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복합도시’인 거제는 지난 1995년 옛 장승포시와 거제군이 통합되면서 거제시로 거듭났다. 시 청사가 고현동(옛 신현읍)으로 이전된 것을 계기로 정치, 경제 등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신현지역 집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인구 또한 폭증했다. 반면 대다수 면·동은 전보다 인구가 줄어들거나 정체돼 사회 불균형이 심화되는 실정. 이들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과 내제된 불만 등 후유증도 만만찮다. 이 같은 ‘신현 집중화’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어 하루빨리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내년 총선 예비주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들은 너나없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정 지역 과밀화는 전체의 화합을 해치는데다 지속적인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총선 예비주자들의 공통된 생각. 소외 지역을 배려한 도시계획 등 실질적인 균형발전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박종식 전 수협중앙회장은 이러한 신현 집중화의 원인을 ‘리더’들의 인식 부족에서 찾았다. 그동안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들이 도시와 농어촌을 통합하는 공간계획에 소홀했다는 것. 도심권 표심만을 겨냥한 ‘선심행정’이 남발돼 지금의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게 박 전 회장의 진단이다.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그는 현재 거제시가 계획하고 있는 종합행정타운을 옥포고개 일대에 유치해 신현, 옥포, 장승포의 연담도시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후된 서부거제 발전을 위한 △상동~거제 간 터널 착공 △서부권 일대 차세대산업(IT산업) 유치 등도 제안했다.

윤영 국회의원 역시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상당수 면·동의 불만을 풀어내기 위해선 터널, 도로 등 교통망 확충과 지역별·권역별 특화전략을 세워 주민 소득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기초생활권 균형발전과 복지 향상을 위한 지방상수도 확장사업, 하수종말처리장, 굴곡도로 개량 및 교통 서비스 개선 등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거제시를 5개 권역으로 나눠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복합도시로 건설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상현 전 민노당 대변인의 견해다. 이 전 대변인은 민관 합동의 ‘(가칭)미래거제100인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구성해 장기적인 거제발전전략을 마련한 뒤 이를 바탕으로 도시 인프라 구축과 각 권역의 특색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 장승포 옥포 지세포 권역은 ‘해양 항만 도시’, 연초 하청 장목 권역은 ‘전원 휴양 도시’, 동부 남부 일운 일부 권역은 ‘해양 관광 도시’, 거제 둔덕 사등은 ‘역사 문화 도시’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진성진 변호사는 기존 도심을 벗어난 새로운 주거지역(베드타운) 조성과 면지역 정주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장승포지역은 재개발해 해양관광 중심항만으로 지세포, 외도, 해금강은 관광특구지정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특히 장기적인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은 면지역 정주환경을 도심지보다 더 뛰어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면지역 정주환경이 쾌적하고 교통도 편리하면 자연스레 인구분산과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진 변호사의 논리다. 면지역 교육환경의 혁신적인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한주 변호사는 도시계획 부재를 신현지역 집중화의 주범으로 꼽았다. 때문에 이미 계획된 터미널 이전 등 대책을 서둘러 시행하고, 신현지역에 대단지 주택건설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활성화 및 교육 등 인프라 구축이 동반된 농어촌지역의 정주요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게 그의 복안. 면지역에 대한 보육, 육아 등 복지혜택의 대폭적인 지원도 제안했다. 또 일운, 구 장승포시 지역, 장목 등에 수산물 유통단지 등 관련 사업의 지원과 전통 5일장 활성화, 동남부지역 케이블카 설치, 사등지역 취도 관광단지화 등 새로운 성장을 위한 사업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김한표 전 거제경찰서장은 소외지역의 접근성 개선에 주목했다. 거제 남북 간 도로망 확충, 터널 시공 등 우선 접근성을 높여야 원도심 인구분산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거다. 더불어 산업단지 등의 농어촌 입지 선정, 맞춤형 관광단지화 등 농어촌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전 서장은 특히 인구수에 의한 지원정책이 아닌 혐오시설 등 님비현상 등에 따른 소외지역의 형평성 있는 발전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교통 인프라 확충에 이은 새로운 주거지 조성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신현지역을 벗어난 곳에 크고 작은 ‘베드타운’을 만들어 인구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 외곽에 살고 있어도 도심을 드나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관련 인프라가 마련돼야 인구 이동을 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행정의 중장기적 도시계획 수정과 소외감을 느끼는 면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복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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