가 시작되면서 선거열기는 생각만큼 달아 오르지 못했다. 주말 내린 많은 비도 열기 가라앉히기에 손을 보탰다.

전국적으로는 선거전 첫날 천안함 사고원인 발표, 23일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 등, 이른바 북풍(北風)과 노풍(盧風)이 잇따라 겹치면서 어떤 이슈가 선거전을 주도할지 헷갈리는 분위기다. 때문에 첫 일상이 시작되는 월요일부터 사실상의 선거전이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장 선거는 별다른 이슈없이 조직과 세 싸움으로 전개됐던 예전 선거와 달이, 이번에는 몇가지 이슈가 잠복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재로선 대세론과 인물론, 견제론, 돈 공천 의혹파장 등이 대표적인 잠복이슈다.

우선, 대세론은 최근 발표된 각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권민호 후보의 압도적 우위에서 비롯됐다. 권 후보는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를 거의 배 이상 따돌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표본에 대한 객관성을 차치하고서라도 특정 후보가 이만큼 크게 격차를 벌인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다만, 여론조사 결과에 의한 권 후보 대세론은 친 여당 매체들의 조사결과에서 비롯됐다는 점과, 바닥정서에 견줘서도 상식 밖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 예단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특히 최근 항간에 나도는 도의원 및 기초의원 여론조사 결과 등도 바닥정서와 크게 다른 것으로 인식돼 표본구성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선거현수막이 집중된 고현사거리. 이곳 유세는 후보들간 시간배정 논의를 통해 이뤄진다.

인물론은 무소속 유승화 후보가 주창하는 이슈다. 고속도로 철도 등 각종 대형국책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거제의 현실에서, 능력이 검증된 후보만이 이같은 여건변화를 선도해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 후보의 이같은 주장은 한나라당 공천을 전후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도심지역은 물론 외곽지역에서도 상당부분 먹히고 있다는 것이 유 후보측의 판단이다.

반면, 유 후보측의 인물론이 선거전 투표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조직과 바람이 불어야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도는 아직 당선권을 위협할 만한 폭발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 후보의 인물론은 세력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찾아내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견제론은 야권단일화에 실패한 민노·진보신당 후보들이 주창하는 이슈로 '무능 부패정권 심판론'과 맥이 닿아 있다. 지난 20일 초청토론회에서 이세종 후보와 김한주 후보는 이같은 견제논리를 숨기지 않았다. 한나라당 15년 아성을 이번에는 깨 보자는 거였다.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견제론 불씨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견제론은 후보등록 직전 무산된 야권후보 단일화 실패화 함께 동반 침몰하는 모양새다. 견제론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통한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노려야 하지만, 그 호기를 살리지 못했다. 지금은 되레 야권후보 중 누가 더 많은 표심을 얻어, 지역 야권 맹주로 자리매김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한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잠복된 이슈가 한나라당의 '돈 공천 의혹'에 따른 수사향배다. 후보등록 직전 검찰이 여당후보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는 점에서 결코 쉽게 사그라질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야권후보들이 이 문제를 정면 거론할 것으로 예상돼 생각 밖의 쟁점으로 부상할 여지도 남아있다. 선거기간 중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라도 있을 경우 선거판은 일대 회오리에 빨려들 것으로 보인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