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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행]꿈을 그린 마을, 통영 동피랑윤혜영/자유기고가

   

철거 예정이었던 도심의 흉물 '판자촌'이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전국의 유명 관광지로 변모하여 공공미술 성공사례인 경남 통영의 달동네 '동피랑 마을'에 다녀왔다.

   
▲윤혜영 /자유기고가
동피랑 마을은 산꼭대기 판자촌을 보존하고자 2007년 '푸른 통영21‘ 추진위에서 3,000만원을 내걸고 ’동피랑 색칠하기‘ 벽화공모전을 벌였다. 전국에서 모인 화가들과 미대생 등의 18개 팀이 꾸려져 마을을 예쁘게 색칠하고 단장하여 예술가들의 입주촌으로 꾸미고 주민들과 공생하고 있다. 결국 많이 무너진 3개의 집만 철거하고 마을은 철거되지 않았다. 허름한 달동네로 도시의 이미지를 추락시킨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던 천덕꾸러기가 이젠 전국적인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다.

키우고 있는 고양이 캔디도 산책을 시킬 겸 함께 갔는데 고양이를 구경한답시고 사람들이 금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캔디가 귀엽다며 사진 한 장 찍자고 다가왔던 청년은 전라도 광주에서 왔다고 하였다. 남녀가 십여 명 모인 단체는 서울의 사진 동호회에서 출사를 나왔다고 하고 전국 곳곳의 다양한 사투리들이 동피랑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보고자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적인 거리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그곳이 지도에서 찾기 힘든 오지일지라도 볼거리만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 나선다. 전 국민이 사진작가라고 할 만큼 ‘1인 1디카’ 세대인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동피랑 사진촬영 열기는 대단히 뜨거웠다.

마을이 자리한 항남동은 주변에 수산물시장도 있고 통영명물인 충무김밥 거리, 남망산 조각공원도 있어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도 좋다. 지방에서 온 이들은 동피랑을 구경하고 싱싱한 회도 한 접시 먹고 시장에서 건어물도 쇼핑해서 돌아간다.

동피랑은 전국 담장벽화 사업 1호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강구항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산동네의 좁은 골목길 담벼락을 따라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어여쁘고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동피랑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전국 지자체마다 마을에 벽화 그리기 붐이 일어났다.
그러나 공공미술은 일시적인 이벤트성으로 단순한 환경미화에 그치고 있다는 의견이다. 예산과 인원도 한정되어 있고, 행사가 끝나면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보존도 잘하여야 한다는 것을 칠이 벗겨져 흉물스러운 어느 동네의 벽화를 떠올리며 새삼 깨닫는다.

   

민선 4기 서울시의 정책비전인 “컬처 노믹스(Culturenomics)”는 문화와 경제의 합성어로 예술과 문화를 마케팅에 활용하여 경제적인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의미이다. 피카소도 일찍이 말하였듯이 예술이 곧 돈이 되는 원리이다. 낙후된 곳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문화 공동체를 형성하여 활동하는 지역을 일컫는 '스콰트(Squat)'는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되어 외국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활성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문화관광부가 공공미술 시범사업으로 서울 종로구 이화동 뒷길의 달동네를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으로 꾸민 ‘낙산 프로젝트’가 있고, 금호기업에서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무허가 판자촌인 홍제동 개미마을에 벽화를 그려 소외지역의 누추했던 생활환경을 알록달록하게 채색해 놓았다.

또 초라한 철공소 밀집지역에 불과했던 서울 문래동에 예술가들이 모여 살면서 ‘문래동 예술공단’이 생겨났다. 철공소 건물의 그래피티가 독특한 이곳은 한국판 ‘브루클린’이란 별명도 생겨났다. 정부에서 임대료도 지원해주면서 해마다 지역민과 함께 하는 ‘문래아트페스티벌’도 열린다.

‘예술가들이 모이는 지역의 땅값이 오른다’는 부동산 시장의 법칙이 있다. 영국의 루스 글라스(Ruth Glass)가 주택재고의 변화를 연구하며 고안한 결과로 "예술가 주도의 Gentrification(고급화)"이라고 한다. 예술가들이 살면서 동일한 감성을 가진 인력을 끌어 모으고 나아가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술촌의 재개발은 예술가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독특함이 경쟁력이다.

‘이미 있는 것’(natural)을 활용하는 안목을 기르자. 재개발 정책은 낡은 건물을 다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많은 돈을 들여 짓는다. 도시재생프로젝트(Culture-led Urban Regeneration)는 그보다 훨씬 적은 돈을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을 한다.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하여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만든 영국의 ‘테이트 모던’, 밀가루 공장을 개조해 지역경제를 살린 게이츠헤드의 ‘발틱 현대 미술관’, 기차역을 이용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 군수공장을 활용한 중국 북경의 ‘798 예술특구’ 등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큰 경제적, 문화적 성공을 이끌어 내었다.

사람이 곧 희망이다. 도시창조분야의 전문가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창의적인 인력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크리에이티브 클래스(creative class) 즉 창조계급들은 무채색인 도시공간에 색을 입히는 자들로, 이들이 뿌리가 되어 형성된 도시는 모든 도시의 가장 이상적인 지향점이라고 하였다. 반대로 문화적 뿌리가 없이 형성된 도시는 오직 소비 활동만이 이루어지는 따분하고 인간미 없는 도시로 미래적 측면으로 보면 앞의 도시와 비교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하였다.

문화기관과 예술가, 시민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함께 도시를 계획하고 디자인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정부와 기업, 도시의 지자체들은 예술가와 문화기관을 위해 좀 더 많은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가장 중요한 것도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문화공간이 사람을 모은다. 수명을 다한 낡은 판자촌들의 새로운 부활이 감개무량하다. 예쁜 벽화로 꽃단장한 동피랑을 구경하고 돌아 내려오는 길, 어느 누군가가 담벼락에 페인트로 크게 써놓았다.

“동피랑에 꿈이 살고 있습니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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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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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련(戀戀) 2010-06-17 11:08:25

    연련(戀戀) - 그리움, 미련이 있는
    www.yeonryeon.com

    1. 에스테틱 티셔츠
    2. 넥타이


    삭제 7777   삭제

    • 수월 2010-01-22 18:20:58

      동피랑의 오늘을 만든것은 거제출신 윤미숙 사무국장의 작품이랍니다.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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