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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씨름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여행- 충북 제천[손영민의 풍물기행]손영인/거제의 삶..꿈...저자

7월 25일, 충북제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제천의병장사씨름대회’참가를 위해 제천을 향해 출발했다. 장마철이라 큰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여름 신록의 푸르름을 한껏 뽐내며 쨍쨍한 햇살이 비춰주고 있었다. 대구를 지나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여유롭게 도착하다 보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제천은 충북, 강원, 경북 3도 접정 지역의 중부내륙중심지에 있다. 태고의 비경을 간직한 월악산국립공원과 의림지. 송계계곡, 청풍문화재단지, 박달재 등 가는 곳마다 명승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제천으로 향하는 발길은 말 그대로 추억여행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늦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미리 알아봤던 곳은 KTX 제천역전 옆에 자리하고 있는 ‘제천 시락국’이라는 식당이다. 무엇보다도 제천 시락국 가게 건물이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었고,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서 극찬한 가게라고 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대한통운에서 일하던 신은우(65세)씨가 11년 전 퇴직과 동시에 출장소를 인수하면서 이 건물을 임대해 시락국을 팔기 시작했다.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경상도식 방언이며, 신씨가 경상도와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정감 어린 말 때문에 시락국이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제천 시락국의 메뉴는 시래기국과 시래기밥 단 두 가지만 있다. 시래기국은 시래기국과 공깃밥이 나오고, 시래기밥은 강된장이 추가되어 나오는 게 다르다. 시레기밥을 주문했다. 반찬도 단 두 가지 짱아찌와 깍두기 그리고 시래기 밥에 따라온 강된장. 시래기 넣고 지은 밥에 시레기국 뿐인데 여기에 모듬짱아찌와 시골 느낌의 강된장을 더하니 이 단촐한 상차림 하나에 입이 호강하는 기분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제천의 역사와 뿌리가 살아 숨 쉬는 ’의림지‘를 찾아갔다. 학교수업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3대 저수지는 제천 의림지,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라고 배운다. 그중 의림지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논밭에 물 대는 기능이 살아 있는 저수지다.

“조선 시대 세종실록지에 의림지가 400결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면적으로 환산하면, 최대 772헥타르(ha). 즉, 조선 시대 의림지는 제천의 농경지 가운데 71%에 물을 공급한 셈이죠~” 의림지 역사박물관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은 뒤 의림지와 솔밭공원을 살펴봤다.

의림지 서쪽 작은 저수지에는 폭포와 분수가 있다. 산책로에서 아치 모양의 무지개다리에 올라서면 오른쪽에 넓은 의림지가 있고 왼쪽에 작은 저수지가 보인다. 솔밭공원을 따라 물이 내려가는 통로다. 무지개다리에서 100m즘 가면 깊은 협곡으로 물이 쏟아지는 용추폭포와 마주친다. 불투명한 유리 다리는 사람이 올라서면 아래가 훤히 보이게 투명해진다. 용추폭포를 통해 쏟아진 물은 하소천을 따라 8Km쯤 흐른다. 하소천 초입에 청전(靑田)들이 있는데 말 그대로 들에 가뭄 들 이유가 없었으니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의림지를 한 바퀴 산책하는 동안은 시원한 호수와 그 뒤를 장식하는 웅장한 산줄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호숫가를 경호하듯 늙은 소나무 사이에 서 있는 ’경호루‘, ’영호장‘정자들이 정겹다. 잘 생긴 소나무들과 수양버들이 호숫가를 수문장처럼 지키며 오리 때가 한가로이 노니는 의림지. 나의 관심은 의림지의 눈동자라 할 수 있는 순주섬에 깃든다. 어떻게 호수 한가운데 섬이 자리할까. 여러 학설이 많은데 천원지방 설에 근거하여 네모 난 의림지에 동그란 순주섬을 넣어서 음양의 조화를 맞췄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는다.

