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현재,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7일째 거제시청 안팎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장애인협의회)’ 소속 장애인들이 장기농성을 천명하고 나섰다. 협의회 요구안에 대한 거제시 약속이 없을 시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농성 철회를 요구했던 거제 장애인단체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장애인협의회는 13일 오전 10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기농성 돌입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거제시가 지난 2007년 11월 장애인 권리확보를 위한 5대 요구안에 대한 약속을 했음에도 4년이 다 되어가도록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장애인협의회는 “2011년까지 거제시 전체버스의 33% 이상을 저상버스로 도입하고 2011년까지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20대를 연차적으로 도입하기로 거제시가 약속했었다”면서 “09년까지 저상버스 9대를 도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올 7월까지도 단 2대만 도입해 운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거제시장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지난 7일 거제시장과 면담을 했지만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고 ‘예산이 없다. 꼭 법대로 다 지켜야 하는 것이냐’라는 궤변을 들어야만 했다”며 “공무원들은 거제시민을 위해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함에도 시민은 생각지도 않고 버스업자들의 입장만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성철회를 촉구했던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지회도 비판했다. “격려와 지지는 못할지언정 거제시민과 거제장애인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 거제시 행정의 대변자마냥 행동하는 것은 같은 장애인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면서 “외부 단체 운운하는데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확보를 두고 대표성이 왜 필요한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협의회는 “우리는 경남 전체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입안해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 조성을 위해 설립한 단체이므로 엄연히 대표성이 있다 할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주체가 누구이든 당연한 주장을 한다면 들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위정자의 자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상버스 도입보다 도로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체장애인협회 주장에 대해서도 “도농복합도시 거제시보다 더욱 열악한 밀양시도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고 도로가 열악할수록 더욱 저상버스를 운행해야 한다”며 “정부가 2011년까지 전체버스 33%를 저상버스로 도입하도록 한 것도 도로개선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운영 주체 문제도 다시 상기시켰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단체나 법인이 운영할 수 없는데도 자동차운송사업허가증도 없는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시지회에 지난 2월 운영권이 주어졌다”면서 “더 어이 없는 사실은 사업허가증이 3월에서야 발급됐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운수업체에서 운영하도록 돼 있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특정단체에게 교통약자 콜택시 운영권을 거제시가 줬고 지체장애인협회가 그 이권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특별교통수단은 장애인 외에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임산부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인 만큼 장애인만의 이용수단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제를 대표하는 장애인단체라면 특별교통수단이 교통약자의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역할을 해야 할텐데 되레 이권을 따내기 위해 조례까지 고치려 했던 단체가 대표성 운운하며 거제시를 대변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거제지역 장애인들의 보편적 복지보다 자기 단체 밥그릇만을 챙기려는 술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이 보장될 때까지 농성과 투쟁을 강경하게 할 것임을 밝힌다”면서 “이후 벌어지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거제시에 있으며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지회를 비롯한 일부 장애인단체는 거제지역 장애인들과 교통약자의 복지를 볼모로 단체 이권을 챙기려는 음모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지회는 장애인 관련 사업권의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고 신장장애인지원센터 등 정부가 장려하는 장애인 사업은 거제시가 추진조차 않고 있다”며 “2,000여명의 거제지역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도 더 많은 요구안을 거제시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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