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개들이 물어띁어 죽인 염소

불과 1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둔덕면 하둔리 박모 씨의 하루일과는 새벽5시에 일어나 염소들을 밭에 매어 풀 먹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난달 막바지의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박 씨는 염소를 밭에 매어 둔 채 차를 타고 먼 밭으로 일을 하러 갔다. 초여름 무더운 날씨가 동녘하늘을 밝히기 전에 얼른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염소를 매어둔 밭에 다다르자 난데없이 짐승들이 달아났다. 놀란 가슴을 추스르고 놈들을 바라보니 들개 3마리였다. 한 놈은 삽살개 마냥 긴 털이 온몸을 덮고 있었고 다른 한 놈은 진돗개처럼 아주 날렵하게 생겼다. 그들은 가장 덩치가 큰 개를 뒤따라 도망치고 있었다. 그 대장견은 전체적으로 검무튀튀하면서도 점박이 무늬가 있었다. 박 씨는 얼른 염소들을 찾았으나 이미 목숨을 빼앗긴 후였다. 박 씨는 이날로써 애지중지 키운 염소 5마리를 모두 잃었다. 집을 나선지 이제 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본지는 지난 4월 28일 ‘둔덕면 괴생물체’를 다룬 기사를 보도, 당시엔 흰색 들개가 범인으로 추측됐으나 이후 박 씨를 비롯해 다수의 주민들이 목격한바 들개 세 마리로 밝혀졌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들개들의 사냥으로 학산리에만 벌써 20마리의 염소를 잃었다. 마을 주민 김 씨는 8마리나 참변을 당해 2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들개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이를 사냥한다는 것.

교회 장로를 맡고 있는 이 씨는 일요일 아침 교회에 나간 사이 죽전다리 밑에 매어둔 염소를 잃었고 앞서 말한 김 씨는 이웃 유 씨의 염소들이 우리에서 들개들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들개들의 활동범위도 꽤나 넓은 것으로 판단된다. 들개들은 이웃마을인 술역리까지 영역을 넓혀 강 씨의 염소우리를 습격, 20마리의 목숨을 끊어 놓았다.

먹이부족으로 산에서 내려온 들짐승의 소행으로만 알았던 단순사건이 들개들의 소행으로 실체가 밝혀지자 추가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 씨는 시청 홈페이지에 사건경위를 밝혀 당국의 시급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시는 “야생견들의 서식처가 분명치 않고 사람의 눈을 피해 다니는 등 포획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 일차적으로 주민들에게 축사 문단속과 산이나 들에 가축을 매어두는 일이 없도록 홍보 조치했다”며 “또한 거제파출소 및 소방서에 포획 협조를 요청해 마취총을 이용한 포획방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거제파출소는 “들개들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소방서와 협조해 포획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하둔리에는 들개들을 함정으로 끌어들일 염소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뿐더러 최종 사건 후 한 달이 지났음에도 사건해결의 진전이 보이지 않아 둔덕의 염소들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있다. 
<새거제신문 조행성 기자>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