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돈 공천 사건과 관련, 윤영 국회의원 부인 김모(47) 씨가 결국 구속 수감됐다. 김씨의 구속수감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돈 공천 의혹에 대한 실체를 검찰이 일정부분 확인했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검찰은 윤영 국회의원 부인을 구속하면서도 혐의사실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언론보도도 기존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온 피의사실만 전해질 뿐이다. 이는 결국, 검찰이 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한 국회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로 해석된다.

윤영 국회의원 부인의 전격적인 구속 수감으로 이번 사건이 일단락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어찌보면 돈 공천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이 사건의 핵심인물 신병을 우선 확보한다는 것은, 중요하게 캐 물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 29일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 청사에 들어서는 윤영 의원 부인 김모씨.

검찰의 수사 성격

이번 수사는 검찰의 인지사건이다. 검찰의 인지사실 핵심은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공천을 매개로 돈이 오고 갔다는 정황 포착이다. 그것도 한 사람과의 공천거래라는 통상적 개념이 아닌, 사상 유례없는 무차별적 공천거래였다. 사실상 공천권을 두고 매관매직 장사를 했다는 정황이나 다름 없었다.

사법사상, 정당사상 유례없는 이같은 범죄혐의를 인지한 검찰이 이를 덮을 수 없었다. 그래서 수사가 시작됐고, 지방선거 와중에도 후에도 수사범위는 갈수록 확대돼 왔다. 고구마 줄기 엮이듯 캐면 캘수록 더 많은 혐의들도 들춰졌다. 관련자의 예상 밖 진술도 나왔다. 그리고 29일 핵심당사자로 지목된 윤영 의원 부인을 전격 구속했다.

지난 5월6일 한겨레신문의「경찰, 윤영 의원 '돈공천 의혹 녹취록' 조사」보도 이후 시작된 검찰수사가 이후 두 달 넘게 집요하게 이어져 온 것도, 이같은 인지정황과 혐의내용의 심각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수사는 선거법상 또 하나의 획을 긋는 '무차별 공천장사 포착'으로 성격지을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의 수사 방향

이번 돈 공천 사건의 핵심당사자로 지목된 윤영 의원 부인을 전격 구속한 검찰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것을 알면 이번 사건의 끝도 보인다.

우선,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구속기간은 1차 10일, 연장 10일 해서 총 20일이다. 이 기간 동안 검찰이 기소하지 못할 경우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그러나 기소가 되면 기소일로부터 최고 6개월까지 구속할 수있다. 물론 이 기간 중에 재판이 진행되고 법원의 선고가 떨어진다. 다만, 선거사범은 기소이후 2개월 이내에 이를 마무리해야 한다.

검찰은 윤 의원 부인 김모 씨를 불구속 수사가 아닌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통해 29일 전격 구속한 건, 절차법상 늦어도 8월18일까지는 기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도 될 일을, 굳이 구속수사로 방향을 잡은 건, 핵심 당사자 김씨를 구속해야만 할 중요한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뭘까. 세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돈 공천 주역 수사를 위한 옥죄기다. 검찰의 수사착수 배경에는 돈 공천 거래 녹취록이 중요한 단서가 됐다. 녹취록 내용 중 공천과 관련해 단체장 10억, 도의원 4억, 시의원 2억설이 명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설에는 검찰이 압수한 컴퓨터에서 녹취록 원본을 복원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런데 현재 흘러나오는 피의사실 혐의는 돈 공천 주역(?)들의 거래가 아닌 지류, 즉 곁가지 낙선자들이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10억, 4억, 2억같은 실제 공천자들의 혐의 수사가 부진했고, 따라서 이들 주역들의 혐의사실을 확실히 캐기 위해 윤영 의원 부인을 구속하는 강수를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둘째, 윤영 의원을 직접 겨냥한 압박용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공천관련 돈 거래는 윤영 의원이 모르는 가운데 김씨가 독자적으로 접촉해 저지른 행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은 여러 명을 무차별적으로 접근해 금액까지 제시하며 공천장사(?)를 한 김씨의 행위를, 남편인 윤영 의원이 과연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윤영 의원이 검찰을 찾아 가 "내가 시킨 일이다. 집사람은 죄가 없다"라고 고백할 일은 만무하지만 말이다.

셋째, 일괄 기소를 위한 마지막 방점론이다. 검찰은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두 달 넘게 수사를 강행해 왔다. 가택 및 사무실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관련자 소환 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돈 공천 사건과 별개인 영FC 후원, 일운면 이장단 제주도 여행알선 등 선거법위반 사건도 병행해 수사했다. 따라서 검찰이 이들 사건을 무더기 기소하기 위해 최종 확인사살(?) 차원에서 김씨를 구속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물론 이들 3가지 추론은 말 그대로 추론이다. 다만, 검찰은 윤영 의원 부인 구속을 통해 이번 돈공천 수사를 정리할 것이고 늦어도 8월18일 이전에는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의 구속 수사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들이 튀어나올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정가의 판 자체가 뒤틀리는 대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향후 전망과 윤영 의원 입장

윤영 의원 부인이 기소돼 300만원 이상의 벌금과 실형을 선고 받아도 윤영 의원 신분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다만, 돈 거래 혐의사실이 포착돼 기소가 유력시 되는 모 도의원의 경우 당해선거 선거법이 적용돼 부인이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할 경우 의원직을 자동 상실한다.

다만, 윤영 의원 부인이 기소될 경우, 당초 윤영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 수사결과 공천과 관련해 단돈 1원이라도 받은 것이 드러나면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장담한 만큼, 도덕적 측면에서 강력한 사퇴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과 시민단체 사회단체의 사퇴압박성명은 제쳐 두더라도….

한편, 윤영 의원은 30일 오전 '거제시민들께 올리는 사과문'을 통해 "돈 공천 의혹문제로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시민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시민의 자존심과 명예에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검찰수사와 법원심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또 "검찰 혐의내용에 대한 진실여부를 떠나 이런 의혹이 수사선상에 오른 점 만으로도 이유를 불문한 부덕의 소치"라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법에 의한 진실과 시시비비가 가려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부, 법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향후 자신의 거취를 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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