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심리답게 가장 시간이 길었다. 오후 2시에 예정됐던 3차심리 결심공판은 2시35분께 속행됐고 변호인 측 증인신문과 40여분의 중간 휴정에 이어 피고인 세 명에 대한 집중 신문과 검찰 구형, 변호인 최후 변론과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을 끝으로 저녁 8시35분께 마무리됐다.

주요 서면증거, 의견 교환 거쳤다

재판부 사정으로 30여분간 지연된 결심공판은 그간의 심리에서 나온 서증(서면증거)에 대한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의 의견 교환이 먼저 진행됐다. 김도형 부장판사는 주요 서증에 대한 검찰 측 의견과 변호인 의견 제시를 요구했고 특히 조모씨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 고지 여부를 따졌다. “첫 조사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어서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시전 검사의 얘기에 김 재판장은 “판례를 감안하면 첫 조사에도 진술거부권 고지가 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의문을 표했다.

기소와 관련해 이 검사는 ‘요구’와 ‘수수’를 별개의 건으로 기소하겠다는 검찰 방침을 밝혔고 별개의 건으로 기소하는 근거를 재판장이 묻자 검토 후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장은 “요구시 상대방의 거절의사가 포함돼야 의미가 충족된다는 학계의 견해가 있다”면서 명확한 개념 정리를 주문했다. 피고인 옥모씨의 개인수첩에 대한 몰수(형법48조1항)를 위해 공소사실이 변경됐다. 옥씨에 대한 검찰진술 녹화CD의 검증신청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변호인 의견을 재판부가 인정했다.

재판장은 강조할만한 서증 확인을 재차 주문했고 검찰은 그간의 언론기사와 거제경찰서 전 수사과장 김모씨에게 윤영 의원이 김일곤 도의원 부인인 피고인 옥모씨의 문건을 보였던 사실, 당초 검찰 측 증인으로 신청됐던 송모씨의 증언, 피고인 옥씨가 지인에게 1억 원을 빌린 사실, 옥씨에게 받은 2,000만원을 돌려줬던 당시의 신모씨 진술, 피고인 옥씨의 대포통장 사용, 윤 의원 부인 김씨가 다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 피고인 조씨의 1억 원 출금 경위 등을 주요 증거로 설명했다.

김씨 변호인 측은 “검찰은 김씨가 사용한 타 명의 휴대전화를 대포폰으로 표현하는데, 추적이 불가능한 휴대전화를 대포폰으로 지칭하는 것”이라며 부동의 의견을 밝혔고 “피고인 조모씨의 1억 원 출금 경위는 조씨의 남편 손모씨의 선거사무소 개소 시기와 맞물린 당시에 출금됐다는 점에서 선거자금 명목으로도 볼 수 있고 공천헌금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되받았다. “공천헌금이라는 표현도 없었고 피고인 옥씨와 증인 강씨에게도 선거자금이 그 정도 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검찰은 김씨 변호인의 ‘김씨가 3월12일 1억원을 반납하기 2~3일 전, 돈인 줄 모른 채 수령을 했다’는 반박에 “통화내역에 기반한 논리적 반박을 해달라”고 밝혔다. 피고인 조씨는 지난 2차 심리에서 “3월12일까지 1억원과 프로필을 윤 의원 부인이 준비하라고 했다”고 진술했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 조씨의 첫 검찰 진술은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은 점을 들어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해 증거동의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변호인 측 증인 최모씨가 증언대에 섰다.

“후보 단일화 위해 손씨 만났다”

윤영 의원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최모씨는 피고인 조씨의 남편 손모씨의 시의원 출마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당초 손씨의 예비후보 등록 당시 여섯 차례 만났고 윤모 후보와의 단일화 권유를 위해서였다는 것. “손씨가 예전 선거비용을 거론하며 2억원을 보전해 주면 단일화 논의에 응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윤모 후보가 공천헌금을 더 많이 해서 공천됐다는 손씨의 얘기에 대해선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도 반대신문에 나섰다. 공천 과정에 왜 개입했냐는 물음에 후원회장으로서 살피게 됐다고 답했다. “연초면 후보들의 단일화에 개입한 이유는 뭐냐”는 물음에도 “한 지역에 두 사람이 출마 의사를 밝혀 개인적으로 만나게 됐다”고 답했고 “윤 의원이 시켰나”라는 물음엔 “아니다. 장목에선 시의원이 배출됐기에 연초와 하청에서 각각 1명씩 나오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에서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천 권한은 어디에 있다 보냐”는 물음에 “경남도당의 권한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장도 신문에 나섰다. 연초에서 한 명, 하청과 장목을 묶어 한 명을 공천하는 취지는 누구 생각이냐는 물음에 “제가 그렇게 생각했고 윤 의원께 말씀 드린 사항”이라고 말했다. 재판장은 그렇게 말한 시기를 재차 물었고 윤 의원 진술에도 같은 내용이 있음을 지적했다. 윤 의원의 주도가 아니었냐는 의문이었다. “경남도당이 공천을 심사한다면서 윤 의원이 임의로 여론조사를 거쳐 차순위자에게 공천신청을 포기시키는 게 맞느냐. 문제가 없는 것이냐”고 물었고 최씨는 그런 것 같다(문제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피고인 옥모씨가 작성해 윤 의원에게 보인 문건을 봤느냐는 물음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장은 “윤 의원이 불러서 사무실에 갔다면서 어떻게 보지 못했냐”고 재차 물었고 “그 당시 분위기가 살벌해서 곧바로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 변호인도 신문에 가세했다. “원래 수시로 당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하지 않나. 공천을 떠나 다수 당선자 확보를 위해 그러지 않느냐”고 묻자 “잘 모른다”고 했다. 재판장도 “국회의원이 공심위에 단수나 복수 후보를 추천하는 관례가 있냐”고 물었고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일곤 의원을 만난 시기도 따졌다. 김 의원과는 민주평통자문회의 당시 만났다는 최씨의 말에 재판장은 “옥씨의 수첩에는 3월18일 평통자문회 회장이기도 한 최씨와 함께 만났다 돼 있고 김 의원도 그렇게 진술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고 “그 당시 만난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최씨도 문건을 봤다는 신모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문건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고인 조씨 변론을 맡은 옥치돈 변호사도 신문을 이어갔다. “단일화 시도는 윤 의원 지시가 아니었냐?”고 재차 물었다.

