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 은갑(銀甲) : 은으로 된 갑옷, 비파(琵琶) 등(等)을 탈 때 손가락에 기우는 물건(物件).
[주2] 단상(端詳) : 상세한 사정, 일의 경위. 자세히 보다. 침착하다, 진중하고 조용하다.

6. 춘야(春夜, 봄 밤)
[柳綿撲檻晩風輕 花影橫窓淡月明 翠被麝蘭熏夢醒 寂關精 一半兒溫溫 一半兒冷]
버들개지 난간에 늘어져 저녁바람에 살랑이고 교창의 꽃 그림자, 으스름한 달빛 밝도다. 푸른 덮개에 사향과 목련의 향기, 몽롱한 꿈 깨 보니 몹시 적막한 관문 ; 반은 훈훈하고, 반은 쓸쓸하다. [주] 횡창(橫窓) : 교창(交窓), 가로닫이 창.

7. 춘정(春情, 봄의 정취)
[自調花露染霜毫 一種春心無處欲 寫寫殘三四遭 絮叨叨 一半兒連眞 一半兒草]
몸소 받아낸 화로(花露)에 서리 같은 흰 털을 담그니 오로지 봄의 마음 中에, 처욕(處欲)이 없도다. 서너 번 베껴 쓰다, 남은 글 보고 쫑알쫑알 쉴 새 없이 지껄인다. 반은 진서[해서(楷書)]요 반은 초서로다.

[주1] 화로(花露) : 꽃잎에 맺힌 이슬, 야국의 증류액, 감국화를 끓인 증류 액을 감국화로(甘菊花露). 오행의 기운을 머금은 목련, 홍화, 금은화, 국화, 연꽃 등의 꽃을 쪄서 나오는 물을 식힌 ‘화로수(花露水). 인동초 꽃봉오리의 수증기 증류액은 금은화로(金銀花露). 등등

[주2] 화로수(花露水) : 꽃의 액을 짜내어 만든 향수(香水). 지금은 주정에 온갖 향료(香料)를 타서 만듦.

[주3] 부처님의 여섯 음욕 : 첫째는 색욕(色欲) 이며, 둘째는 처욕(處欲)이며, 셋째는 행욕(行欲)이며, 넷째는 음욕(姪欲)이며, 다섯째는 갱락욕(更樂欲)이며, 여섯째는 장식구욕(莊飾具慾)이다.

[주4] 진서(眞書) : 해서(楷書),정서(正書)·금예(今隸)라고도 한다. 후한말에 한예(漢隸)의 파책(波磔)을 변화시키고 여기에 점(點)·탁(啄)·도(桃)·적(趯)을 더하여 만들어진 방정한 서체로, 당나라 때는 예서라고 불렀으나 현재는 해서라고 한다. 주로 공문서에 이용된 양식이며, 글자의 모서리가 깔끔하고 다양한 두께의 곧은 획이 특징이다. 좀 더 유연하고 쓰기 쉬운 형태로 단순화시켜 발전시킨 중국 서체. 

◯ "봄빛의 나비, 살랑이는 버들가지, 새울음, 비단 침상과 주렴, 수놓은 비단, 홍조 띈 해당화, 사향과 목련의 향기, 꽃그림자" 등의 봄날 가득한 정취로 인해, 온몸에 동요된 춘심(春心), 즉 춘정(春情)을 불러일으키니, 어쩔 수 없어 혼혼한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 글만 자꾸 쓸 수밖에 없는 작가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읽을 수 있다.

◯ 동록문집에 실린 중국 시인, 장가구(張可久,張小山 1270－1348년) "一半兒[일반아]" 2首(총3首)는 칠언절구의 형식을 빌어 궁중 사물의 풍경을 읊은 시(詩)이다. 장가구는 질과 양에서 원대(元代) 산곡(散曲)의 최고봉에 올랐으며 "산곡의 이백과 두보"라는 칭송을 듣기도 하였다. 장가구의 일반아를 읽다보면 알겠지만, 동록선생께서 장가구의 시를 보고 작사(作寫)하셨음을 알 수 있다.

["꽃 옆의 아름다운 달, 고요히 단장한 여인의 거처 ; 잎새 밑의 푸른 물결, 차고 푸른 도랑 ; 못에 부는 좋은 바람, 한가한 대궐 배, 사랑스런 가을 ; 반은 부용이고 반은 버들이로다"].

["층층이 휘늘어진 높은 나무, 성긴 독수리 내려앉고 만 꽃송이 채색 구름, 달(玉蟾)을 덮어 가리네. 몇 줄기 밤의 향기, 수놓은 주렴 꿰뚫고는 그 향기 잠잠하니 반은 열린 문이요 반은 닫힌 문이로다"].

["해당화 향긋한 비가 시인의 도포에 떨어지고 벽려의 텅 빈 담 아래 술 바가지 한가롭다. 버들잎 하늘거리며 새벽바람 불어와 들판의 다리 서늘한데 시정(詩情)을 풀어 놓으니 반은 행서요 반은 초서로다"].

◯ 다산 정약용의 일반아(一半兒), '붉은 복사꽃을 읊다'도 봄날의 춘정(春情)을 노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춘정을 자아내는 붉게 물든 저 복사 꽃, 불 모양 훤하게 대나무 발에 비치네. 새벽 비에 살짝 젖어 아리땁고 가벼운 늦바람에도 놀라지 않아 반은 너울너울 춤을 추고 반은 가만히 있네"].

◯ 산곡(散曲)은 형식이 자유로운 장단구이자 조구(造句)변화가 심해 원래 그 길이의 변화가 일정치 않으며, 운문의 속성을 지닌 장르로, 운의 사용이 자유롭다. 원대(元代)에 이미 입성(入聲)이 소실되어 삼성(三聲)을 통압(通押)하여 더욱 자유롭게 운을 사용하였다. 민간구어적인 장르로써 일상에 가깝고도 평이하고, 통속적이고 진솔하며 자연스럽다. 一半兒(일반아)의 "兒"자를 넣어, 리듬과 언어를 음률화하여, 곡절이 보다 더 조화되도록 하였다. "一半兒"는 대개 마지막 구에서 측성(仄聲)으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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