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시가 기본계획 용역을 통해 사업부지로 잠점 결정한 장승포동 70번지 몽돌개 일원.

거제시가 추진 중인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이 밑그림부터 헝클어지고 있다. 공원 내 핵심 전시물인 피난선(빅토리아 호) 구입이 여의치 않은데다, 설령 가져온다 해도 낡은 선박의 전시를 통한 관광상품화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사업예산 확보 또한 극히 불투명한데다, 시의회도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면에는 사업추진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편이다.

장승포 호국평화공원은?
장승포호국평화공원은 경남도 모자이크 사업(도내 시군에 각 200억원씩 현안사업을 특별지원하는 것)의 일환으로 거제시가 추진하는 2개사업 중 하나다. 지원되는 도비 200억원 중 장승포호국평화공원에 100억원, 거제면 서정리에 조성 예정인 거제생태테마파크에 100억원을 투입한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은 1950년 12월 6.25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10만명의 민간인을 미국 화물선 메르디스 빅토리아호에 승선시켜 거제도로 피난시켰던, 세계전쟁사에 전무후무한 인도주의적 작전을 모티브로 해, 이를 후세교육과 거제도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고자 구상한 사업이다. 제2의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조성과도 맥이 닿아 있다.

거제시의 기본구상은 장승포동 70번지 일원 10만1700㎡ 부지에 총280억원의 예산(국비 50억원, 도비 100억원, 시비 130억원)을 들여 공원, 전시관(선박), 상징조형물, 전망대, 주차장 등을 건립하겠다는 것.

시는 공원조성을 통해 흥남철수작전과 피난민의 생활상을 재현함으로써,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가치를 몸소 느끼는 역사적 교육현장으로 다듬어 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을 연계한 남해안시대의 대표적 호국관광벨트를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감도

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 추진경과
거제시는 지난해 5월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용역을 완료하고 9월에 사업예산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했다. 지난 1월에는 공원조성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를 진행해 왔고, 3월에는 경남도 투융자심사 승인을 얻어 4월 모자이크사업 선정결과를 바탕으로 문광부에 국비(광역특별회계) 50억원 지원을 공식 신청해 둔 상태다.

국비지원과 관련, 시는 문광부와 별도로 보훈처에 현충시설 지원금 200억원 요청해 놓고 있다. 경북의 호국공원 조성과 부산 유엔기념관 건립 등이 모두 보훈처의 현충시설지원금을 통해 건립된 점에 착안한 접근이다.

거제시는 기본계획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제152회 시의회임시회에 사업추진 동의안을 부의했다. 이번 시의회에서 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7월 실시설계 착수에 들어가 내년 2월께 본공사를 착공하고 14년 말 준공해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개관시점에 맞춰 빅토리아호 1만4000명 승선행사, 크리스마스 무료입장, 평화를 테마로 한 축제개최 등 다양한 이벤트도 구상중이다.

▲ 흥남철수 당시 흥남부도에 몰린 피난민들

갈길 먼 사업추진 선결과제도 '수두룩'
그러나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추진이 거제시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예산확보도 문제지만, 당장 사업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전시선박 구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추진에 앞서 사업당위성에 대한 시민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첫째 사업추진의 핵인 전시선박 구입의 한계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이 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흥남철수작전에 쓰인 빅토리아 호 인수를 위해, 지난 11일 올 들어 두 번째 미국을 갔다 왔다. 그러나 출장결과는 훼손상태가 심해 전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동급 배들을 확인하는데 그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 시장 일행이 확인한 내용은 흥남철수 작전에 사용된 실존화물선 메르디스 빅토리아 호는 이미 고철로 처리돼 중국에 매각됐고, 미군이 보관중이 선박들도 훼손상태가 너무 심해 거제시가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는 것. 권 시장 일행은 하는 수 없이 미국 현지에서 전시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6.25 참전 동급 선박 한 척을 매입하는 협상안을 제시해 놓고 온 것이 유일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또한 거제까지 수송해 오는 것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십년이 지난 이들 전시선박이 자체동력으로 움직일 수 없는데다, 이에 따른 수송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설령 이 배를 엄청난 예산과 공을 들여 가져온다고 할지라도, 역사속의 실존선박이 아닌 상태에서 관광자원화 하기도 애매한데다, 관광수익 또한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는 사업추진에 따른 예산확보 문제다. 기본계획상 280억원이 투자되는 이 사업에 거제시비만 130억원이 소요된다. 거제시는 자체예산이 부족해 지난 4월 추경안 편성이 7월이후로 미뤘다. 그만큼 돈이 없는 실정이다. 시에서는 해금강집단시설지구를 매각해 관련예산 일부분을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시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문광부에 요청한 국비 50억원도 광역특별회계에서 경남도가 거제시에 얼마나 할애할 지 미지수다. 보훈처와 접촉중인 현충시설 지원금은 전시선박 구입과 이에따른 사업계획, 시의회의 사업동의안 가결을 전제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아무것도 없는 실정이다.

셋째가 사업추진에 따른 시민공감대 형성이다. 거제시는 권민호 시장 출범이후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형사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시민공감대를 먼저 얻은 뒤 추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권 시장의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밀어 붙혔고, 때로는 집행부의 판단과 의지만으로 강행했다.

관광개발공사 출범이 그랬고, 용역기간을 세차례나 연기하면서도 아직 부지 확정까지 결론내지 못한 차세대 산단조성사업이 그랬다. 또 범선축제에서 시작된 세계해양조선축제도 축제의 승공여부를 떠나 애초부터 시민공감대 형성은 뒷전이었다. 최근 소송까지 전개된 김백일 동상 철거문제는 시민공감대 없이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대표적 오류에 속한다.

따라서 장승포항에 호국공원을 조성하는 일이 맞는 것인지, 맞다면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관광상품으로 승화시킬지에 대한 범 시민적 논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시의회의 동의안 가결 여부다. 국비확보(보훈처)의 선결사항인 시의회의 동의안 가결은 현재로선 집행부 안대로 통과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우선 미국에서 빅토리아호를 사 오는 문제부터 회의적이다. 수십년된 낡은 배를 가져다 전시하는 것도 그렇지만, 수송비용 또한 만만찮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배가 전쟁당시의 실존 화물선이 아닌 다른 용도였다면, 장승포 공원조성에 꼭 필요한지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시에 따른 위험부담도 시의회는 크게 경계하고 있다. 수십년된 낡은 선박을 바닷가에 전시할 경우 ‘매미’급의 태풍이 불 경우 130억원 짜라 전시물에 한순간에 고철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 등을 들어 시의회는 일단 선박인수추진위를 구성해 이 추진위에서 선박인수 방법, 전시방법, 전시에 따른 투자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최종 결론을 내리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의회는 23일 권민호 시장의 미국방문에 따른 상황설명을 우선 듣은 뒤, 향후 시의회의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권 시장의 시의회 설명과 이후 시의회 차원의 대응이 장승포호국공원 조성사업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흥암철수 당시 나룻배로 모선인 메르디스 빅토리아호로 이동하는 피난민들.

▲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사업부지 지적도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