오후에 치러진 여자부 체급별 예선~4강 선발전에서 최석이 감독이 이끄는 거제시청선수단 소속 매화급(60Kg이하) 최다혜선수와 무궁화급(80Kc이하) 이다현선수가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승리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저녁 무렵 최 감독의 친구, 조득문씨가 “고된 훈련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체력보충이다.”라며 우리 선수단을 제천 우미관 숯불갈비집으로 안내한다. 다른 부위는 섞지 않고 오로지 돼지갈비 살만 수제로 만들어 항아리에 숙성시킨 돼지갈비를 맛보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26일, 아침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후 숙소 인근에 있는 메밀 칼국수집으로 향했다. 대표메뉴인 옹심이 메밀 칼국수를 주문했다. 들깨가루가 들어간 고소한 진한 육수가 메밀 칼국수와 제법 잘 어울렸다. 옹심이는 ’새알‘을 뜻하는 강원도 방언으로 감자를 갈아 물기를 짠 뒤 앙금으로 만든 재료로서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제천에서 우연히 발견한 숨어 있는 맛집 ’감자옹심이 메밀 칼국수‘. 한적한 시골에서 가정집과 같은 식당으로 향토 음식을 잘 구현해낸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씨름경기장으로 가는 도중에 시간이 조금 남이 ‘박달재’에 들렀다. 먼 시간 어느 한때 한번 갔던 곳이지만 노랫말 가사에 자주 등장하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새로 난 길을 마다하고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간 선비의 모습으로 옷깃을 가다듬었다. 지금은 넓은 길, 지름길이 생겼지만, 옛 박달재를 넘어 봉양으로 가는 멋은 바로 운치가 깃든 곳이다.

‘조선 중기 박달과 금봉의 슬픈 사랑 이야기’처럼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웃으면서 넘은 고개가 되어 희비가 쌍곡선을 이룬다. 또다시 박달재를 찾는다면 어떤 감정으로 표출해야 할까. 숙제로 미루고 숙연한 마음으로 하산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해 보니 이다현선수가 개인 통산 2번째 여자천하장사등극을 기념하여 커피를 실은 푸드트럭 1대를 보내 성원해주신 팬들과 대회 관계자분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여자씨름 최초로 전관왕을 차자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씨름 여제 이다현장사의 깜짝 선물로 눈길을 끌었다.

트럭에는 ’2023 천하장사 이다현이 쏜다’ ‘감독·선수·임직원분들, 무더위를 커피와 함께 싹~날리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씨름경기장에서는 처음 진행한 행사임에도 대회 관계자와 씨름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준결승~결승경기는 1시 55분에 시작됐다. 준결승에 진출한 거제시청 매화급 최다혜, 무궁화급 이다현 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선수, 감독 못지않게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들도 있다. 온갖 비난과 비판의 화살을 맞으며, 잘하면 소위 본전, 잘못하면 말 그대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심판’들이다. 그만큼 신경 써야 할 게 많다는 것이다. 심판의 신경은 늘 날카롭다. 거의 웃을 때가 없다. 공정해야 하는 샅바 싸움의 순간은 그래서 선수는 물론 코칭스테프 특히 심판들에게는 가장 긴장되고 예민한 시간인것이다.

매화급 (60Kg이하) 준결승전이다. 이날 주심을 맡은 박승범 심판은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그냥 호감이 가는 호남형 외모. 실력 있는 심판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홍 샅바 거제시청 최다혜와 청 싵바 괴산군청 김채오의 경기였는데 김채오의 들배지기와 안다리 연속공격을 밀어치기로 1-0 기선을 제압하고 결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한판이 남았다. 두 번째 판.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거제시청 최다혜는 김채오의 들배지기를 폭발 같은 되치기로 으라차차~ 사실상 승부는 이미 결정 났고 최다혜의 결승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어느 누가 봐도 긑 난 경기였다. 괴산군청 이광석 감독의 비디오 판독 요구가 뒤따랐으나 판정은 결국 박승범 주심의 원래 판정대로 최다혜 승리. 결승진출! 극적인 명장면을 연출한 최다혜는 ‘아쉽게도 결승에서 화성시청 이연우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최다혜의 악착같은 승부 근성은 모든 이에게 훌륭한 감동 그 자체였다. 다시 한번 감동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 1박 2일 제천 나들이는 천혜의 비경을 지닌 월악산국립공원을 감상할 수 있었고 제천 향토 음식인 ’옹심이 메밀칼국수와 감자전, ‘제천시락국’, ‘제천 찹쌀떡‘의 맛과 싱그러운 의림지 호수 향기를 맘껏 느껴봤으며 특히 올 시즌 중, 생애 첫 매화장사 등극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최다혜 선수의 멋진 경기 모습이 돋보여 보람찼다.

<글·사진: 손영민/ 거제의 삶..꿈...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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