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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희망서영천 /거제경찰서 지능범죄 수사팀장

   
▲ 서영천
오늘 아침도 역시 조용하다.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자연마을이 띄엄 띄엄 병풍처럼 둘러싼 작은 소나무 동산과, 아파트 단지 옆 제방(堤防)을 끼고 있는 개울은 이제 적막하다. 맨살을 드러낸 개울바닥을 분주히 헤집고 다니던 청둥오리 가족도, 새벽 이슬을 털어내듯 힘찬 날개 짓으로 단잠을 깨우던 쇠백로 부부도, 이른 아침부터 끊임없이 지저귀던 이름모를 새들도 모두 온데 간데 없다.

소나무 동산 덤불속에 살던 노루가족도 안 보인지 꽤 되었다.지난 여름 저녁산책길에 제법 몸집 큰 놈이 앙증맞은 새끼와 함께 수풀속에서 갑자기 뛰어 나오는 통에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간혹 비오는 날 갈대밭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나 새벽녘 애절하게 우는 소리를 잠결에 들으면서 그들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 새로 조성된 신시가지 끝자락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작은 소나무 동산과 그 아래 제법 넓게 이어진 갈대밭, 뚝방을 끼고 흐르는 개천은 도심속 유일한 생명의 상징이었다. 어쨌든 다들 별 탈없이 더 넓고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지난 가을 초입부터 이곳 사정은 더 나빠졌다. 개울 건너편에 대형아파트가 들어 설 모양이다. 어느 날 회색 가림막이 갈대밭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쳐 지더니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몇동의 현장건물이 뚝딱 들어섰다. 그때부터 온 종일 중장비의 굉음으로 요란하다. 늘 여유롭게 열어 두었던 창문도 이제 꼭꼭 닫았다. 먼저 새소리가 멎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공사장 지하수 굴착 때문인지 개울바닥도 점점 마르고 물고기도 보이지 않는다. 뚝방길을 따라 한가롭게 피어있던 코스모스도 금새 시들어 버렸다. 며칠전부터 소나무 동산도 반쯤 허리가 잘려 나가고 겨우 몇그루만 남았다. 눈에 띄는 곳곳이 온통 찢겨 나가고 벌 건 맨살을 드러낸채 생기를 잃어 버렸다. 한 두달 전까지 정겨웠던 집 주변이 황량해졌다. 몰래 간직하던 자그마한 즐거움을 마치 누군가에게 빼앗겨 버린 기분이다. 어쩌면 내가 살고있는 이곳도 처음엔 그러했으리라. 온갖 생물이 숨쉬던 산과 들을 마구 파헤치고 논밭을 뒤엎어 엄청난 량의 콘크리트를 부은 다음 회색의 이 아파트를 지었겠지. 말 못하는 미물들에게 인간은 너나없이 그저 생태계의 교란자요 파괴자에 불과할 뿐이다.

개발과 환경보존은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영원한 딜레마다. 자연을 보존할려면 개발 안하면 되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집에 앉아서는 환경보존을 말하지만 당장 길을 나서 차가 막히면 도로를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집이나 공장을 지으려면 땅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자연을 훼손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어쩔수없이 자연을 훼손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고 개발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요즘 갑자기 '녹색성장'이라는 용어가 환경의 트렌드가 된 듯하다. 단순히 환경보호나 에너지 절감 차원을 넘어 자연친화적인 인간 삶의 질을 높이자는 의미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녹색'과 '성장'은 근본적으로 양립하기 힘든 개념이다. 지금처럼 계속 성장을 거듭하는 한, '녹색'은 유지되기 어렵다. 이미 인류가 파괴한 생태계와 쏟아낸 오염물질은 '녹색'의 위험수위에 가까워 졌다. 차라리 녹색(자연생태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성장"을 어느 정도 조절하는 게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나서서 "저탄소 녹생성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민적 확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실천의지나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4대강 사업과 연결시켜 그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일찍 눈 뜬 유럽등 선진국에서는 정치권이 먼저 녹색정치에 모범을 보이고 국민들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우리 정치인들은 여야를 가릴것 없이 늘 경제만큼은 반드시 살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는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불신을 앞세워 한쪽은 아주 사생결단으로 나서고, 그 반대쪽은 무슨일이 있어도 개발의 불가피성을 힘으로 밀어 붙일 기세다. 허구한날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세종시가 어쩌니, 4대강 사업이 저쩌니 타령에 목숨 건 듯 하다. 4대강 유역 주변에 살지 않거나 세종시와 먼 곳에 사는 국민들은 영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녹색생활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고 곧 미래이다. 소모적 정쟁은 제발 그만 집어치우고 효과적인 녹색성장과 실천적 환경개발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 하천정비가 비교적 잘 된 곳으로 평가받는 고현천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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