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첫 합병농협이 되버린 ‘동남부농협’은 남부농협 조합원의 일방적인 희생과 손실만 유발한 채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는 것일까. 농협중앙회 거제시지부의 동남부농협 합병과 관련한 보도가 지역언론에 나온 이후, 당초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해왔던 남부농협 조합원 박윤석씨가 지역언론 기자들과 만나 두 농협 합병과정의 부조리를 재차 성토하고 나섰다.

▲ 남부농협 조합원이자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윤석씨가 두 농협의 지난해 결산서를 보이고 있다

박씨는 18일 낮 지역언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제 첫 합병농협’이란 이면에 가려진 부조리한 행태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합병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기각에 따른 항소 계획도 밝혔다. 박씨는 두 농협 합병 추진 초창기부터 남부농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합병 부당성을 주장해왔다. 남부조합원들에게도 일일이 서신을 보내 호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두 농협의 결산자료 등을 차곡차곡 입수해 온 박씨는 이번 합병이 ‘졸속’이었다고 주장한다. 조합원들에게 낱낱이 공개돼야 할 추진과정이 ‘밀실협의’로 일관됐고 더군다나 남부농협 조합원들에게 손실만 끼친 채 합병돼 버렸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 결산자료를 근거로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

“자산규모가 18억여원인 남부농협은 당기순이익이 5300여만원이었다. 동부농협은 결손금액이 4억600여만원에 달한다. 두 농협 합병으로 남부조합원 자산은 줄어든데 반해 동부조합원 자산만 늘어나는 격이다. 이런 합병이 과연 합리적인가? 합병을 위한 억지 합병이 아니고 뭔가?”

▲ 박 위원장은 합병농협에 대한 '인센티브 70억원'에 대한 자료도 확보해 인센티브의 허점을 꼬집었다

박씨는 특히 농협중앙회가 ‘당근’으로 내세우는 합병농협 인센티브 70억원도 실상은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70억원이란 돈이 두 농협에게 오롯이 지급되는 게 아니라, 농협중앙회에 70억원을 예치해 그 이자수익을 6년 동안만 지원하는 것으로 원금 역시 상환해야 하는데다 13억여원의 이자수익 대부분은 동부농협 결손금(윤모 전무에 대한 배상금 등) 처리에 쓰게 돼 2~3억원 밖에 남지 않는 실정이어서 조합원들의 실익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 박윤석씨

박씨는 “지난 14일 합병 등기 이후 동부조합원들은 표정관리하기 바쁘다. 반면, 남부조합원은 억울해하며 분노하고 있다”면서 “중앙회는 합병 과정에서 농협합병촉진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남부조합원의 탈퇴가 간간이 진행되고 있고 일부는 관망하는 눈치”라며 “일부 청년층은 한탄하면서 남부조합 간부들을 원망하며 향후 상당한 불편과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농협중앙회 합병전담팀은 이번처럼 조합원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합병의 시너지효과만을 선전하지 말라”면서 “조합원 수가 1000명 이하인 남부농협은 특별도서법에 따라 설립돼 부실조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검증도 없이 합병을 추진한 처사는 앞으로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과 제도의 틀에서 투명하고 당당하게 업무를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박씨와 뜻을 같이하는 조합원들은 지난해 9월 남부농협에서 집회를 갖는 등 명확한 추진을 촉구했었다.

이들은 합병 이후 남부 측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동부농협의 잘못에 따른 배상금 명목으로 쓰이는 건 순리에 맞지 않다며 부실 조합으로의 흡수를 우려해왔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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