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봉사센터 홍보팀장으로 일했던 정갑진씨가 23일 낮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정인 센터장 등 자진 사퇴도 요구

거제시자원봉사센터 보조금 유용을 최초 폭로했던 전 홍보팀장 정갑진씨가 거제시의 ‘솜방망이’식 조처를 지적하며 총체적인 감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씨는 23일 낮 11시 시청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촉구했다.

정씨는 “감사담당자에게 08년도 이전의 자부담 통장 사본과 일부자료를 제출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불충분하다. 그 당시 근무자는 사퇴를 한 상태다. 거제시는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등 핑계만으로 일관하며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외부 전문감사기관에라도 의뢰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 후 조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3년간 약 3500만원을 ‘카드깡’ 수법으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거제시는 자원봉사센터 현 책임자들의 사퇴를 요구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유용 금액만 회수하는데 그치는 실정”이라며 “이런 식의 조처로 인해 또 다른 단체에서 카드깡 행태가 나타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인 센터장 등의 사퇴도 촉구했다. “김정인 자원봉사센터장과 사무국장은 감사로 인해 이중장부가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든 정황을 알고 있는 회계담당자의 업무를 왜 중단시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따름”이라며 “이는 곧 본인들의 책임을 회계담당직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2008년 이전 자부담 유용에 대한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카드깡 관행이 이번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직 센터장 또한 시인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모 시의원이 2004년부터 센터장을 4년간 맡던 시기에도 카드깡 관행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봉사시간을 부풀린 의혹도 있는 전직 센터장의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에 따라 “2008년 이전 이중장부와 카드깡을 저지른 자부담 통장을 첨부할 생각”이라며 거제시의 감사를 재차 촉구했다. 이어 “김정인 센터장 등 보조금 유용과 관련된 센터 관계자는 자진 사퇴해야 한다”면서 “전직 센터장 또한 잘못을 시인하고 시민들에게 사죄해야 하며 수사기관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자원봉사협의회에 위탁돼 운영되고 있는 ‘포로수용소유적공원 특산물판매장’ 수익금도 사실상 자원봉사센터 운영비로 유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원봉사센터 보조금 유용 사실이 드러난 이후, 포로수용소 특판장은 거제시 시설관리공단에 위탁 운영하고 그 수익금을 지역 복지에 사용하는 게 타당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씨는 한편, 08년 이전 보조금 유용 주장과 관련해 세부적인 자료를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2004년 12월까지 1억원 정도의 보조금과 후원금이 세탁돼 유용됐다는 것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전 자료는 감사시 받지 못했으나 현재 수사기관에 사본이 제출돼 있다. 수사 상황을 감안해 이전 자료 조사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거제시 관계자는 특히 “지난 주 시장님과 이 문제를 협의했었다. 거제시자원봉사협의회의 센터 운영권을 8월 중 박탈하고 비영리민간법인을 대상으로 위탁 공모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자원봉사센터 운영권이 다른 단체로 위탁되면 현 센터장을 비롯한 직원들도 당연히 물러나는 수순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보조금 유용 수사와 관련, 경찰은 ‘개인 착복 여부’와 카드 가맹점의 위법 여부 등에 중점을 두고 수사중이다. 다만, 공소시효로 인해 2007년 10월 이전 시기에 대한 소급 수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정씨가 거제시에 제출한 2008년 이전 자부담 유용 영수증과 통장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