옥 변호사는 “연초면에서 출마한 옥진표 후보도 있었는데 왜 손씨와 윤씨만 단일화를 추진했냐? 당직자나 후원회원은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했는데 윤씨는 후원회 부회장 아니었냐?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졌다. 최씨는 “옥진표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걸로 알았고 윤모씨는 후원회를 탈퇴하고 후보 등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소 두루뭉술한 답변을 이어간 증인 최씨에 대한 신문은 오후 4시26분께 마무리됐다. 재판장은 피고인 신문에 앞서 휴정을 공지했고 40여분간 휴정됐다.

피고인 세 명, 차례로 집중 신문

오후 5시15분께 심리는 속개됐다. 피고인 조모씨의 진술조서에 기록된 ‘1억원을 담은 비닐쇼핑백’과 관련해 기록 수정을 위한 지난 진술 녹음 테잎이 재생됐다. 돈을 넣은 뒤 형태가 찌그러졌느냐 여부를 두고서다. 수차례의 재생 후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측은 “프로필을 넣으니 형태가 찌그러지지 않았다”는 기록으로 합의했다. 증인 신문에 앞서 지적됐던 검찰의 개별 기소와 관련, 피고인 옥씨에게 3억을 ‘요구’한 부분과 2,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분리해 기소하겠다고 검찰은 밝혔다.

피고인 조씨로부터의 1억 수수 혐의는 2억 요구는 경위 사실로만 하고 공천헌금 명목으로 1억을 ‘수수’한 것만 기소할 방침이라고 이시전 검사는 말했다. 이어 피고인 조씨, 옥씨, 윤 의원 부인 김씨 순으로 신문키로 했다. 2차 심리에서 진술한 내용이 변호인에 의해 다시 설명됐고 돈을 비닐쇼핑백에 쌓은 형태에 대해 검찰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조씨는 “프로필은 빳빳한 팜플렛 형태로 비닐백과 돈 사이에 세워서 넣었다”고 말했다. 김씨 변호인은 1억원 출금 경위 등은 조씨 외엔 모르는 것 아니냐고 공박했다.

피고인 옥씨에 대한 신문에선 2,000만원을 김씨에게 교부한 사실은 있으나 공천과는 무관했고 김씨와의 친분에서, 김씨의 나쁜 건강상태를 동정했던 상황과 선거시기에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2,000만원을 약값 명목으로 빌려줬다는 변론이 있었다. 다만 윤영 의원이 남편에게 시의원 출마를 권유해 공정한 경선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문건을 작성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 설명됐다. 변호인 측은 “옥씨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도 오래도록 해왔고 현재 지인들이 법원에 탄원서도 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반대신문에서 남편 김 의원의 프로필 제출 여부와 2,000만원 반환시 형태 등을 물었고 옥씨는 “프로필 제출 사실은 없다. 2,000만원을 돌려받을 때 다른 곳에서 인출된 돈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당초 검찰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한 연유를 집중 추궁했다. 재판장은 “검찰에선 공천심사비용 명목으로 건넸다 해놓고선, 그것도 일요일에 변호인을 대동해 진술한 내용을 허위진술이라고 할 수 있냐?”라고 의심했다. 옥씨는 “겁이 나서 윤 의원 사모님과 거리가 먼 것처럼 진술했다”고 거듭 죄송해했다.

