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발생한 거제지역에서는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이 유달리 강했다. 사진은 지난해 가을 신종플루가 창궐할 당시 백병원 복도.

중학교 2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는 아이가 기침을 자주하고 발열증세까지 보이자 최근 거제지역 종합병원을 찾았다.  

지난해 거제지역에서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나온데다 신종플루 감염확산으로 ‘국가위기단계’까지 갔던 기억을 떨쳐낼 수 없었던 탓이다.

확진검사를 의뢰했고 ‘신종플루(A/H1N1)’로 진단 받았다. 그런데도 입원을 할 수 없었다. 입원 병상이 부족했던 것이다. 다른 병원으로 갔지만 마찬가지였다. 며칠 후 다시 오란 말만 들었다.

아이는 계속 기침과 발열증세가 지속되고 있었다. ‘타미플루’를 구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병원에서 구할 수 없었고 약국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지인을 통해 모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겨우 전해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거제지역에서 신종플루 환자들이 서서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를 비롯한 보건당국의 관리는 느슨해져 있어 환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보건당국의 관리지침과 시민들의 체감지수가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거제시 보건소는 신종플루 환자 수는 물론이고 타미플루 보유량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보건소에 따르면 의료기관과 거제교육지원청 등에 신종플루와 관련한 조치사항을 담은 공문을 최근 보냈다. 개인위생수칙 등 권고를 담았고 신종플루를 ‘인플루엔자(계절독감)’란 용어로 바꿔 표현할 것을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준용해 당부했다. ‘환자전수 신고 및 보고나 강제격리치료 등은 정부 지침에 의거해 시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가위기단계까지 갔던 상황에서 점차 완화된데 따른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시민정서와 거리가 있는데다 정작 중증 환자로 의심되는 경우에도 타미플루 처방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된 학생 환자의 경우 지인을 통해 겨우 타미플루를 구할 수 있었을 정도로 의료기관의 인식이 해이해져 있다는 것.

모 종합병원 한 관계자는 “신종플루 여파가 가라앉으면서 보건당국에서도 계절독감으로 분류하다 보니 작년처럼 확진검사 등은 하지 않는다”면서 “문제는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하는 환자들이 확진을 받고 입원을 하려하면 일반환자와 분리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입원을 못 시키는 경우가 있다. 병원과 환자 서로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된다”고 전했다.

거제시 보건소의 대응도 소홀한 것으로 지적된다. 보건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내과와 소아과를 중심으로 3개 병원에서 신종플루 표본감시 체계를 세워두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환자 수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타미플루 보유량과 관련해서도 구체적 수량 대신 “중증 환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시민 윤모(43·고현동)씨는 “지난해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거제에서 나왔고 그 공포감은 가시지 않았는데도 불과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이나 약국을 포함해 보건소까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며 “정부 지침도 있겠지만 마냥 손 놓은 듯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인 환자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보건당국의 현실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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