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 꿈나무 요람 ‘명정음악학원’ 김명정·이양주氏

주입식 교육 지양, 올바른 체험 선행 강조
가족적 분위기 속 ‘대안학교’로 평가받기도

입시에 내몰리는 요즘 아이들은 쉴 틈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목표가 분명히 서 있는 학생이라 해도 지칠 때가 있을 터다. 입시 과열로 인한 우려는 교육계 전반에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탓에 공교육에서도 균형을 갖춘 교육을 지향하는 분위기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입시학원이 번창하고, 여전히 학원들을 순회하는 아이들이 적잖은 현실에서 녹록치만은 않은 일이다. 어느 작은 음악학원이 돋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이 학원은 어느덧 ‘대안학교’로 불리기까지 한다. 이 학원 출신들은 전국대회에서 최고 실력을 선보이고 명문학교에도 줄줄이 입학한다. 일개 학원이 어떻게 이런 평가와 성과를 얻게 된 걸까.

“인간미를 키워주는 교육이 우선시돼야 합니다. 학원 수익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게 먼저지요. 거제도의 인재를 발굴시킨다는데 보람이 큽니다. 씨앗들이 결실을 내는 것 같아요.”

김명정 원장의 부인이기도 한 이양주씨의 얘기다. 이씨는 정가(正歌)의 한 계통인 시조창 명인으로 알려져 있다. 거제박물관대학 강의도 꾸준히 맡고 있다. 김명정 원장은 피아니스트다. 김 원장은 거제에서 열리는 ‘연꽃음악회’ 연출과 연주도 해왔다.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학원에선 수강생들이 ‘예절’부터 익힌다. 예의범절부터 제대로 익혀야 수강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원장의 쩌렁쩌렁한 호통소리도 적잖단다. 애정어린 호통이었으니 어린 소녀가 아가씨 나이가 될 때까지 학원을 다녔으리라.

“아이들이 학교수업에 입시학원까지 마치고 오면 지치게 되지요. 지쳐서 온들 무슨 흥미가 있겠습니까. 입시학원은 나중에 가고 우리 학원부터 먼저 들르길 당부하곤 하지요.”

김 원장은 소신이 뚜렷해 보였다. 이를테면 그랬다. 지식 주입 보단 인성을 제대로 갖추는 게 기본이란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당부한단다. 거제를 떠나 공부를 하더라도 고향 거제를 잊지 말길, 천혜의 푸른바다를 기억하라는 것이다. 애향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참된 인간부터 돼야 한다는 김 원장의 철학이 지속되다 보니 이 학원에서 수강하는 아이들의 ‘체류 시간’은 비교적 긴 편이다. 2~3시간은 보통이다. 이 같은 교수법을 지향하면서 아이들의 집중력과 순발력도 꽤 높다고 자부한다.

“아이들이 우스개로 그러곤 합니다. 학원에서 ‘도를 닦는다’고 말입니다. 어찌보면 저희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아 보이겠죠. 그래서 외롭기도 합니다만, 어쩝니까. 생겨먹은대로 살아야지요.”

너털웃음을 짓는 김 원장은 그래도 자신의 철학을 고수할 것만 같다. 연륜이 쌓인 때문에 아이들을 보면 가능성을 금세 깨닫는단다. 인성을 제대로 갖출 아이인지, 아닌지를 말이다. 어떻든 김 원장 부부의 노하우는 성공의 범주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학원을 거쳐간 아이들이 수년째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안학교’로 평가받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이들 부부의 실력도 만만찮다. 지난 90년 한국최초의 동서양 음악이 만나는 퓨전 작품 ‘태극’에서 이양주씨는 시조창을, 김 원장은 피아노를 연주해 주목받기도 했다. 동서양 음악의 조화를 꾀해 우리 고유의 것을 깨닫게 하자는 게 이들의 지론.

“교육은 단순히 지식주입에 그칠 게 아니라, 올바른 체험을 선행시키고 올바른 인간성을 갖추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학원도 학원이지만, 거제의 아름다운 환경이 아이들의 재능을 발산시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단 생각입니다. 계속 잘 해내가야지요.”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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