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많은 지역이 잠정피해지역에 포함되는 가운데, 이 사업추진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곳이 삼거동이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상수원 보호 명분에 따른 오랜 규제에 대한 불만이다. 구천계곡이라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끼고있던 삼거마을은 지난 80년대 초 구천댐이 생기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구천계곡이라는 훌륭한 자연자산을 수장시킨 채, 상수원보호구역에 준하는 각종 규제와 행위제한에 시달려야 했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옆 동네는 하루가 다르게 도시화가 진행됐지만, 삼거마을은 전형적인 빈촌으로 연명해야 했다, 그런 피해의식이 팽배한 주민들에게 외지에서 온 사업자에게 느닷없이 마을 윗 산에 개발행위를 허가해 주자,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한 셈이다.

행정의 잇단 약속불이행도 주민분노를 키워왔다. 지방도18호선 삼거동 4차선 연장계획은 거제시가 지난 2009년까지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지금까지 손도 안대고 있다. 지난 2008년 삼거마을장기발전계획에 따른 용역결과를 발표하고서도,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다. 토지관리계획세분화 이후 상당량의 자연녹지를 관리지역으로 전환해놓고도, 삼거동 일대만은 상수원보호를 이유로 개발행위를 철저히 규제하는 것도 주민들의 피해의식을 배가시켰다.

주민불만이 임계점에 이른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상수원 상류 산 정상에 풍력단지조성사업이 추진되자 “우리에게는 그렇게 규제만 강요하더니, 외지 업자는 왜 그렇게 감싸고(?) 도느냐”는 식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풍력단지 조성이 지역민들에게는 가늠이 안 되는 피해와 불안을 안기는 애물단지인데 반해, 업자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는’ 엄청난 이권을 안겨 준다는 점도 주민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거제풍력단지는 조성 후 20년간 사용을 전제로 추진된다. 풍력발전기 18기를 세우는데 총96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28일 공공청사에서 열린 거제풍력단지 사업 시민토론회에서 (주)거제풍력 박기철 대표는 “풍력단지 조성 후 약7년이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간 운영비가 35억원 정도라는 점도 밝혔다.

박 대표의 말을 되짚어보면, 7년 동안 풍력기 18기로 벌어들이는 돈이 연간 운영비 245억원(35억×7)을 제하더라도 총사업비(963억원) 정도가 남는다는 소리다. 이 돈을 7로 나누면 한해 평균 순이익이 138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투자비 회수기간 7년을 제외하면 나머지 13년은 매년 138억원씩, 총 1794억원을 벌어들인다. 그야말로 ‘대동강 물장사’ 사업인 셈이다.

자본조달 방식을 보면 더 가관이다. 사업시행사인 (주)거제풍력의 자본금은 1억원 정도로 알려진 소규모 회사다. 자본금 1억원 밖에 안 되는 이 회사가 사업허가를 따내면, 자본금 300억원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사업주최로 나선다. 자본금 300억원은 금융권에서 FI(재무적투자자 Financial Investors) 방식으로 2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거제풍력과 동남발전 등이 지분참여를 통해 조성한다. 총사업비 중 나머지 약700억원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사업 확대 정책에 편승해 금융권에서 저리 이자로 PF(project financing)를 발생시켜 조달한다.

풍력발전단지 사업성이 대동강 물장사라면, 그 단지를 조성하는 투자금 마련은 대동강 물을 파는 봉이 김선달 처세나 다름없다. 삼거동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힐 일이다. 각종 규제해 시달리며 수십년 간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주민들에겐, 풍력단지조성 자체가 ‘울고싶은 놈에게, 뺨 때려주는 격’인 셈이다.

풍력발전단지 사용기간 만료 뒤 이 기기의 처리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도 주민불만을 키운 큰 요인이다. 거제풍력이 내놓은 자료 중 사용기간 만료 후 처리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지난달 28일 시민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삼거주민들은 "사용기간 만료 뒤의 처리문제가 사업게획에 언근조차 없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업계획 자체가 부실하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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