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동 소재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 전경

이같은 잡음을 두고 ‘희망복지재단은 아직 핵심 상근자조차 확보하지 못한 미완의 조직인데다, 복지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전혀 검증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복지관 운영을 맡길 생각을 하느냐’는 항간의 비난이 거세다. 일부에선 “재임시장의 의지(?)에 따라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만든 복지관 운영시스템이, 매번 일방적으로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도 보낸다.

조계종복지재단 위탁관리 3년 ‘기대이상 성과 냈다’ 호평

거제시가 약91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한 양정동 소재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이 개관한 것은 지난 2010년 4월. 개관 전 복지관 운영주체를 두고, 시 직영으로 하느냐, 시설관리공단이 맡느냐, 아니면 민간에 위탁하느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결국 공개모집을 통한 우여곡절 끝에 09년 12월1일 민간복지재단인 조계종복지재단에 위탁 관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노인 및 장애인 복지프로그램을 주로 다루는 이곳은 낮은 접근성 극복, 관리운영의 효율화, 법인전입금 지원, 민간재원 유치, 지역기업과의 네트웍 구축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현안이 산적했다. 옥포복지관과의 비교우위 경쟁도 신경 써야 했다. 이 때문인지, 출범당시 일각에선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이 거제시의 우환덩이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조계종복지재단은 위탁계약 당시의 잡음과는 달리 지난 3년간 기대이상의 성과와 실적을 내며, 운영기틀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우환덩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거제시의 대표적 효자기관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세입(시보조금+자체수익금+후원금+법인전입금)과 세출(운영경비)을 투명하게 관리해 왔고, 지난 3년간 투자한 법인전입금만 2억1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모범적인 운영을 해 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거제시와 조계종복지재단이 맺은 위탁협약서 제5조(사업기간).

시, 조계종복지재단 위탁 재계약 ‘미적미적’ 왜?

조계종복지재단의 위탁계약 기간은 올 말로 끝이 난다. 인력과 조직, 수억원대의 법인전입금을 투자하며 운영관리에 탄력을 붙인 조계종복지재단입장에선 당연히 위탁 재계약을 원했고, 위탁협약서 제5조(위탁기간)에 근거해 지난 9월말 거제시에 재계약 신청서를 접수했다.

위탁협약서상 조계종복지재단의 재위탁 신청서가 접수되면, 거제시는 재단의 사무수행을 우선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재위탁하거나 별도의 공모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회복지기관 위탁운영과 관련한 민간위탁 관련조례나 선행사례에서도, 현 운영법인의 재위탁신청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적격심사를 선정위원회를 통해 검토하고, 선정위원회는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이를 평가하게 돼 있다.

선정위원회 평가결과에 따라 재위탁여부가 결정되며, 만약, 평가결과에 따라 재위탁이 부결되면, 그때서야 공개모집을 통해 새로운 위탁주체를 선정토록 하고 있다. 거제시와 조계종복지재단이 맺은 협약서 제5조 또한 이같은 상식적 규정지침에 근거한 내용이다.

그러나, 거제시는 이같은 규정과 절차에도 불구하고, 신청접수 두달이 다 된 지금까지 심사위원회 소집도 없고, 평가결과에 대한 공개도 없으며, 재위탁 가부에 대한 회신도 하지 않고 있다. 계약만료 시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재단입장에선 애가 탈 노릇이지만, 시는 어쩐 일인지 미적거리기만 할 뿐이다.

더욱이 시는 지난 15일 열린 희망복지재단 이사회에서 재단의 정관(제4조)과 운영조례(제4조)를 근거로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 위탁공모에 응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이사회에서 2명의 이사가 복지관 운영 위탁은 재단설립 목적과 상충되고, 운영전문성도 확보되자 않았다는 점 등을 들며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으나, 또 다른 이사 2명이 위탁공모 참여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거제시가 조계종복지재단과의 협약서까지 무시하며 재위탁 여부를 미적거리고 있는데는, 희망복지재단으로의 위탁운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초기우려를 딛고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며 탄탄한 운영체계를 수립한 조계종복지재단을 오로지 ‘정무적 판단’에 근거해 배제하려는 움직임이나 다름없다.

이와관련, 시관계자는 “위탁 사무수행에 대한 자체평가는 이미 진행했으나, 아직 확정을 못한 상황”이라며 “민간에 너무 오랫동안 위탁하면 문제가 될 수 있고, 개관 당시와는 위탁대상도 많이 달라진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계종복지재단을 배제하고 공개모집 형식을 빌어 희망복지재단에 위탁을 맡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계종복지재단관계자는 “재위탁 관련 운영평가 심의는 협약서에 전제된 내용으로서, 객관성과 전문성, 기관특수성 등을 감안한 운영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도, 시는 복지관 운영에 대한 비전문적 관점과 편파적 논리로 미적거리기만 한다”며 “거제시가 합리적 절차와 별다른 사유없이 현 운영재단을 배제할 경우, 조계종 종단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해 나갈 작정”이라고 경고했다.

▲ 희망복지재단 정관에 명시된 사업의 종류. 5항에 사회복지지설 운영이 포함돼 있다.

희망복지재단, 위탁운영 맡을 능력은 되나

거제시가 위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희망복지재단은 과연 노인 및 장애인 위주의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을 정상 운영할 능력과 전문성은 갖추고 있는 것일까. 일반인의 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희망복지재단 내 일부 이사들조차 이에 대해 고개를 흔들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희망복지재단(이사장 남해안)은, 유년시절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권민호 시장이 선거공약에 제시했던 구상으로써, 제도권 밖의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을 구휼하는데 초점이 있었다. 민과 관의 복지사각지대 계층의 연결고리 창구 기능과 같은 개념이었다.

재단설립 전 시의회와의 논의과정에서도 기대역할과 활동방향은 충분히 거론됐었다. 구체적으로는 ▲수혜대상자의 직접지원보다 지역사회 인프라와 연계한 수요자 발굴 및 자원 연결 배분 ▲일선 복지기관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복지과업 및 연계사업 지원 ▲지역기부 활성화와 공정한 배분 ▲조사를 바탕으로 한 지역복지 취약분야 정책건의 및 인프라 구축 등이 희망복지재단의 주 역할이었다.

그러나, 희망복지재단은 이같은 출범취지에 걸맞는 사회복지전문가나 현장전문가,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조례와 정관을 수립했으며, 통상적인 복지재단 정관을 벤치마킹 하면서 사업범위를 사회복지시설 운영까지 포함시켰고, 결국 이를 근거로 위탁사무부터 욕심내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출범 한 달여를 갓 지난 희망복지재단은 아직 사무국장 등 핵심 직원조차 확보하지 못해 공무원이 임시파견 행태로 업무를 보조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거의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재단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노인 및 장애인 전문복지시설을 운영하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거제시의회 모의원은 “희망복지재단의 정관에 복지시설 운영사업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된 이상 위탁공모에 응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이같은 공모에 응하려면 최소한 재단운영진의 복지마인드에 대한 전문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뒤에야 검토 가능한 일이지, 아직 핵심 직원조차 확보하지 못한 걸음마 재단이 벌써 잿밥부터 탐해서야 되겠느냐”고 뼈있는 충고를 전했다.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은 양정동 208-4번지 시유지에 지난 10년 4월 개관한 것으로, 총사업비 약91억원(시비 53억원, 도비14억원, 국비23억원)을 들인 연면적 5,251㎡, 지상 4층 규모 복지관이다. 내부는 주로 노인과 장애인 복지시설로 구성돼 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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