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성취를 알리기 위해 독주회를 여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선연주회는 흔치 않다. 2일 오후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자선연주회를 연 ‘윤 에스더(26)’씨는 지난 1월 지진 참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티 국민들을 위해 연주회를 마련했다. 성금은 한국희망봉사단에 전달됐다. 거제와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플루트는 어떻게 배우게 됐을까. 연주에 앞서 지난 1일 윤씨를 만났다.

“10여년 전 장승포에서 거주했었어요. 부모님께서 선교사 생활을 하셨기에 장승포 염광교회 선교관에서 지냈더랬죠. 문화예술회관이 건립되던 중이었어요.”

윤씨는 크리스찬이다. 라틴아메리카 선교연구원 원장이자 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인 윤춘식 박사와 박세이 선교사의 딸이기도 하다. 부모와 함께 아르헨티나에서 지내기도 했다. 9살 소녀 시절, TV 프로그램의 관현악 공연을 보고 플루트의 매력에 빠지게 됐단다. 음악과는 이전부터 익숙했었다. 소녀 시절부터 피아노와 기타를 배우기도 했고 아르헨티나 교회에서 반주자 활동도 했다. 장승포에서 거주할 당시 문예회관 건립 풍경을 보고 그곳에서 연주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적도 있었다. 그 기대가 현실이 된 셈이다.

“아이티 재난은 현재진행형이랍니다. 지난 6월에서야 국민들 스스로 재건의 첫 삽을 떴는데요. 대통령궁을 비롯한 건물들은 방치되고 있구요. 전 세계의 관심이 절실하죠.”

어린 나이부터 지속한 신앙 생활이 지금의 이타심으로 이어진 것일까. 취미로 시작한 플루트 실력은 이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의대에 입학했던 윤씨는 크고 작은 콩쿨에서 입상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게 됐고 음악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2004년에는 이탈리아 음악협회 등에서 주최한 콩쿨에서 관악 플루트 부문 대상을 받아 이를 계기로 유럽으로 진출하게 됐단다. 스무살에 ‘프랑스 파리 국립음악원(CNR)’ 최고과정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한 윤씨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음악교수과정(CEFEDEM)에 합격, 화제가 됐다.

“언어가 걸림돌이었는데 3개월 동안 프랑스어에 매달렸어요. 파리국립음악원 입학생을 3명 뽑는데 지원자 55명이었습니다. 탈락했다면 미련을 접고 귀국했을 거예요.”

처음 사용한 플루트는 ‘동(銅) 플루트’였다. 금으로 만들어진 플루트를 상당수 유학생들이 쓰는데 반해 오로지 실력으로 과정을 거쳐왔다는 것이다. 부친인 윤 박사의 애정어린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했다. 우리나라 우화 중 하나인 ‘금도끼 은도끼’를 예로 들면서 정직하게 실력을 키우면 모든 것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격려가 잊을 수 없는 교훈이 됐단다. 성악을 전공한 모친도 윤씨의 든든한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 지금은 은도금이 된 플루트를 사용중이다. 후원자들의 정성으로 마련했는데 그 마음들이 고마워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윤씨는 특히 4개 외국어(불어, 라틴어, 영어, 스페인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코스모폴리탄이 아닐 수 없다.

“내년 3월에는 서울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아이티 국민들의 재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무너진 영혼이 하루 빨리 되살아나길 소망해요.”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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