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힘든 이웃을 돕고 싶은 ‘선한 마음’은 굴뚝이지만 정작 봉사에 참여하기란 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거제지역은 자원봉사활동이 활성화 돼 있고 봉사단체 수도 꽤 된다. 이들 봉사단체 중 고유한 특색을 지닌 단체가 있다. 조선사 협력회사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내협력사 중 하나인 ‘일선기업(대표 김용해)’의 ‘어울림 봉사회(회장 이호영)’가 주인공. 이들의 활동이 값진 까닭은 몇 가지 있다. 말하자면, 힘든 이웃을 돕기 위한 이들의 선한 마음이 갖가지 고충(?)을 압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직원 합심, 봉사회 일구다

일선기업은 지난 2008년 창립한 조선협력사. 협력사 직원들의 경우 회사별 차이가 있겠지만 비교적 업무 강도가 높고 이직도 잦은 게 현실. 이런 상황에서 일선기업은 이호영 반장의 주도와 김용해 대표의 공감, 직원들의 동참이 어우러져 2008년 7월 봉사회를 발족시켰다. 봉사에 참여하는 직원 수도 70여명에 이른다. 직원들 상당수가 다른 도시 출신으로 거제를 떠나 집으로 가야 할 휴일도 반납한 채 거제지역 봉사활동에 구슬땀을 흘린다.

이호영 반장의 주도가 있었지만 김용해 대표의 공감도 봉사회 발전에 한 몫을 했다. 언제나든든한 뒷심을 실어 봉사활동에 내실을 기하게 한다는 것. 어울림 봉사회는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위해 소매를 걷었다. 먼저 동부면 박모(86) 할머니와 살고 있는 손녀들을 찾아 후원을 시작했다. 소년소녀가장으로 힘겹게 지내는 이들 소녀가장을 위해 매달 30만원을, 성인이 될 때까지 전달하기로 한 것. 그렇게 시작된 봉사활동은 꾸준해졌다.

다른 봉사단과 공조를 하게 됐고 거제시자원봉사협의회와 연계해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다져갔다. 과외 학습을 받기 힘든 학생들을 위한 둔덕면 작은공부방에 책을 기증했고 책장도 만들어 선물했다. 장애인과 홀몸노인 등이 지내는 복지시설에 선풍기도 수십대씩 전달했다. 김용해 대표도 봉사 경비가 모자랄 경우 선뜻 후원금을 보탰다. 봉사회는 특히 추운 겨울에 주목했다. 소외이웃들의 겨울나기에 훈풍을 불어넣기로 한 것이다. 난방유 공급이었다.

그들의 이웃 돕기는 계속된다

어울림 봉사회는 조금씩 모아온 회비로 난방유 2000리터를 지난해 말 거제시자원봉사센터에 기증했다. 김용해 대표와 봉사회가 각각 1000리터씩 분담했다. 홀몸노인들의 집도 찾아다녔다. 집안 대청소는 물론이고 도배도 맡은데다 장판까지 말끔하게 바꿔줬다. 생활비도 별도로 전달했다. 알찬 봉사를 꾀하는 셈이다. 틈틈이 선풍기와 가스렌지, 밥솥 등 필수 생활용품도 마련해 지역사회 곳곳에 기증했다.


노인복지센터와 함께 홀몸노인들을 위한 ‘따뜻한 밥상’도 베풀었다. 봉사회는 노인복지센터가 홀몸노인들을 위해 시행하는 ‘밑반찬 배달’을 보조하기 위해 일정 부분 후원도 도맡고 있고 소년소녀가장들에 대한 생활비 지원도 두 세대로 늘려 매월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봉사회는 그간의 활동을 토대로 횟수와 범위를 점차 늘려간다는 각오다. 고되고 위험한 조선 현장의 땀방울은 거제지역사회의 소외이웃들을 위해서도 계속 흐를 것 같다.

봉사회는 만 2년 동안 금액으로만 2000여만원을 봉사활동에 썼다.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하고 연간 5~6회 이상의 봉사활동을 펴왔다. 봉사회를 이끌고 있는 이호영 반장은 “회원들이 동참을 잘 해주시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면서 “김용해 대표님께서도 늘 든든한 동반자가 돼 주시고 있어 봉사회 활동이 잘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거제지역 소외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더욱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이호영 반장 미니 인터뷰
“협력사 봉사단의 역할 모델 되길…”

봉사회 결성을 주도한 일선기업 이호영 반장(52)은 기자와 만나던 지난 15일 오후에도 현장에서 일을 하다 나온 탓에 이마에 땀이 배어나고 있었다. 어떻게 봉사회를 결성할 생각을 했던 것일까. 다음은 이호영 반장과 일문일답.

- 봉사회는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
“당초 다른 회사에서 10여년을 일하다 2008년 일선기업이 창립되면서 옮기게 됐다. 이전 회사에서도 봉사회를 꾸렸었다. 아직도 그 회사에 봉사회가 존속하고 있다. 여기(일선기업)서도 자연스럽게 봉사회를 꾸려보게 됐다. 우리 직원들이 공감해줘서 발족이 가능했다.”

- 봉사를 해야겠단 생각은 어떻게 품었나.
“홀로 외로이 지내시는 노인들을 보면서,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힘겹게 살아가는 소년소녀가장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들을 돕는데 나서보잔 생각이었다.”

- 협력사의 특성상 쉽지 않았을텐데.
“물론 협력사라는 게 외지 출신 직원들이 많고 이직도 비교적 잦다는 특성이 있다. 저도 본가가 천안이다. 거제에는 97년에 오게 됐다. 그래도 우리 직원들의 참여 의지는 높다. 휴일에 집에 가고 싶을텐데, 봉사활동이 계획된 휴일은 어김 없이 동참한다. 감사할 따름이다.”

- 봉사활동에 대한 소회가 있다면.
“첫 봉사를 했을 때 기분은.. 뿌듯함 그 자체였다.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던 그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회원들도 같은 마음일 듯 하다. 내년부터는 봉사횟수도 더 늘리고 방법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생각이다. 협력사 봉사단의 역할 모델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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