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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서의 감동김형석 / 前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전쟁을 복잡한 정치적 사건으로 보지 않고 역사상 최대의 인간비극으로 본 고대 역사가 투기디데스가 통탄할, ‘킬링필드’라는 야만과 광기의 현대사를 지닌 크메르 민족에게 ‘앙코르와트’를 선물한 신의 뜻은 무엇일까?”

관광도시로 유명한 남해안 지역의 문화재단에 근무할 때 ‘미술관에서 만나는 세계문화유산’ 전시회를 위해 소설가, 화가들과 캄보디아로 예술기행을 떠났을 때 일이다.

   
▲ 타프롬 사원에서 스케치 중인 화가들

태국 국경에서 열대의 무더위, 비포장 길, 지뢰 표시판 등 과거로의 여행 같은 고생 끝에 도착한 씨엠립의 앙코르와트 사원 입구는 세계 각국 관광객들과 기념품 장사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원 달러!”를 외치며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소년에게서 앙코르와트 사원이 인쇄된 티셔츠 한 장을 사서 나무 그늘에 쉬고 있는데 한 화가가 물었다.

“얼마 주고 샀어요?”
“원 달러.”
“뭐요! 난 35달러 주고 샀는데!”
“바가지를 썼군요. 여긴 한해 국민소득(GNP)이 500달러가 안 되는 세계 최빈국이라 1달러의 가치가 상당해요.”
“이 무더위에 젊은 여인이 한쪽 팔로 더위에 지친 젖먹이를 안고 한쪽 팔로는 티셔츠 물건 뭉치를 끌어안고 다니며 힘겹게 팔기에 가여워서 샀더니...”

낭패한 표정의 화가에게 사기를 당했다느니, 유적에 대한 감동으로 적선했다 생각해라느니, 35배나 비싸게 샀으니 찾아가 혼찌검을 내주라느니, 이 뙤약볕에 꽤 먼 거리인 그곳을 찾아가봐야 노점상인 그녀를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참으라는 등 일행의 참견이 한참 되었을 때이다.

   
▲ 앙코르왓 사원의 관광객들

우리의 훈수가 캄보디아 노점상들의 야박한 인심에 대한 개탄에서 비행기를 타고 대한민국 관광지의 바가지 상혼으로 옮겨왔을 즈음, 아이를 들쳐 메고 땀으로 범벅이 된 아낙네의 반가워하는 눈빛이 일행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만다행이라는 표정의 그녀 손에는 34달러가 들려 있었다. 어수선한 틈에 물건을 팔긴 팔았는데 아무리 셈을 해봐도 돈을 터무니없이 많이 받은 것 같아 되돌려 주려고 뒤쫓아 나선 길이라는 것이다. 가이드의 통역을 들으며 일행 모두는 감동했다.

유적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신비스런 폐허를 돌아보는 내내 우리는 그녀의 선행을 이야기했다. 캄보디아 공무원 월급이 100달러도 안 되던 때라 그 힘겨운 가난 속에서 순수함을 잃지 않은 마음씨는 감동이었다. 한편으론 부끄러운 10여 명의 이방인은 의논 끝에 출구로 나가는 길에 그녀를 다시 찾아 기념품을 하나씩 더 사주자고 결의하였다. 아름다운 마음씨에 작은 답례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관광 후, 그곳으로 다시 찾아갔으나 그녀를 만날 수가 없었다. 장사를 마쳤는지, 다른 곳에 물건을 팔러 갔는지 그녀의 종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34불을 돌려주었으니 사원 출구는 하나뿐이고 기다리고 있으면 선행에 대한 보답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조차도 하지 않았는지?

   
▲ 톤레샵 호수의 캄보디아 소년들

도시라는 휴머니즘의 폐허 속에서 우리는 반대급부에 익숙해져 있다. 속세에 찌들대로 찌든 나의 어리석은 삶에 그녀의 ‘단순한 계산법’은 앙코르와트 유적군에게 보낸 감탄사보다 큰 감탄사를 준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돌아와 세속적으로 ‘문화적 목적’이란 저열한 명분으로 사는 나와 기본적 생존을 위해 사는 그녀의 행복지수를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정글의 약육강식, 물질적 풍요 속의 탐욕과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이 공존하는 문명의 도시인들이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다는 씨엠립. 오래전 추억 속의 그녀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다시 일깨워준 그 순박한 눈빛을 아직도 지키며 살까? 파괴된 내 은신처 위에 쓴 희망의 이름, 이향의 풍경 속에서 만난 연꽃 같은 눈매를 가진 인연을 다시 찾고 싶은 동토(凍土)의 계절이다, 대한민국은.

   
▲ 바이욘 사원에서 김형석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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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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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신중 2011-02-08 10:24:31

    익명에 숨어서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ㅉㅉ
    왜 뜸금없이 김시장님을 거들먹거리나?
    턱없이 낮은 박봉으로 객지생활 한 것도 억욱한데
    물에 빠진 놈 건져주니 보따리 타령이라더니.
    정치판에서 더러운 것만 배워가지고...누구 밑에서 어떤 짓거리 하던 놈인지 짐작은 가네.
    어떤 놈이 더 구린지 한번 붙어보자, 18X아!   삭제

    • 디셈버 2011-02-07 17:50:15

      그대의 썩은 동아줄 김한겸시장도 최근에 착용한 은팔찌를 아시나요?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그동안 해드신거 문제 곧 생길 것 같은데 참 뻔번도 하시와요.
      참 그러고 보니 해외내요. 이미 피신중이신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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