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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파도의 속삼임을 듣는다개발이 멈춘 길 위에서 ‘이목댐 둘레길’

   

거제도에 아름다운 마을 하나 있다.
그러나 인적이 드물다.
한적한 찻길에 앉아 쑥과 머위를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줌마, 여기 자주 오십니까?”
“별로 안 옵니다.”
“이 마을 경치가 아름답잖아요.”
“끝내주죠. 근데 옆에 공동묘지가 있어서 사람들이 안와요.”

고현에서 옥포 가는 길에 연초면 송정초등학교 방향으로 좌회전 해보자. 초등학교가 나오고 공동묘지를 지나서 이남마을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차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좌우에 산이 있고 그 사이에 계단식 논이 이목저수지를 향해 흐르고 있다. 아, 이목저수지를 철조망 없이 볼 수 있다니, 매우 감격스럽다. 거제도에 이 길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목댐은 공업용수와 배후도시의 식수 공급을 위해 1979년 만들어졌다. 저수 면적은 22만평, 저수량은 470만 톤이며 매일 1만 6천 톤의 용수를 공급한다. 현재 상수원 보호를 위해 이목댐 둘레 대부분이 철조망으로 막혀있다. 말 그대로 대부분이다. 지금 철조망이 없는 그곳으로 간다.

   

이남마을의 입구, 큰 나무아래 차를 세우고 저수지를 향해 걸었다. 이 경사로를 따라 물이 흘러 저수지에 집수된다. 물이 풍부한 곳이라 곳곳에 갈대가 무리지어 있다. 얼마 안 가 포장되지 않은 오솔길이 나왔다. 녹이 슨 출입문이 활짝 열려있다. 좌측에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 금지하는 몇 가지 행위를 안내한 표지판이 서있다. 재차 강조해 말하건대 이곳 이목댐은 거제시민의 식수를 공급하는 곳이므로 안내판의 지시를 꼭 따라야 한다. 오솔길을 내려갔다. 사시사철 푸른 것이 소나무만은 아니다. 울창한 대나무 담이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드넓은 습지에 바싹 마른 갈대와 이름 모를 잡초가 한데 엉켜있다. 고목나무의 메마른 가지가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향해 뻗쳐 있었다. 물까지 한걸음 남겨둬서야 호수파도의 잔잔한 음성이 들렸다. 귀에 신경을 집중하자 파도는 더 가까이 오라는 듯 더 조용히 속삭였다. 찰랑찰랑, 잘바당잘바당... 이 아름다운 소리를 표현할 의성어를 알지 못한다. 오직 직접 가봐야 파도의 속삭임을 왜곡 없이 들을 수 있다. 저 멀리 이목댐이 보였다. 저수지는 물이 차면 댐에서 물을 흘려보내 그 수위를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 푸르고 맑은 물 아래에는 이목마을이 잠겨있다. 거제시민의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아름다운 마을 하나가 희생했다. 지금은 몇 가구만 남아 이목마을의 명목을 이어가고 있다. 호수 맞은편에 그 마을이 보인다.

   

이남마을에서 나와 이목마을로 넘어갔다. 저수지 변두리를 따라 이어진 길을 걸으며 황금으로 반짝이는 이목저수지를 감상했다. 매화꽃에 둘러싸인 빨간 지붕 집을 만났다. 주인 할머니가 밭에 앉아 마른 나뭇가지를 꺾고 계셨다. 할머니의 성은 옥가이며 연세가 아흔이 넘으셨다. 할머니의 인자한 웃음과 매화가 매우 잘 어울려 사진촬영을 부탁드렸다.

이목리는 젊은 사람은 없고 옥 할머니처럼 고령의 노인들만 몇몇 남아 생활하고 있다. 집들은 모두 낡아 겨울에는 얼음장같이 차가운데 시청은 상수원 보호라는 구실아래 생활지원은 고사하고 경로당조차 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외지사람들이 저수지에 텐트를 치고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부조리하다.

   

한 시인이 ‘길’은 ‘왕래’라고 했다. 오고 가는 것이 반복되어야 풀이 뽑히고 땅이 평평해진다. 가다가 멈추면 집이 생기고 마을이 생긴다. 묘지를 넘어 이목저수지로 가보자. 그 길에 아름다운 마을 하나 있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 물어보자. 이목마을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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