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高 일군 산 증인, 36년여 교육발전 헌신
학교기업 성과 등 ‘전문계高 역할모델’ 정립 공로

거제공업고등학교는 인문고교가 부럽지 않다. 취업 연계가 잘 되는 학교로 각광받으면서 입학 경쟁률도 부쩍 높아졌다. 십수년전만 해도 성적이 비교적 낮은 학생들만 가는 실업고교로 인식되던 학교였다. 그런 거제공고가 이제는 정부와 대기업에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명문학교로 탈바꿈했다. 물론 교직원들의 열정과 헌신이 밑바탕이 됐을터다. 특히 진재곤 교장을 빼놓고 거제공고의 현재를 논할 수 없다. 진 교장의 리더십이 오늘의 거제공고를 있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란 평가가 많다. 17일 퇴임하는 진 교장을 만났다. 섭섭하지 않느냐 물었다.

“아닙니다. 여러 분들이 그러시더군요. 허전하실 것 같다, 섭섭하지 않으시냐고 말입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잘 이뤄놓고 가는데요. 떠나지만, 후련하고 영예롭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있음에도 진 교장의 눈빛은 특유의 뚝심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했다. 진 교장을 수식하는 타이틀은 한 둘이 아니다. 전국 최초로 지난 2005년 실시된 ‘교장 공모제’를 거쳐 선임된 ‘공모 1호 교장’, 삼성중공업의 실질적 지원을 이끌어 낸 교장, 학교기업(거공테크) 최우수 사업체 선정을 주도한 교장, ‘마이스터고’ 선정에 이어 ‘대표적 마이스터고’로 전국 전문계고교들로부터 호평받기까지, 지난 2004년 9월 1일 거제공고 부임 이후 고군분투 끝에 달성한 굵직한 성과들이다. 명암은 있기 마련, 울고 싶을 때도 많았단다.

“쉽지 않았지요. 부임하던 때가 학교 건물을 지금의 부지(고현종합운동장 위편)로 옮기려던 시기였어요. 이전을 두고 논란도 있었고.. 부임 초기부터 난제가 적잖았더랬습니다.”

진 교장이 부임한 시기가 ‘학교기업’이 설립된 초기였다. ‘거공테크’로 이름 붙여진 학교기업은 하나의 사업체였다. 사업체인 만큼 매출 발생도 필수였다. 진 교장은 거공테크의 실적이 곧 학교발전의 토대가 될 것으로 판단했단다. 물량을 어떻게 확보했을까. 학교 이전이 진행되던 시점에서 신축 건물에 ‘배전반(配電盤)’작업이 한창인 걸 주목했다. 배전반을 거공테크에서 만드는 게 도교육청 예산절감 효과와 학교기업 성과로 직결된다는 점을 당시 고영진 교육감에게 설파했다. 건의는 도내 각급학교의 주문 쇄도로 이어졌다. 중앙 냉난방기 시설도 생산을 도맡았다. 한 해 12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까지 총 매출이 39억원.

“산학(産學) 연계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 고민했지요. 당시 삼성중공업 김징완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해 숱하게 노크했습니다. 김 대표께서 지원을 약속해주셨죠.”

이후 산학협력관(특수용접실) 설치를 도맡은 삼성중공업은 해마다 1000만원 상당의 학생 실습기자재와 산학겸임교사를 지원하고 있다. 우수졸업생들은 한 해 10여명씩 삼성중공업에 특채되는 성과도 얻었다. 당시 김징완 대표에게, 삼성중공업 직원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단다. 2008년 마이스터고 선정 과정에선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한다. 이미 마이스터고로 손색 없던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도 거제공고를 손꼽았다고. 전국 마이스터고 교장들이 참석한 자리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친밀한 치하도 받았다고 회고했다.

“교직원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밝은 빛을 비춰져야 그림자도 투명하단 말이 있지요.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 열정을 쏟으면 분명한 성과가 있을겁니다.”

참된 교육자로 ‘사도대상’을 지난해 받기도 했던 진 교장은 1976년 교편을 잡은 이래 거제여고, 거제공고 교사, 거제교육청 장학사, 거제제일고 교장을 앞서 지냈고 거제공고에서만 10년여를 보냈다. 인생 2모작은 그간 마련해 둔 농장에서 자연을 벗삼아 보내고 싶단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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