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사이에 최소한의 이동권 보장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거제시의 ‘배려’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찻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육교조차 맘대로 이용할 수 없는 현실 탓이다. 대부분의 육교가 가파른 계단으로 이뤄져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에 의지해야 하는 이들에겐 처음부터 ‘못 오를 나무’인 것. 때문에 완만한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등 이른바 ‘교통약자 편의시설’ 확충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7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역 내 설치된 육교는 장평 덕산아내아파트 입구, 홈플러스 앞, 중곡교차로, 고현초등학교 앞, 성지중학교 앞(이상 일반육교), 거제시보건소 앞(차도육교) 등 모두 5개. 이 가운데 고현초교 앞에 놓인 걸 제외하면 나머진 차량 통행량이 많은 국도14호선에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계단으로만 오르내릴 수 있어서 지체장애인 등 상당수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엔 불가능한 게 사실. 계단의 경사 역시 상당히 가팔라 무릎관절이 좋지 않은 노년층과 임신부, 유모차를 끄는 주부, 어린아이 등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

반면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를 위한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등 관련 시설이 설치된 육교는 단 두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자신을 전동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여성장애인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얼마 전 시 홈페이지(거제시에 바란다)에 올린 글에서 “중곡에서 고현 수협 근처를 갈 때마다 전자랜드 쪽으로 가서 터미널을 지나 빙 둘러 간다”며 “육교를 이용하면 거리도 단축이 될 듯하다”고 생활 속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중곡육교 계단의 선행 변경 공사와 관련해서도 “몇 년 전에 육교에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를 설치해 줄 수 없냐고 문의를 했을 때 예산 및 공간 확보 등을 이유로 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이왕 하는 공사 조금 더 공간 확보를 해 편의시설이 갖춰진 육교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거듭 제안했다.

그러면서 “결국 육교는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 것이고, 편의시설은 언젠가는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주부와 노인, 장애인 등 누구나 두루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는 “중곡교차로 확장공사는 시가지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으로 육교 계단이 도로에 저촉돼 선행을 변경하는 것”이라며 “중곡육교 휠체어 통행로 설치건 또한 시급한 사안이나 육교의 경사도가 급하고 장소가 협소해 현장 여건상 설치 애로가 많다”고 난색을 표했다.

또 “엘리베이터 설치는 많은 예산이 소요됨은 물론이고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들어 부족한 시 재정 여건상 장기적인 검토 후 처리해야 할 사안으로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3월 말 현재 거제시에는 시각·신장·안면·언어·지적·지체·청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안고 있는 장애인 1만749명이 등록돼 있고, 이 중 지체장애인이 절반을 넘는 6495명(60.4%)으로 가장 많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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