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 뼈 묻기로 작심한 충청도 청년

1986년 3월,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갓 스물을 넘긴 충청도 출신 홍안의 청년에게 거제도는 꽤 적응하기 힘든 곳이었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섬 특유의 거친 말투와 텃세에 상처도 받았다. 그 시절 조선소는 지금과는 달리 일감이 풍족하지도 않았다. 2년쯤이 흘러 청년은 망설였다. 더 버틸 것인지, 이대로 거제를 떠날 것인지. 일감이 없는 틈(?)을 타 우선 무급휴직계를 냈다. 대전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고 나니 출발 시간이 한참 남았다. 깡소주를 사들고 능포 바닷가로 달려갔다. 마침 빗방울이 떨어졌다. 빗방울이 모래에 조그만 흔적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 앞으로 망망대해가 있다. 청년은 문득 깨달았다. 빗방울은 그 자신이었고 망망대해는 ‘거제’였다. 망망대해로 스며들자. 모래 속으로 속절없이 사라지지 말자. 결연한 의지가 생겨났다.

마음을 정하니 홀가분해졌다. 석 달 동안 전국 방방곡곡으로 정처 없이 ‘무전여행’을 다녔다. 여행은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했던가.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생각을 다졌다. 다시 거제로 돌아왔고 거제사회에 스며들기 위해 생활 방식을 바꿨다. 편한 기숙사 생활 대신 자취방을 구했다. ‘거제문화원’에도 가입했고 문학활동을 위한 단체를 꾸리는데도 힘을 쏟았다. ‘단비 문학회’에 참여했고 ‘해도(海島) 문학회’를 만들어 초대회장을 맡았다. 해도 문학회와 ‘문학 마실’이란 단체를 통합해 ‘거제청년문학회’도 발족시키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갔다. 앞서 백혈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새싹의 소리회’도 만들었다. ‘새생명의 밤, 바다 축제’를 열고 있는 단체다. 옥명 대우아파트 자치회장도 맡아 아파트 자치회 운영의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기초 다 선거구(옥포1,2동)에서 당선한 전기풍(43.한나라당) 시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98년 거제시자원봉사센터 결성 당시에도 기획국장 등을 맡아 거제지역 자원봉사의 기틀을 만든 멤버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아파트 자치회장을 맡을 당시엔 하자보수 공사업체에 대한 공개입찰 제도 도입과 아파트 소식지 제작 및 주차예절 캠페인 등 진일보한 운영을 꾀하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활동을 하면서 ‘장승포청년회의소(JC)’ 회장직을 2005년에 역임했었다. 여러 단체 발족을 주도하고 회장직을 맡으면서도 철칙이 있었단다. 임기는 1년, 길게 해도 2년을 넘어선 안되고 연임의 경우,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는 것. 단체장의 권력화에 따른 ‘단체 사유화’를 경계한 탓이다. 봉사활동을 지속한 만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취득은 물론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도 수료했다.

직장생활에다 사회활동까지 왕성하게 벌였으니 자연히 ‘정치인’으로 귀결된 것일까. 그는 10여년 전에도 정치 입문을 권유받았으나 그 당시는 그럴 생각이 없던 탓에 고사했었단다. 이번 선거에서도 주변의 추천을 받아 고심 끝에 선거에 나섰다 했다. 선거일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말이다. 여성의원으로 좋은 의정활동을 보여줬던 박명옥 의원의 낙선은, 경쟁자였지만 안타까웠다 했다.

‘약속의 땅’ 옥포, 교통체증 및 과밀화로 신음

“어린 나이에 제가 처음 거제에 정착했던 곳이 옥포입니다. 근로자들이 내뿜는 활기가 가득찬 도시죠. ‘약속의 땅’이란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산업단지 배후도시로서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고 있고 장점이 많은 도시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할만한 공간이 없고 땅값도 비싼데다 과밀화가 되버렸습니다. 안타깝죠. 대안을 찾아봐야 합니다.”
쉼터 부재, 주차공간 부족, 도시 과밀화, 세 가지를 현재 옥포지역이 겪고 있는 사회문제로 그는 꼽았다. 주차문제 해소를 위해 옥포 지역을 훑어본들 마땅한 부지가 없더란다. ‘부잔교(浮棧橋.floating pier)’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옥포여객선터미널 앞 해안에 부잔교를 띄워 주차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다. ‘차 없는 거리’ 조성도 병행해서다.

“옥포대첩기념공원과 중앙공원이 있긴 하지만, 유모차를 끄는 주부들을 비롯해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원은 없어요. 이들을 위한 도심 쉼터 조성을 추진해 볼 생각입니다. 옥포는 특히 이순신 장군의 첫 승전이 있었던 ‘구국의 땅’이기도 하죠. 중앙공원 일대에 판옥선 모형 등을 도입해 청소년들에게 ‘구국 정신’을 함양시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역사의 장으로 활용이 가능하단 거죠.”
옥포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봉사단체와 문화예술단체의 거점 부재도 선결 과제로 짚었다. 신축이 진행중인 옥포2동 옛 청사 등을 리모델링해 이들 단체의 공간으로 활용할 방안도 찾겠다고 약속했다. 덕포 해수욕장의 접근성을 높이고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건강휴양마을’ 조성도 추진해 볼 참이란다.

간과하기 쉬운 ‘법과 원칙’의 문제에 대해 그는 뚜렷한 소신이 있어 보였다. 거제 현안과 관련해 꾸준히 축적한 자료도 제법 된다 했다. 윤영 국회의원을 비롯해 같은 지역구 이행규 시의원, 김해연 도의원과도 공조할 계획임을 설명했다. 거제 발전을 위해선 당적을 초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의정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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