재판장은 “2,000만원은 김씨에게 필요한데 쓰시라고 그냥 준 게 아니었냐”고 물었고 옥씨는 “갚을 줄 알았고, 남편에게 이로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용’ 여부도 쟁점이 됐다. 당초 김씨 변호인 측은 ‘옥씨가 김씨에게 그냥 준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던 탓이다. 재판장은 김씨 변호인과 옥씨 변호인의 차용 여부와 관련한 변론 취지가 다른 점을 꼬집었다. 재판장은 “피고인은 한 사람인데 변호인마다 말이 다른 것 같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옥씨에 대한 신문은 오후 7시께 끝났다.

윤 의원 부인 김씨의 마지막 진술

이어 윤 의원 부인 김씨에 대한 신문이 시작됐다. 김씨 변호인에 따르면 김씨는 피고인 조씨가 공천을 도와달라는 얘기에 주민 지지가 있어야 된다고 했고 막대한 선거비용을 걱정해 줬다는 것이다. 조씨가 김씨의 승합차 뒷좌석에 홍삼 박스를 실어줬고, 나중에 돈으로 확인되자 직접 돌려줬다는 것. 1억원이 담긴 사실을 알았다면, 며칠이나 차량에 방치했겠냐는 것이다. 조씨가 밝힌 ‘윤 의원 부인이 돌려주면서 잠시 보관해달라더라’는 진술도 사실이 아니라는 항변이다. 선거 운동을 격려했을 뿐이라는 것.

피고인 옥씨에게도 공천헌금을 요구한 사실이 없었고 약값 명목으로 2,000만원을 빌린 뒤 남편 윤 의원이 ‘돈을 혹시 받은 것이냐’는 추궁에 겁이 나서 갚았다는 항변도 폈다. 프로필 요구도 선거운동을 돕는 취지에서 의례적인 서류준비 요청이었다고 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검찰은 “프로필을 왜 받았나? 하필 후보들이 국회의원 부인에게 프로필을 줄 이유가 있나? 유독 세 사람에게 공천을 도와줄 이유가 무엇이었나?” 등 신문을 이어갔다. 김씨는 이에대해 순수한 취지로 돕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말하자면, 달리 후보들을 도울 입장도 아닌 상황에서 서류(프로필) 준비라도 돕고 남편인 윤 의원에게 한 마디라도 보탤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조씨가 건넸다는 홍삼 박스(조씨는 비닐쇼핑백으로 표현)에 대해서도 “마음의 표시라고만 말해 돈인 줄 모르고 홍삼 제품으로 알고 있었다. 얼마나 마음이 급했으면 그런식으로 표현할까 싶었다”고 말했다. 굳이 민감한 시기에 옥씨한테 돈을 빌린 연유도 따졌다. 김씨는 “서로 친분을 잇고 저의 건강상태를 안 옥씨가 연민을 갖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시전 검사는 “당초 그냥 받았다 해놓고, 이젠 빌린 것이라 말하는 건 옥씨와 말을 맞췄다는 게 아니냐. 김씨 친정이 부유한 것으로 아는데 왜 옥씨에게 빌린 것이냐”고 추궁했고 “친정에 말하기 힘들었다. 가까이 있는 옥씨에게 빌리는 상황이 됐다. 도의원 2~3억 얘기도 제가 남편의 무소속 출마 당시를 생각해 선거비용이 그렇게 들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옥치돈 변호사도 ‘홍삼 박스’의 진위 여부를 따져 물었다. “박스가 뒷좌석에서 며칠씩이나 고정돼 있을 수 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옥 변호사는 “조씨에게 전화로 따진 적은 없나? 돈을 돌려줄 때 혼자 갔나? 평소 비서격 여성부장 등과 가지 않았나? 돈인 줄 알았을 당시엔 혼자였나?”라고 물었다. 김씨는 “차를 청소하려는 중에 돈인 줄 알게 됐다. 남편에겐 말할 수 없었고 조씨를 만나 ‘이건 내 물건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돌려준 채 돌아왔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은 “옥씨가 빌려준 2,000만원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약을 마련하려 했냐?”고 물었고 “산삼 같은.. 그런 약을 구하려 했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재판장은 한층 가열찬 신문을 이어갔다. “왜 하필 만나는 사람들에게마다 돈이 든다 돈이 든다고 그렇게 얘길했나? 옥씨의 경우 90년대부터 남편 선거를 도운 베테랑 아니었나? 피고인 김씨는 불과 2006년부터 선거를 도운 것에 비해서 차이가 나질 않나? 그런데 왜 프로필을 요구한 것이냐? 남편에게도 보여주질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세 사람에게 돈과 프로필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던 셈 아니냐?”고 물었다. 김씨는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면서 그저 힘을 보태주기 위한 순수한 취지였음을 강조했다.

김씨에 대한 신문은 저녁 8시8분께 마무리됐고, 검찰 구형과 변호인들의 최후 변론, 피고인 최후 진술로 6시간의 결심공판은 일단락됐다. 피고인 김씨는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두 분에게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했고 옥씨는 “예민한 시기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앞으로도 지역봉사활동에 노력하겠다. 깊은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렇게 큰 죄인 줄 미처 몰랐다. 거듭 죄송하다”고 조아렸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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