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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영 리더십을 기다리며김형석 /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 김형석

부의 양극화 심화와 ‘복지논쟁’으로 첨예한 2011년 초여름, 해운대 모래축제 조각작품들을 감상하다 몇 년 전의 ‘낭비’를 주제로 한 부산비엔날레를 떠올렸다. 실용만 강조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예술을 통해 역발상으로 비판적 성찰을 시도, 신선한 컨셉트를 실행했던 국제미술전이었다.

‘낭비(EXPENDITURE)’는 철학자 조르쥬바 타이유(Georges Bataille) 사상의 주요 개념으로서, 단순히 일상적 의미의 소비문화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와 문화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철학적 개념이란다. 이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모든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 질서와 가치, 상징들이 항상 과잉되게 생산되고 있으며, 이들을 무목적적, 비생산적으로 ‘낭비’해서 해체해 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적 측면의 생산과 소비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일침을 가하는 창의적 예술가들의 화려한 반란을 즐거이 감상했었다.

   
▲ 2008 부산비엔날레 중 광안리 바다미술제

“사랑하는 어린 아들, 딸이 영양가 높은 식단보다는 단 것을 좋아해 사탕만 찾는다면 부모는? 아이들이 당뇨병에 걸리더라도 잘 팔리는 사탕만 알록달록 잘 보이도록 가게 앞에 진열하는 사탕장수는?”

요즘 우리나라 국, 공립 공연장이나 지방 문예회관 운영을 지켜보는 뜻있는 예술경영 전문가들은 부모의 심정으로 걱정하고 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생적 한계인지는 모르나 사탕장수 같은 장사치들의 상업화에 휘둘리고 있다면 과장일까?

   
▲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환타지'

문화공간의 정체성, 창조적 기획력, 관객 서비스 제고, 경영 비전과 운영철학이 아니라 시장 논리로 재정자립도, 예산관리의 건전성, 수익성을 통한 업무실적 등으로 기관장의 능력을 평가한다. 그러니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할 국, 공립 공연장에서 예술적 수준이 높은 작품보다는 대중들 입맛에 맞는, 잘 팔리는 공연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연계에서는 ‘예술 경험과 문화마인드가 부재한 낙하산 인사로 예술생산 능력이 거의 실종되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화예술이 정치권력의 액세서리도 아닌데, 전국 지자체의 투명성이 결여된 문예회관 대표 공모는 공정사회를 비웃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어 문화예술계에서도 ‘인수위 전성시대’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그리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열린 문화공간들이 대관료, 임대수입, 주차료 인상 등 수익사업에 더 신경을 쓴다면 본분이탈로 맹인모상(盲人摸象)의 우를 범하는 게 아닌지? 퇴폐 향락과 물질만능주의의 사막 같은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예술공간이 오아시스 역할을 해야 한다.

   
▲ 서울 대학로의 공공조형물

사회에서의 예술의 역할과 문화재단의 공공성, 경영성, 예술성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본 예술마케팅 관련 다큐멘터리 중 2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영국에서는 ‘예술경영가’를 문화예술을 ‘지키는 사람’의 의미로 키퍼(Keeper)로 쓴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오스트리아 하인츠 피셔 대통령이다. 미국 대통령, 고위관리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우리는 국방비 10%를 예술에 지원한다.”라고 자랑한다는 것이다.

경제대통령을 뽑았지만, 다수가 풍요 속의 빈곤을 외치는 이 수상한 시절에도 필자는 ‘고기를 먹여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라’를 강조하며 ‘예술교육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 2011 하이서울페스티벌, 청계천 설치미술전 '모천회귀(母川回歸)'

야만과 암흑의 시대! 왕관을 쓸려는 괴물들과 졸개들이 음모와 배신을 일삼으며 인간에 대한 신뢰마저 짓밟을 때, ‘더러운 연못에서 아름다운 연꽃’ 같은 문예부흥을 이룬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창조경영 리더십’이 그립다.

‘문화적 상상력과 창의성이 국가 경쟁력이다’를 실천하려는 깨어 있는 대한민국 지도자들, 그리고 예술경영 전문가들은 문화선진국들의 좋은 예를 벤치마킹해 예술경영에 대한 경제적 논리의 편향적인 착각, 오류와 편견을 극복하자.

그리하여 인간성 상실의 시대, 삶에 지친 국민에게 영혼의 비타민 같은 순수예술을 많이 ‘낭비’하게 했으면 한다.

   
▲ 2008 부산비엔날레 포스터
   
▲ 해운대 모래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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