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가 발주한 하수관거 정비사업 감리서류를 허위로 꾸며 44억원의 혈세가 착복되게 한 혐의를 받던 건설 감리회사 직원들에게 15일 실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서승렬 부장판사)는 2005년 8월 거제시가 발주한 하수관거 공사의 책임감리사인 이모(42)씨와 전 보조감리원 김모(55)씨 등 2명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2천880만원과 2천430만원씩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맡은 업무를 소흘히 해 44억원 상당의 국고손실을 초래했고 뇌물을 받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민사소송 중이어서 국고손실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거제시 하구관거 공사의 현장감리사로 일하면서 하수관거 가시설 공사를 맡은 모 건설사가 일부 공사구간에서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약정대로 정확하게 시공됐다는 허위서류를 작성해 공사대금 44억7,700만원이 시공사에 추가로 지급되게 했다.

특히 이들은 감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하수관거 시공회사로부터 추징금액에 상당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이들 외에 공사를 하면서 뇌물을 주고받은 건설회사 직원과 감리회사 직원, 준공검사에 입회하지도 않았는데 입회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결재를 받은 거제시청 직원 등 기소된 10명에게도 징역형과 집행유예,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하수관거 매설사업 비리의 전모

거제지역 하수관거 매설사업 비리는 지난 2008년 6월께 경남지방경찰청의 수사로 전모가 드러났었다. 2005년 거제시가 발주한 160억원 규모의 하수관거 매설사업과 관련해 시공사인 A건설회사가 하수관로 매설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수십억원대의 공사대금을 횡령한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하수관거 매설사업은 거제시가 지난 2003년 하수종말처리장 건립공사와 연계해 별도로 발주한 사업이었다. 6개 동지역 33㎞의 하수관로 매설을 하는 이 공사는 08년 중순 전체 70% 공정률을 보이고 있었고, 완료된 지역은 준공검사를 마친 상태였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들이 당초 설계도대로 시공하지 않고, 일부 시설물 설치를 누락하는 방법으로 공사비 수십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수사의 고삐를 바짝 조여갔다. 08년 9월 2일 발표된 경남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팀의 수사결과에서 혐의 대부분이 드러났다.

공사 관계자 등 15명이 무더기로 적발됐고 5명은 구속영장이 신청된데다 나머지 10명도 불구속 입건되는 등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옥포~장승포간 하수관거 정비사업 과정에서 시공사와 하도급사, 감리업체, 공무원 등이 결탁해 설계도서 및 시방서 내용대로 시공하지 않고 기성 및 준공검사 서류를 허위로 꾸며 거제시에 실제 공사내역보다 부풀려진 기성금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H개발 등 2개사가 44억여원을 가로챘던 것이다.

엉터리 준공검사로 시장결재까지

H개발(주) 현장소장 J모씨는 가설 구조물 공사(H파일 및 쉬트파일)는 작업 후 형체가 남지 않아 증거물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옥포지구 외 5개지구 H파일 가시설 3.2㎞ 중 약 700m 만 시공하고, 쉬트파일도 설계상 3km임에도 실제로는 100m 만 시공하는 방법으로 미시공 공사비 44억7,2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담당 공무원 K씨는 기성 및 준공검사, 공사감독 업무와 관련해 299회에 걸쳐 하수관거 공사현장에 출장명령을 받고도 출장업무를 수행치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기성 및 준공검사 때 입회인으로 참여해 준공검사를 실시한 것처럼 감리원들이 허위 작성한 준공검사조서에 서명 날인했다는 것. 엉터리 준공검사조서는 계장·과장·국장·부시장·시장까지 일사천리 결재였다.

하도급 업체 대표 K모씨는 일반 건설업 등록 없이 하수관거 토공 및 가시설 공사를 55억2,000만원에 일괄하도급 받아 불법시공, 또 다른 재하도급 건설업체 대표 P모씨는 가시설 구조물공사를 하도급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명목으로 감리원 모씨에게 500여만원의 뇌물을 건낸 혐의까지 드러났다.

사진 합성으로 공사 마무리

이들은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땅속에서 이뤄지는 맹점을 이용했다. 하수관거 매설을 위해서는 우선 땅을 파내고 절개면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가설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가설 구조물은 마지막에 땅에 묻히게 돼, 복토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없으면 알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시공업체는 가설 구조물을 일부만 설치하고 나머지는 하수관거를 바로 매설하는 방법으로 수십억의 혈세를 착복했다. 특히 이들은 준공검사를 받기위해 일부 구간에 가설 구조물 설치 후 사진을 찍은 뒤, 다른 구간 시공과정에서 가설 구조물을 설치한 것처럼 사진을 합성하는 수법까지 사용했다.

‘묻으면 그만’ 사전 범행 공모

H개발(주) 현장소장은 자신의 회사가 지난 2005년 8월께 거제시가 160억원 규모로 발주한 거제시 6개 동 하수관거 정비공사를 창원시에 있는 2개 건설회사와 함께 162억 원에 공동 도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H개발이 책임 시공하기로 약정, 이 공사 중 토공 및 가시설 공사(총공사비 95억 원)를 부산 모 건설사와 김해 모 건설사에 하도급을 주고 시공키로 했다.

그러나 작업완료 후 구조물체가 땅에 묻히게 된다는 점을 악용, 현장소장과 공무과장 등 건설사 직원 4명은 하도급사 대표 등과 공모하고 설계도서 및 시방서 내용대로 시공하지 않는 부분을 묵인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K기술공사 책임감리원 등 3명에게 각각 7,540만 원, 6,990만 원, 7,040만 원의 뇌물을 줬다.

또 하도급업체 현장소장은 H개발 현장소장에게 1억 원을 주는 등 돈잔치를 벌였다. 특히 이 원청사 현장소장은 현금 1억원을 받는 외에 공사비 3억2,000만원도 가로챈 혐의를 받았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