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총사위원장 선거직후 세력간 대결결과로 나타나자 옥영문 의원이 한손으로 눈을 비비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30일 오전 11시 하루일정의 임시회를 열고 그동안 미뤄놨던 총무사회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했다. 옥영문 의원이 단독 출마한 이날 선거는 사실상 형식적인 추인절차에 가까웠지만, 결과는 추인이 아닌 세력간 대결이었다. 이달초 실시된 의장단 선거과정의 앙금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15명의 정원 중 윤부원 의원이 해외출장으로 결원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선거는, 개표결과 옥영문 의원 8표, 무효 6표로 옥영문 의원이 1표차의 과반을 넘겨 총사위원장에 선출됐다. 총선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무소속 연합형태의 김한표 의원 지지세력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새누리당 소속 의원과 일부 무소속 의원 연합세력이 기권표를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정황상 윤부원 의원이 있었더라도 결과는(8대7)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됐다.

옥 의원은 앞서 출마소견 발표를 통해 “이번 일(원 구성 파행사태)은 의원들 간 감투싸움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며 “언론으로부터 코미디라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만큼은 모양새 있게 출발하자”고 호소했다. 사실상의 형식적 추인에 가까운 선거를 편가르기 투표행태가 아닌 전폭적인 지지로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반대진영 동료의원들의 속내는 냉담했다. 투표 전 서로 간 수인사를 나누며 웃었지만, 결과는 “당신네들(무소속 연대 형태의 김한표 의원 지지세력)이 먼저 시작해 판을 엎어놓고, 이제 와서 모양새 갖추자고?. 그렇게는 못 합니다”와 다름없었다.

개표순간 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괴로운 표정을 짓던 옥 의원은 당선소감을 통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후반기 의장단과 합심해 모양새 있는 의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짧게 인사했다. 그로서도 더 이상의 호소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총사위원장 선출로 하반기 원구성은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 일괄확정 승인키로 했던 각 상임위 부위원장은 의원들 간 상임위 배정이 마무리되지 못해 다음회기로 미뤘다. 산건위 배정을 희망하는 의원들이 많은데다, 세력 간 상임위 배분비율에 대한 조율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시의회 본회의 장면(자료사진).

이번 황종명 의장 체제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이번 편가르기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국회의원이 속한 정당소속 의원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야당이나 무소속 등이 비주류로 같은 세력을 형성해 대항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야 구분이 애매하고 세력간 분포도 다소 복잡하게 얽혀있다. 사안에 따라 ‘니편 내편’이 바뀌면서도 이상하리만치 8대7이라는 세력분포는 절묘한 타이밍을 맞추는 양상이다.

숫적 분포에서 황종명 의장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의원과 무소속 연합세력(편의상 주류로 칭함)이, 새누리당 탈당 의원과 야당 및 무소속 중심의 김한표 의원 지지세력(비주류라 칭함)에 밀리는 것도 이번 경우가 처음이다. 주류 비주류의 세력분포 역전현상은 새누리당 의원 1명이 상대진영에 가담하면서 비롯됐다. 역대의회에서 볼 수 없었던 매우 특이한 분포다.

현재 황종명 의장을 비롯, 반대식․신금자․전기풍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의원 4명과 새누라당을 탈당한 윤부원 의원, 진보신당 해체로 무소속이 된 한기수․유영수 의원이 주류진영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두환․강연기․신임생 의원과, 통진당 김은동 의원, 무소속 이행규․ 박장섭․옥영문 의원에다 새누리당 소속 이형철 의원이 이른바 비주류 세력을 유지하며 공조하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편가르기는 정당도 이념도 소신도 아닌 오로지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니편 내편’이 갈려있는 매우 특이한 형태다. 더 웃기는 것은 같은 새누리당 소속 권민호 시장의 시정업무를 측면 지원하는 쪽이 무소속 연합 형태의 비주류 세력이고, 같은 당 출신인 주류세력이 되레 견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사안별로 약간씩 변형되지만, 대체적인 흐름은 이같은 기류다.

장승포 호국평화공원 조성 동의안 부결과정은 이같은 변형된 합종연횡의 결정판이었다. 통상적으로 보면 주류 찬성, 비주류 반대로 나타나야 하지만, 실제 투표는 정반대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더군다나 주류세력 중 찬성을 한 의원이 있는 가 하면, 비주류 세력 중 반대를 던진 의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당이나 이념이 아닌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을 잘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시의회는 이번 총사위원장 선거를 마지막으로 그간의 반목과 갈등을 일소할 수 있을지, 아니면 개별 사안마다 세력간 대결이 그대로 이어질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다만,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무소속 출신이고, 그의 입당을 둘러싼 고래싸움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시의회의 ‘새우 등 터지는’ 세력싸움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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