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로 운영권이 KB자산운용 등에 매각 추진되자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사업비 실사 등 통행료 인하를 위한 거제시민들의 감사 요구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우건설 등 시공사들이 이른바 ‘먹튀’를 하려는 속셈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통행료 인하를 주도했던 김해연 도의원도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와 경남도의 매각 승인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범시민대책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거제경실련도 1인 시위 등 반발 기류에 가세하고 있다.

▲ 12일 김해연 도의원이 거가대교 거제 톨게이트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 주식처분 고시가 발단= GK해상도로(주)의 거가대교 운영권 매각 논란은 (주)대우건설 등 민간투자사업자가 지난해 12월9일 사내 공시를 통해 주식처분 결정 고시를 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지난 6일 KB자산운용이 KB국민은행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7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 거가대교 건설 특수목적법인 GK해상도로(주)의 지분을 인수키로 약정을 체결했다고 공시하면서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

김해연 도의원 등 매각 반대측은 (주)대우건설 등이 공사비 부풀리기를 통해 시공이익을 챙겨 ‘먹튀’를 시도하는 만큼 주무기관인 경남도와 부산시가 운영권 매각 승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경남도는 거가대교 운영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자금재조달(금융조건 완화, 자본감자 등)을 하게 되면 추가로 통행료와 최소운영수입보장률(MRG)을 낮추는 기대효과가 있다며 승인을 해주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 시공사 건설비 구성은= 거가대로 건설에 투입된 민간자본은 약 2조23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건설비는 (주)대우건설을 비롯한 8개 회사가 출자해 특수목적법인으로 설립한 GK해상도로(주)의 자본금 4300억원(액면가 5000원·8600만주)과 산업은행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1조4000억원으로 조달됐다. 8개 회사는 하도급 등을 통해 출자 지분만큼씩 공사비를 이미 받았고, 향후 전문 운영사에 출자 지분을 팔고 발을 빼려는 양상이다.

PF를 통한 1조4000억원의 차입금 상환은 향후 거가대교 운영수입으로 최장 15년에 걸쳐 진행하게 된다. PF 기준금리는 7.25%(KDI 제시)이며, 장기와 단기자금으로 구분돼 상환금리는 6.8%~8.6%로 이뤄져 있다.

◇ 매각 차단 가능성 있나= 기획재정부가 고시한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따르면 거가대교 출자 지분의 5% 이상 변경이 있을 경우 주무관청(경남도·부산시)은 이에 대한 승인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다만 △출자자 변경으로 인해 사업시행자의 재무상태 또는 신용도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출자자 변경 이후 완공 또는 시설물의 관리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기타 사회공익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승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남도나 부산시가 KB자산운용과 GK해상도로(주) 출자자 간 지분 양수도 계약을 원천차단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다만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공유이익을 두고 통행료나 MRG 추가 인하를 압박할 수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거가대교

◇ 매각 후 공유이익은 = 운영권 매각 이후 발생하는 공유이익은 자본감자나 금융조건오나화 등의 효과로 유발된다는 게 경남도의 분석이다. 경남도는 KB자산운용으로 운영권이 넘어갈 경우, PF 기준금리를 6%대로 낮춰 공유이익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MRG를 현행 77.55%에서 75%대로 낮추거나 승용차 기준 1만원인 통행료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요인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김창호 경남도 도로과장은 “거가대교 운영권 매각은 주무관청 및 GK해상도로(주) 대주단 사전 승인 전제조건이 있다”면서 “향후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도민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매각 승인을 시사했다.

◇ ‘먹튀 안된다’ 반발 거세 = 김해연 도의원을 비롯해 거가대교개통대비 범시민대책위는 대우건설 등 8개 시공사가 공사비 부풀리기를 통해 폭리를 취한 정황이 분명하다며 운영권 매각 승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총사업비 실사를 통한 통행료와 MRG(최소운영수입보장율) 재산정을 위한 감사원 감사를 재차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과다 계상된 거가대교 공사비 1조773억원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불법으로 진행되고 있는 운영권 매각에 대해서도 승인해선 안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범시민대책위도 나섰다. 12일 오후부터 거가대로 대금휴게소에서 1인시위를 펴는 등 운영권 매각의 불법성을 강변하고 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10일 국민감사를 청구한 박동철 거가대교 범시민대책위 공동대표와 김해연 도의원 등을 불러 청구사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감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주목된다.

▲  12일 거가대교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거제대금휴게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거가대교 운영권 매각 불허'와 '거가대교 건설비에 대한 실사'를 촉구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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